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내가 변태로 몰릴 줄이야....

12시가 지나니 슬슬 야식이 땡기데요.

 

가볍게 슬리퍼 질질 끌면서 집 앞 편의점에 가 샌드위치랑 음료수 몇 개 챙겨왔어요.

 

제 자취방이 좀 외진 곳에 있어서 골목 돌아서면 많이 어둡습니다.

 

골목 돌아서 들어가니 왠 여성분이 앞에서 걷고 계십니다.

 

사실 누가 걷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졸려서 하품만 쩍쩍 나오는데 뭐 보일리가 있나요.

 

여성 분이 원룸 건물로 들어갑니다. 저도 따라 들어갑니다. 같은 건물 사시는 분인가 봅니다.

 

갑자기 여성 분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눈치 없는 저는 그 때까지도 아무 생각 없습니다.  또 하품만 쩍~

 

그냥 시간 좀 두고 아래서 기다렸으면 차라리 좋았을 걸 이라고 이제서야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2층이 지나고 3층이 지납니다.

 

4층에 도달하니 자동점멸등이 환하게 켜져 있고 제 방에서 두 칸 건너 떨어진 방 문 앞에 여성분이 서 있습니다.

 

서둘러 열쇠를 꺼내시는 폼이 뭔가 급하신 모양.

 

그때서야 깨달았습죠. 아, 치한으로 오해받았구나.

 

근데 이게 되돌아가면 진짜 치한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고 멈춰서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단 말이죠.

 

어차피 몇 발짝 앞인데 그냥 내 방문 열면 오해 풀겠지 하고 발걸음을 내딛는데 쨍그랑. 하고 열쇠 떨어지는 소리가...

 

그리곤 갑자기 비명을 지르시는 여자분...;;;; 

 

제가 다 깜짝 놀라서 그냥 방문 열고 안에 들어왔어요.

 

비명 소리는 제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뚝. 조용히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음. 무섭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하셨을 듯...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눈치가 없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 기분도 썩 그리 좋지만은 않네요. ㅠㅠ

 

하여튼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성범죄자들 때문에 여자나 남자나 고생이 참 많습니다.....ㅠㅠ

    • 저 내일 외팔이 보러가요. (쌩뚱)
      세상이 험해서 오해하는 사람도 오해받는 사람도 슬프네요.
    • 전 02년도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왜 자꾸 따라오냐는 질타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 이건 근데 정말 어쩔 수 없어요. 전 대낮에 집에 있어도 아파트 내에 울리는 발소리 때문에 심장이 멈추곤 하거든요.;
      세상이 험해서 오해하는 사람도 오해받는 사람도 슬프네요. 2 ㅠㅠ
    • 음. "진정하세요. 전 이 건물에 살아요." 라고 말하면 괜찮았을까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땐 긴머리에 노란 탈색을 하고 다닐 때였는데 아주머니가 도망치시다가 넘어지셨... 전 그냥 집에 가는 길이었지만...
    • 아주 오래전....
      산책하다가 저녁 무렵에 길을 잃고
      길을 여쭈려 마침 지나가던 여자분께
      "저기요~~" 하고 말을 걸었는데
      비명과 함께 우사인볼트처럼 달려가시더군요.
      제가 살다 겪은 가장 충격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였지요.
    • 이런 상황 그 유명한 수필인가 글 있잖나요? 고등학교시험문제인지 수능문제인지로도 나오고 마린블루스인가 그 만화로도나오고
      옛날에 듀게에서도 이런 상황 글 봤었는데 저도 남자지만 이럴 땐 여자분이 먼저 가게 그냥 좀 늦춰주거나 멈춰주면 될 거 같네요.
    • 꽃과 바람//그게 정석이죠. 다만 저처럼 눈치없는 녀석들은 ㅎ..
    • 저는 한 번도 못 겪어 봐서.. 앞으로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그래야 겠어요...
    • 꽃과바람/ 황석영이었나?;;; 황순원이었나?;;;; 구둣굽에 관련된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 전 엄청 어릴 때 교육방송에서 무슨 문제풀이 예문인가로 읽어준 걸 봤는데 그 내용이 안 잊혀지데요...
    • 그 수필은 피천득의 구두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는 새벽에 버스 내려서 약간 걸어야 하는 아파트에 살아요. 버스에서 여자분과 단 둘만 내렸죠. 뒤를 보며 저를 의식도 하고, 걸음을 빨리 하길래, 눈치는 챘는데 딱히 늦출 이유가 없어서(그분이 꽤 빨리 걸으셨기에 저는 그냥 속도로 걸어도 거리가 계속 벌어짐) 그냥 걸었죠. 시야에서 서로가 사라지고는 걸음을 늦췄나봐요. 중간중간에 시야가 가리는 일이 많은 길이거든요. 저는 꾸준히 같은 속도로 걸었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습니다 -_-;;;;;;;;;;;;;;;;;;;;;; 같은 라인(한 층에 두 집 있는)에 살던 분이었던 거죠.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린 것 같고, 저는 그 카드 찍어야 열리는 문 들어가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오더라고요. 카드 덕에 아마 그 순간 오해는 풀렸을 테고, 둘 다 고층 사느라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운 어색한 공기를 잊을 수가 없어요..
    • 엇. 피천득 아니고 계용묵이었나;;
    • 와,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전 여자이기 때문에 설마 나를?!! 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계속 걸어갔거든요. 근데 알고보니 그분 저랑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 앞집에 살고
      계시던 분이더군요. 그 여자분은 엘리베이터, 저는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다와서 갑자기 위에서 너 누구야? 이러길래 쳐다보니까,
      아, 아, 죄송합니다. 이러고 쑝 들어가버림.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억울하달까 ㅋㅋㅋ
    • 하여튼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성범죄자들 때문에 여자나 남자나 고생이 참 많습니다.....ㅠㅠ 2

      물론 오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정말 기분 나쁠듯...
    • 전 골목에서 뒤에 어떤 기운(?)이 느껴져서 무심결에 티안나는척 슬쩍 뒤돌아보려고 스윽 뒤돌았는데 뒤따라 오시던 분이 정말 바로 코앞에!! 싱크가 그렇게 우연히 겹쳐진거죠,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었는데.. 아, 전 남자사람이구요. 뻑치기? 뭐 그런 것이 두려웠을 뿐이었습니다 ㅡㅡ;;
    • 소리까지 지르다니 확실한 오해로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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