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아웃 인 더 다크]
[아웃 인 더 다크]의 두 주인공 니메르와 로이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주인공들입니다. 우연히 마주친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린 이들은 가면 갈수록 가까워지지만, 사회적으로 정 반대편에 놓인 그들 사이엔 사회적/개인적 장벽들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 출신인 로이보다는 팔레스타인 출신 니메르에게 더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인 로이에겐 아들의 커밍아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연줄 많은 중상류층 부모가 있지만, 프린스턴 대학 유학을 꿈꾸는 대학생 니메르의 가족은 커밍아웃은 꿈도 못 꿀 지경으로 보수적인 서민 가족이고, 여기에다 니메르의 형이 무장 단체와 관련된 탓에 이스라엘 보안요원이 니메르를 협박하니 어느 정도 밝아보였던 니메르의 미래는 정말 암담하게 변하지요. 절정에서 스릴러 분위기로 급히 전개하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야기 속의 절실함은 부인할 수 없고, 두 주연 배우들 마이클 알로니와 니콜라스 제이콥의 연기도 좋습니다. (**1/2)

[토르: 다크 월드]
[토르]가 [어벤져스] 때문에 만든 영화 그 이상이 아니었듯이 [토르: 다크 월드]는 오로지 다음에 나올 영화들 때문에 만든 영화 같다는 생각이 보는 동안 내내 떠올랐습니다.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상영 시간 절반 가까이 공회전만 해대고 그러다가 이미 예고편에 다 보여 진거나 다름없는 클라이맥스 액션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영화들 떡밥들 살짝 던지는 게 전부이거든요. 감독 앨런 테일러가 미국 드라마 전문 감독이란 걸 미리 알고 가서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저 비싼 미드 에피소드 한 편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고요. (**)

[더 퍼지]
2005년 영화 [어썰트 13]의 각본을 쓴 제임스 드모나코가 각본/연출을 담당한 [더 퍼지]는 [어썰트 13]처럼 한 공간에 갇힌 가운데 밖에 있는 위협적 세력에 의해 포위당한 상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릴러입니다. 2022년, 미국 사회는 ‘퍼지 데이’를 통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는데, 영화에 따르면 ‘퍼지 데이’의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정부의 허락 아래 터지는 온갖 폭력 범죄들을 통해 사회 불만과 적개심이 해소되기 때문이랍니다. 개연성이나 사실성이 여러 모로 떨어지는 이 설정을 봐준다 치더라도 영화는 상당히 심심합니다. 주인공들인 샌딘 가족이 안전하게 자신들 집 안에 머물러 있다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지는 도입 부분은 양호한 편이지만, 각본이 깜깜한 공간 안에서 밋밋하고 평면적인 주인공들을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게만 하니 긴장감은 떨어져 가만 가고, 그것도 모자라서 결말은 정말 억지스럽습니다. [어썰트 13]도 설정이 단순했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노련하게 이야기를 굴려갔었는데, 차라리 그 영화나 혹은 그 영화 원작인 존 카펜터의 1976년 영화 [분노의 13번가]를 대신 권해드립니다. (**)

[미스터 노바디]
모 블로거 리뷰 인용
“I constantly felt confused and detached during the screening, and I must say watching this film was a rare theater experience in which I had to suppress my personal urge to boo or shout “bullsh*t!” for more than 2 hours.” (**)

[사랑에 빠진 것처럼]
밤에 나이 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는 콜걸로 일하는 대학생 아키코는 어느 날 노교수 다카시를 상대하게 되는데, 이 둘은 본의 아니게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그들이 밤에 처음으로 만났을 때는 다음날 시험 공부 때문에 몸이 피곤한 아키코가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그다지 별 일이 없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 타카시가 아키코를 캠퍼스를 데려다 줄 때 이들은 아키코의 문제 많은 남자 친구 노리아키 눈에 띠게 되고, 아키코와 타카시가 노리아키 앞에서 이들의 관계를 숨기려고 애쓰는 동안 거짓말들은 화면 속 긴장감과 함께 쌓여만 갑니다. 아키코와 타카시가 손녀와 할아버지로 행세하는 걸 지켜보다 보면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전작 [사랑을 카피하다]에서 보여 진 그 기묘한 역할극 드라마가 금세 연상되는데, 전형적인 키아로스타미 영화가 일본 도심을 무대로 진행되는 광경엔 상당한 흥미와 재미가 있고,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깨지는 결말엔 짓궂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에 읽었던 전래 동화 속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더군요. “훨훨 온다.” - “성큼성큼 걷는다.” - “기웃기웃 살핀다.” - “콕 집어 먹는다.” - “예끼, 이놈!” (***1/2)

[버튼과 테일러]
BBC TV 영화 [버튼과 테일러]는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간의 관계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그 유명한 그들의 로맨스 그리고 두 번의 결혼과 이혼보다는 그들 말년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겁니다. 1983년, 양 쪽 다 전성기가 다 지난 가운데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던 버튼과 테일러는 노엘 카워드의 희곡 [Private Lives]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위해 같이 무대 위에 서게 되는데, 여전히 디바 기질이 있는 테일러와 이에 진저리를 내는 버튼 때문에 리허설 단계에선 좀 덜컹거려도 결국엔 둘 다 첫 공연 때 명연은 아니어도 스타 배우들로써 관객들을 만족시켜주는데 성공합니다. 한데 여전히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 둘 덕분에 무대 뒤 분위기는 슬슬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리?]의 그것과 비슷해지고, 덕분에 또다시 둘은 서로와 함께 있는 걸 즐기기도 하다가 갑자기 서로를 할퀴어대지요. 이야기가 얼마나 실제 이들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간에 영화는 서로에게 이끌리면서 동시에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였던 버튼과 테일러가 늙어서도 여전히 재미있는 사람들이였다는 평탄한 이야기 흐름 속에서 잘 보여주는 편이고, 도미닉 웨스트와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도 좋습니다. 버튼과 테일러가 워낙 전설적인 스타들인 것도 그렇고 자신들과 별로 닮지 않은 이들을 연기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텐데, 의외로 썩 잘 먹히는 연기를 선사하거든요. 그러니 그 격정적인 세월을 거친 끝에 연인이기라기 보다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동료이자 친구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버튼과 테일러의 모습에 찡한 구석이 있기도 합니다. (***)

[퍼펙트 호스트]
2년 전에 본 영화 예고편을 보고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본 영화가 시작된 후 30분 안에 그 모든 기대는 순식간에 다 무너졌습니다. 예고편은 한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꽤 못된 부조리극 같이 보였는데, 정작 영화 속의 두 주인공들 간의 대립은 상당히 심심하고(스포일러라 자세히 얘기 못해드리겠지만 한 쪽이 알고 보니 정신이 진짜 꼬인 인간이란 것 빼고는 정말 별 일 없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영화는 이야기 주 무대 밖의 상황을 너무 자주 보여주어서 긴장감을 심각하게 분산시키지요. 결말도 정말 말이 안 나올 지경의 반전으로 보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데, 적어도 주연배우 데이빗 하이드 피어스는 자신의 캐릭터를 갖고 양껏 재미보고 있긴 합니다. (**)

[소녀]
해외용 제목인 [Steel Cold Night]가 더 적당한 제목으로 보일 정도로 [소녀]는 추운 겨울 농촌 분위기로 제게 상당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추운 날씨 속 어린 주인공들의 어둡고 절박한 로맨스란 점에서 [렛 미 인]이 절로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데, 물론 [소녀]는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고 오히려 농촌 느와르에 가깝습니다. 과거의 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전형적인 결점 있는 주인공인 전학생 윤수가 마을 사람들의 여러 비밀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밀도 알고 있는 듯한 의문의 여주인공 해원과 가까워지는 동안, 영화는 해원을 둘러싼 의혹과 미스터리로 우리의 관심을 계속 자극시키고, 두 주연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도 좋으니 전반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비록 후반부에 드러나는 해답이 의외로 단순하고 이야기 여러 요소들이 그리 효과적으로 배치된 건 아니지만, 분위기나 연기 면에 좋은 점수를 줄 만하고, 그러니 영화관을 나올 때 날씨가 전보다 더 써늘하게 느껴졌습니다. (***)

[We Are What We Are]
제목을 대충 번역하면 ‘우린 우릴 따름이다’인 [We Are What We Are]은 2010년 동명 멕시코 호러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 영화를 궁금해서 한 번 봤는데, 상당히 찝찝하고 어두컴컴한 소재를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섬뜩하게 그려낸 게 마음이 들었지요. 리메이크 버전은 기본 줄거리에 어느 정도 충실하지만 동시에 다른 점들이 많습니다. 일단 주요 주인공들의 성별이 바뀌었고(예를 들어 원작의 도입부에선 아버지가 사망하지만 리메이크에선 어머니가 사망합니다), 배경은 멕시코 도심 빈민가에서 미국 중서부 지방 마을로 바뀌었는데, 그 결과는 원작만큼이나 어두우면서 동시에 원작과 뚜렷이 구별되는 호러 분위기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어진 이야기를 갖고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잘 변주한 모범적인 리메이크입니다. (***)

[잉투기]
[잉투기]의 주인공은 개인적으로 별 관심도 없고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은 부류의 인간들 중 하나입니다. 이른바 ‘잉여인간’인 태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젖존슨’과 사사건건 대립하다가 상대방에게 급습당해 공개적으로 망신당하니 이에 이를 갈고 복수하려고 작정하지만, 머리 잘 안돌아가는 이 한심한 찌질이에게 그게 쉽게 될 리는 없습니다. 그 일이 방송과 인터넷으로 퍼진 뒤 자신의 적수는 급히 모습을 감추었고, 그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고교생 영자의 도움을 받아도 여전히 태식은 자리를 빙빙 맴돌기만 하지요. 그러다가 결국, 태식은 영자의 삼촌이 운영하는 격투기 교습소에서 열리는 잉투기 대회에서의 결투를 웹상에서 공개적으로 신청합니다. 태식이나 다른 잉여인간들의 처량하고 한심한 모습을 애써 변명하려고 하지 않지만, 투박한 각본이 머뭇거리다 보니 영화는 생각보다 그리 많이 웃기지 않고 중심 소재도 그리 잘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화엔 좋은 점들이 어느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영자를 맡은 류혜영입니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간에 물러서지지 않은 이 당당한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정말 견디기 힘든 찌질이 한국 남성 이야기가 되었겠지요. (**1/2)
P.S.
한 캠퍼스에서 10년 넘는 세월을 보낸 제가 가끔 한심하게 보였는데, 영화 속 잉여인간들에 비하면 전 양호한 편이더군요. 적어도 전 학술적으로 조금씩이나마 전진하고 있기나 하지...

[올 이즈 로스트]
일련의 등장인물들 간에 오고 가는 대화와 설명과 논의들로 가득했던 [마진 콜]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던 감독 J.C. 챈더는 다음 작품 [올 이즈 로스트]에서 정반대 시도를 합니다. 주인공 딱 한 명만 등장시킨 가운데 배경 설명도 없이 한 위급한 상황에 던져놓고 그걸 별다른 대사도 없이 상영 시간 내내 죽 지켜보지요. 영화는 이름마저도 안 붙여진 가운데 엔드 크레딧에선 그저 ‘Our Man’이라 지칭되는 한 늙은 남자가 혼자서 인도양에서 요트 항해하던 중 갑자기 조난당하는 신세에 놓인 후 8일 동안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관조하는데, 듣기엔 지루한 설정 같지만 영화는 의외로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기를 정말 담백하게 풀어가는 동안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적절한 순간에 던져놓고, 이에 우리의 과묵한 주인공이 침착하면서도 끈질기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영화는 어느 새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고 동시에 순수하기 그지없는 생존 투쟁 드라마로 다가오지요. 오직 한 캐릭터만 영화에 나오니 당연히 영화는 주연배우의 연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로버트 레드포드는 본 영화로 오랜 만에 호연을 보여줍니다. 시선을 확 끌진 않아도 보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는 좋은 원맨쇼 연기고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엔 확실히 오르겠지요. (***1/2)
P.S.
많은 분들 이 영화를 [그래비티]와 비교하시던데, 전 영화 속 어느 중요 장면을 보고 [캡틴 필립스]가 문득 떠오르더군요(두 영화들 모두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아실 것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들어 왜 이리 극장에서 생존투쟁 드라마들이 꽤 눈에 많이 띠는지...

[파크랜드]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 50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에선 그 사건을 여러 모로 다시 재조명하고 있는 중인데, [파크랜드]는 그러한 시도들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케네디 암살 자체보다는 그 암살로 인한 여파를 다루고 있고, 그 사건 주변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관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데,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물은 그리 썩 좋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자신 앞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비극을 8mm 카메라에 전부 담게 되어서 사후에도 평생 이름이 남게 된 평범한 소시민 에이브러햄 재프루더나 동생 리 하비 오스왈드 때문에 자신과 다른 가족들 인생이 뒤집어져 버린 로버트 오스왈드야 얘기할 거리는 많겠지만, 공교롭게도 케네디와 오스왈드 둘 모두를 담당하게 된 파크랜드 병원 레지던트들과 간호사들 얘기는 그 아이러니한 우연을 빼면 그리 흥미로운 건 아니고, 영화는 이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것들도 짧은 상영 시간에 다 다루려고 하다 보니 많이 산만해집니다. 그나마 폴 지어마티, 제임스 배지 데일(이 배우 올해 진짜 자주 보는군요) 등의 좋은 배우들이 영화 속 결점들을 보완하지만, 여전히 수박 겉핥기 인상만 남깁니다. (**1/2)

[R.I.P.D.]
예고편과 줄거리 설명 등을 통해 이미 [맨 인 블랙] 짝퉁이란 인상이 든 것도 부족한데, [R.I.P.D.]는 정말 심심하고 밋밋합니다. [맨 인 블랙]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접해 온 온갖 익숙한 재료들이 별 다른 재치나 유머도 없이 굴려져 가는 것도 그렇지만, 좋은 배우들이 나쁜 각본에 갇혀 있는 모습은 그리 유쾌한 광경이 아닙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올해 최악의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1/2)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을 해리 포터 짝퉁이라고 빈정거렸지만 나름대로 비웃는 재미가 있다고 평했는데,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는 그 웃는 재미마저도 많이 떨어졌고 저는 별로 참신할 게 없는 이야기가 뻔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그냥 덤덤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적어도 영화엔 몇몇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긴 한데, 가장 좋은 순간은 네이선 필론이 헤르메스로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능청맞은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답게 넉살스럽게 그 장면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낄낄거리지 않을 수 없지요. (**)

[카운슬러]
[카운슬러]의 주인공들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저는 4년 전 연구실에서 사고 친 뒤 캠퍼스 도서관으로 잠시 유배당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 암담한 시절 동안 저는 제 방에 쌓아 둔 책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는데, 그들 중엔 코맥 맥카시의 [Suttree]와 국경 삼부작이 있었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더 로드]에 이어 또 다른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맥카시가 직접 쓴 각본엔 그 훌륭한 소설들을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환기될 정도로 잘 쓴 대사들이 많이 있고, 감독 리들리 스캇은 언급할 만한 장면들이 여럿이 있는 매끈한 결과물을 내놓았고, 출연 배우들은 할 만큼 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리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맥카시의 각본이 국내에서 번역출판이 되었다는데, 아마 그걸 읽는 게 약간 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소설화를 기대하고 있지만요. (**1/2)
P.S.
[카운슬러]의 어떤 스포츠 자동차는 [킬러 조]의 치킨만큼이나 인상적이더군요.

[We’re the Millers]
대마초 밀매로 수입을 챙겨 오던 데이빗은 어느 날 재수 없게 돈과 대마초를 강탈당하게 되고 그 때문에 자신의 보스에게 상당한 빚을 지게 됩니다. 다행히 그에겐 이 곤경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건 다름 아닌 멕시코에서 대마초를 밀수해 오는 것입니다. 캠핑카에 대마초를 숨겨서 미국으로 들어올 예정이지만, 혼자만 캠핑카에 있으면 의심 살 여지가 있으니 데이빗은 이웃집 스트리퍼 로즈, 가출 십대 소녀 케이시, 그리고 머리 잘 안돌아가는 십대 총각 소년 이웃 케니를 영입하고 이들은 당분간 가족 행세를 하게 됩니다. 설정부터가 정말 익숙하고 뻔한 역할극 코미디이고 전개도 진부한 편이지만, 영화는 엄청 웃기지 않을 지언 정 우릴 웃게 하려는 시도는 많이 합니다. 그게 다 먹히는 편은 아니어도 영화는 성실히 빵빵 터지는 순간들을 제공하고 주연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도 좋습니다. 비록 다 벗지는 않아도 과감히 스트립쇼에 몸을 던지는 제니퍼 애니스톤이나 결점 많아도 싫어하지 않을 수 없는 주인공을 맡은 제이슨 서디키스도 좋지만, 엠마 로버츠와 윌 폴터도 만만치 않지요. (***)
P.S.
윌 폴터의 출연작들인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과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을 돌이켜 보면 애들은 정말 빨리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 애가 벌써 커서 R등급 노출 코미디를 하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