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의 독선 Ⅱ

이 글은 극히 개인적인 잡상에서 비롯된 바낭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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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게 눈썰미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저는 요즘 사람들의 나이를 잘 모르겠어요.

다들 젊어 보여요. 특히 30대 이상 넘어가면 대체 몇 살쯤 되었을지, 짐작을 못하겠어요.

분명 직책이나 입장으로 봐서는 30살은 넘었을 텐데, 그런데 몇 살이지?

이런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뭐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어쩌면 늙지 않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인류는 자기도 모르게 이미 불로의 꿈을 서서히 이루고 있는 건지도...

오늘 면접보러 가서 뵌 분이 낼모레 불혹이라는데 얼굴은 주름 하나 없는 홍안이어서 처음 봤을 땐 20대인가 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2.

세상에는 약한 사람이 있고 강한 사람이 있죠. 그건 뭐 세상의 섭리라고 해도 좋겠지요.

약육강식이란 말이 있고 이 논리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을 겁니다.

강한 사람들은 매력적입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저도 강한 사람들이 가진 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강한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바로 약한 자의 마음을 모른다는 겁니다.

강한 사람에도 부류가 있어 태어날 때부터 강한 사람이 있거나 혹은 후천적으로 강해지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온 '강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강한 뚝심을 갖고 태어났는지.. 강하고 잘났으며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고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 거면 차라리 낫습니다. 고생을 겪어보면 겪어본대로, 그들은 자신이 이겨냈으니 남들도 이겨내야 한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당연스럽게 말합니다.

그래서 고통의 호소나 괴로움을 이해하려 하거나 하다못해 눈감아주질 못하더군요. 

그들은 확연히 '싫다' 라고 선을 그어 버립니다.

약한 사람은 싫다고.


사람은 모두가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지만 저는 저런 강한 사람들의 독선에 가까운 행태를 볼 때마다 그게 싫어지네요.

사실 그들이 잘못한 건 없고 옳을 수도 있죠. 세상을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한 다른 사람의 약함이나 못남을 참아줄 이유는 없겠죠.

그러나 세상 모두가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해도, 저 자신은 저러한 논리를 인정하기가 힘듭니다.

왜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한국에서는(어쩌면 세상에서는)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 할 수가 없나 봅니다..




3.

저는 자주 환시(환각?)을 봅니다.

흔히 말하면 잘못 봤다는 한 마디로 때워버릴 수 있는 그런 것인데, 이게 너무 자주 반복되니 무섭달지 좀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환시의 대상은 대체로, 아니 100% 사람입니다.

잠깐 휙 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사람 그림자를 언뜻 스쳐 보았다든지 하는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납니다.

이게 제 정신병의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낮에도 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오빠의 방에서 검은 누군가가 휙 하고 튀어나가는 모습이었죠. 물론 누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 입에선 무의식중에 욕설이 튀어나왔죠.


데자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긴 하지만 요즘은 좀 잠잠해졌는데, 이젠 자꾸 환각까지 보이는군요.

미쳐버릴 징조라면 빨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날이 슬슬 추워지네요. 제 방은 외풍이 강해서 그냥 얼음장입니다.

추워지니 그럴까요 몸이 자꾸 동면하려는지 잠이 와 죽겠네요.


듀게의 글리젠이 활발해지기를 기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 1. 감사합니다. 덕분에 나이를 속이고 살고 있습니다. 음하하하하하 웃으세요 음하하하하
    • 김전일// 그랬군요 김전일님이 동안이었군요. 조만간 인증샷 기대하겠어요.
    • 4. 추워지면 다들 실내로 -> 듀게 게시물 풍성 기원!
    • 에아렌딜님, 지난번 글에서 주치의가 입원치료를 권했다고 쓰셨던 게 기억나는데 맞나요?
      그간 에아렌딜님 글을 읽으면서, 극도로 우울하신 와중에도 뭔가 꾸역꾸역이나마 하고 계시는 것을 저는 좋은 사인으로 받아들여서 입원까지는 안하셔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입원치료라는 게 뭐...그리 간단한 건 아니니까요.
      근데 환시를 자꾸 경험하신다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네요. 그리고 점점 심해지신다고 하니 더더욱 걱정이 돼요. 에아렌딜님도 잘 아시겠지만, 그냥 단순히 헛것을 보는 것에서 더 심해지면... 치료가 더 길고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주치의는 에아렌딜님의 현재 상태를 완전히 다 알고 있나요?
      • 환시... 무시하면 정말로 안됩니다. 입원은 안하시더라도 약 꼭 드셔요...
    • 패딩조끼,탕파,아그네스 극세사 담요,이케아 오리털6등급 이불.....



      재밌게 읽었어요.

      추워도 환기 잘하시고 감기조심.
    • Maryjane, 늘진지// 걱정 감사합니다. 그냥 제 기분 탓일 수도 있을 거에요. 한두번 그랬던 게 아니라서 이젠 뭐 무덤덤해요. 오늘은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조금 놀랐지만요.
      의사 선생님은 저의 증상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캐묻거나 하지 않아서... 약은 꼬박꼬박 먹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네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수// 써두신 거 보기만 해도 따뜻한 기분이네요. 전 지금 아크릴 스웨터를 걸치고 두툼한 담요를 무릎에 덮고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완수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3번 걱정되네요.. 선생님도 아시나요? 다음에 가시면 꼭 증상을 말씀해보세요. 예전에 저도 병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처음 방문했을 때 1시간 정도 검사를 받았거든요. 의사선생님께서 직접 질문하시고 엄청 꼼꼼하게 증상을 체크해주셨었는데, 그때 저에게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듣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그런 증상은 전혀 없었거든요.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심하면 이런다고 얼핏 들은 거 같아요. 지금 많이 힘드신 거 같은데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도움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에고. 걱정되네요.
      4번. 듀게에서 댓글 읽고 구입했는데요 "유단포"라고. 2-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아연?인지 암튼 그런 둥글고 납작한 제품인데 안에 뜨거운 물을 넣는 제품인데 저 엄청 잘 쓰고 있어요! 이거 정말 짱짱이에요!ㅎㅎ 저는 전기 장판을 안 좋아해서 겨울에 침대 생활할 때 좀 춥거든요ㅠㅠ 전기장판에서 자면 찌리리하는 전기 통하는 느낌도 들고 몸도 찌뿌둥하더라고요. 근데 유단포 침대에서 안고 자거나 이불 속에 넣고 자는 것만으로도 훈훈해요. 책보거나 이럴 때는 안고 있는데 이럴 때도 무척 따뜻하고요.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꼭 검색해보세요. 유단포! 짱짱!
    • 마음이 약해지면 어른거는거 같이 보여요 운동은 하시나요 조금 숨차고 땀이 조금 날 정도로 해야합니다.
    • 3. 저도 요즘 그런데... 사람 크기의 형체는 아니고 뭔가 벌레 같은 게 지난 간 것 같을 때가 있는데 병원 가야하나 싶네요.
    • 의학적지식이 없는 사람이니, 우울증으로 심하게 힘들어했던 사람의 경험담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우울증보다 무서운건 그로인한 합병증??입니다.
      우울증 약을 너무 쉽게 복용하고, 함부로 먹다 안먹다 한 케이스입니다. 방치하면서 공황경험을 몇번 했고, 어느순간부터 이명이 생겼고, 눈앞에 잠깐 검은 파리가 왔다갔다 한것같고, 눈앞에 뭐가 있는것같아 깜짝놀랄때가 가끔있었어요.
      좀 더 지나고나서는 멘탈붕괴가 왔습니다. 이렇게 정신분열에 걸리나 싶었어요. 글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확실히 공황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생각하기도 무서운, 컨트롤이 전혀 안되는 정신상태였습니다.
      저는 심리상담과 약보다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하지 않으면 정말 죽기전에 미쳐버리겠다 싶어서 환경을 바꾸고 일년을 지냈어요.
      이명은 여전히 있고, 피곤하거나 멘탈이 약해지는 날은 가끔 분열상태가 오지만 많이 좋아졌습니다.
      괜한 우려일지도 모르겠지만.. 환시 무시하지 마시고 병원에 가서 증상을 한번 말씀해보세요.
    • 2.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한번 크게 무너져내린 적이 있고,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감정의 여운이라는 것이 남아있어 가끔 그 때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주변의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이겨낼 수 있다, 이겨내야 한다고 얘기할 때마다 그때의 저에게 얘기하는 것 같아 분노가 입니다. 아마 그 사람들은 평생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만은 항상 최대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 강한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약함"은 싫다 라고 말하는 강함은 절대 갖기 싫네요. 사실 그건 진짜 강함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3. 아마 정신과에서도 환시의 횟수와 지속 기간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1~2달 정도는 지켜볼 겁니다. 그래서 처음 말씀하셨을 때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요. 계속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에 불안이 극심한 상황에 며칠 처한적이 있었는데..저 말씀하신것과 비슷한 환시(사람형태의 검은것)가 제 방에서 어른거리는걸 거실에서 본 경험이 잇어요. 불안이 극심할때 공포가 만들어내는 환각같은걸까요? 이후에는 상황이 종료되 더는 안봅니다만 이걸 자주 보신다니 걱정되네요. 한번 본걸로도 충분히 기분나쁘고 섬짓하던데..꼭 의사에게 자세히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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