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의 쳇 베이커

완벽하게 혼자인 가을 밤의 쳇 베이커 음악은 왜 이렇게 좋은가요.

하루키가 낯 간지럽게시리 쳇 베이커의 노래엔 청춘의 향기가 난다했을 때 정말 오그라들었는데 오늘만은 완벽하게 동의.

비가 창문을 두들기는데 이게 비인지 나뭇가지가 톡톡 두드리는건지 모르겠네요.

섹소폰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아름다웠던 쳇 베이커가 말년에 이도 거의 다 빠지고 돈 몇푼에 비참하게 살다 죽은걸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쓸쓸해요.

섹소폰 소리도 쓸쓸하고 아름답네요.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혼자만의 가을날이었어요.

느즈막히 일어나 저염식 식사를 하고 장을 보고나서 미술관 옆 동물원도 보고 선물받았던 비싼 꼬냑도 따서 한잔 마시고 낮잠도 자고
향초를 키고 애니 레녹스부터 쳇 베이커까지 쭉 음악을 듣고 있어요.

쓰고 나니 꽤 괜찮은 하루잖아싶은데 사실 오늘 저는 엉망이었답니다.

앗 지금 막 열두시.
    • 오디오가 없어서 그냥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새삼 제 플레이리스트에 감사를.
      • 이를 부러뜨려볼까도 했지만, 어이 그게 문제가 아니..
    • 저는 청춘의 향기가 나는 쳇베이커도 좋지만 망가지고 나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공연 앨범을 제일 좋아해요. 숨도 가뿌고 음정도 안맞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은 특히 깊은 처연함과 어떤 해탈까지 느껴져서 어릴 때 궁상 떨 때 노상 들었죠.
      • 그 마지막 앨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 [Little Girl Blue], [The Heart of the Ballad]. 이탈리아에서 녹음한 이 두 앨범 맞나요?
    • 저도 오후 늦게까지 늘어져 있다가 동호회 단체문자 연락을 받고 홍대로 꽁꽁 싸매고 나왔어요. 오늘 하루 엉망일줄 알았는데 술자리에서 데면데면한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완전 재미있어 하고 있습니다.

      쳇베이커 내일 한번 검색해서 들어봐야겠네요. 알콜이 좀 들어간 어둑한 저녁에 들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건가요?
      • 과하지 않은 알콜에 촛불 하나켜고 담요 두르고 들어보세요.

        I fall in love too easily 좋아요.
    • 사실, 쳇 베이커는 트럼펫 연주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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