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이별 그 후...

이별 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순간순간 찾아오는 부재의 흔적들이었다.

우리의 연애는 누구보다 길었고 깊었으며 가까웠다. 그렇기에 헤어짐은 나에게 고통 그 자체였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난 후, 흉한 상처에 딱정이가 앉고 새살이 돋을 즈음.

내 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자리 잡을 무렵에야 그 순간들이 나를 괴롭혔다.


TV를 볼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맑은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버스를 탈 때에도 운전을 할 때에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부재의 존재는 아물었다 생각한 상처를 휘저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할 수 밖에 없다고 했던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보았지만 너무나도 긴 연애의 시간은

습관처럼 몸에 각인되어 그마저도 힘들게 했다.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헤어진 인연과 비교하게 되었고

상대의 모든 것은 어색하고 낯설게만 여겨졌다. 그 역시 평생을 가깝게 지내온 처지였건만 우리가 사랑을

나눌때에 말없이 곁에서 지켜보던 존재였건만 이별에 괴로워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내 맘 속에 싹트는 것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에 대한 불만과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모두들 말한다 돌아올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모든 걸 잊고 지금에 충실하라고. 

하지만 그런 말들이 얼마나 쉬운 것인지 모른다. 그들은 모른다. 그들은 내가 아니니까.


달이 밝다. 창백하게 빛나는 구형은 우울의 우물을 깊게 파고 든다. 조용히 빼어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나는 다시 이별을 사랑을 채워질 수 없는 부재를 떠올린다. 검은 밤 속으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조용히 떠나버린 이름을 불러 보려 하지만 결국 나온 건 기나긴 한숨 뿐이었다.


- C군의 일기 중


"그러니까 결국 C군은 이별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했던 거군요."


"그렇지요."


"지독한 사랑이었네요. 떠나간 여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건가요."


"여자는 없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해 본적이 없으니까요."


"무슨 말씀이죠? 일기엔 오랜 기간 사귄 여자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는데요. 게다가 새로운 연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는 연애를 한 적이 없어요. 모태솔로라고 하나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게 상상속의 인물에 대한 얘기란 건가요?"


"아닙니다. 그것과는 조금 달라요. 실체가 있는 존재에 대한 얘기니까요."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럼 동성애자였나요?"


"아니요, 말했잖습니까 모태솔로였다고. 사실 1년 전 C군에게 이런 일이 있었지요."


의사는 진단서 한 장을 조용히 내밀었다. 어려운 의학용어들을 재끼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1년 전 C군에게 벌어진 일, 그가 이별을 겪고 그로인해 결과적으로 자살을 기도하게 했던 사건의 증거.

불의의 사고로 그는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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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하나를 활용해볼까도 싶었지만....

    • c군의 일기 의미를 잘 모르겠네요.
      • 그런 가영님은 행복한 사람...
    • 왼손은 오른손보다 만족을 주지 못했나 보군요ㅋㅋ
      • 아무래도 왼손은 거들 뿐이니까요.
    • 알고보니 C군은 왼손잡이였고 일기는 조작이었는데...
      • 절름대던 왼손이 점점 빨라지더니 능숙하게.. 음.. 그러니까 음음...
        '절름손이가 범인이다!'
    • 이거 웃어야 하는 글 맞죠? 근데 왜 이렇게 진지한지 ㅎㅎ
      • 쓸데없이 고퀄 같은 느낌으로 나중에 확장해보려고요 (어째서?)
        사라 워터스가 쓰는 여자아이돌 팬픽 같은 느낌.
    • 으하.. 인생막장님이 클랜시님이었구나 단편을 보기 전까지 몰랐네요. 웃기긴한데 슬프네요. 정말 자위할 때 생각날 거 같아요.
      • 제가 생각날거라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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