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우리 선희]

 영화과를 졸업한 후 얼마 동안 잠수했던 선희는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기 위한 추천서를 얻기 위해 그녀 학교에 잠시 들르게 됩니다. 최교수로부터 좋은 추천서 받아내려고 하는 동안 그녀는 최교수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 남자친구 문수, 그리고 선배인 재학과도 접하게 되는데, 며칠 동안 이 세 남자들이 그녀를 둘러싸는 모습을 영화는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홍상수의 작품들엔 그리 열렬히 반응한 적이 없지만, 매년마다 나오는 그의 영화들에 익숙해진 탓인지 몰라도 보는 동안 많이 낄낄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본 영화는 그 중 하나입니다. (***1/2)  





[블루 재스민]

[블루 재스민][매치 포인트][카산드라 드림] 이후로 가장 어둡게 느껴지는 우디 앨런 영화입니다. 남편이 금융 범죄로 체포된 후 뉴욕에서의 상류층 인생이 완전 박살난 여주인공 재스민은 그녀 여동생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와 재시작의 기회를 잡으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도 그런데 여전히 술과 약 그리고 자기기만과 허세로 가득 차 있으니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안 봐도 그녀에게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뻔하기 그지없습니다. 흥겨운 재즈 노래들이 간간히 곁들여지는 발랄한 분위기 아래엔 구제불능이 따로 없는 여주인공의 차가운 비극이 자리 잡고 있고, 희비극이 쉴 새 없이 교차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근사합니다. (***1/2)


 


 [쇼를 사랑한 남자]

  스티브 소더버그의 잠정 은퇴작인 [쇼를 사랑한 남자]는 미국의 유명 연예인 피아니스트 리버라치의 말년을 그의 애인들 중 한 명이었던 스캇 토슨의 관점을 통해 그려나갑니다. 1977년, 17살의 젊은 청년 스콧 토슨은 자신의 친구를 통해 리버라치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곧 그는 리버라치의 비서 겸 운전사로 고용되고 그러다가 결국 그의 애인이 됩니다. 처음엔 둘은 잘 어울려 다녔고 리버라치는 심지어 토슨을 입양하는 것까지 고려하지만, 둘의 사이는 가면 갈수록 틀어지고 그런 동안 여러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야기 자체야 전형적인 연예계 드라마이지만, 일단 리버라치는 흥미진진한 개성 만점의 연예인이었고, 본 영화로 얼마 전 에미상을 받은 마이클 더글라스의 예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연기는 그의 최고 성과들 중 하나입니다. 반대편에서 더글러스의 연기를 잘 받쳐준 맷 데이먼의 과시 없는 연기도 마찬가지로 좋을뿐더러, 영화 속에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리저리 변해가는 이들 모습을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분장도 무척 인상적인데, 전 특히 리버라치의 에이전트를 누가 연기 했는지 나중에 알고 꽤나 놀랬습니다. 분장 때문에 전혀 못 알아 봤거든요. (***1/2)





[프리즈너스]

   두 어린 소녀들이 갑작스럽게 실종된 후 광범위한 수사가 행해지는 동안, 그 중 한 명의 아버지인 켈러 도버는 유력한 용의자가 진범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상당히 불편한 영역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젊은 형사 로키가 가면 갈수록 미궁에 빠져가는 수사 과정 속에서 단서들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의 신작 [프리즈너스]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2% 부족한 영화들이 대개 그러듯이 본 영화가 다루려는 주제들을 더 잘 다룬 영화들이 있다는 생각이 보는 동안 끊임없이 들곤 했습니다. 차분한 전개 속에서 2시간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암담한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편이지만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각본의 결점들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출연 배우들은 종종 낭비된 감이 들곤 합니다. 참고로, 피곤하고 혼란스러운 수사과정의 묘사에 관해선 [조디악]이 더 나은 영화이고, 갑작스러운 일로 인한 개인적/가정적 고통과 그에 따른 어두운 끓는 감정에 관해선 국내에서 슬며시 DVD로 출시된 숨겨진 수작 [인 더 베드룸]이 더 추천할 만합니다. (**1/2)





 [The Kings of Summer]

 올해 초에 활기 넘치는 예고편을 보고 나서 어느 정도 기대감이 들었지만, [The Kings of Summer]는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세 십대 주인공들이 지긋지긋한 부모들을 벗어나 동네 근처 숲 속에서 함께 일탈을 시도한다는 익숙한 설정이야 넘어갈 수 있다 치더라도, 가면 갈수록 각본은 정체되어가고 캐릭터 묘사도 많이 약한 편입니다. 다행히 배우들 연기는 좋은 가운데 상쾌한 여름 분위기는 잘 조성되어 있으니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지만, 영화는 제 올해 여름날들처럼 그저 휙 지나갈 따름입니다. (**1/2)   





 [This is the End]

  세스 로건과 에반 골드버그의 감독 데뷔작 [This is the End]의 중반부는 호러 코미디 남성 버전의 [여배우들] 쯤으로 봐도 될 것입니다. 초반부에 세스 로건의 친구 제이 바루첼이 로건을 만나러 LA에 오는데, 이들이 대마초 좀 피우고 제임스 프랑코 집에 놀러 간지 얼마 안 되어 요한 계시록에서 예언된 종말의 순간이 LA와 할리우드를 스펙터클하게 덮치고, 영화는 프랑코 집에 초대된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이 아수라장 속에서 하나 둘씩 골 때리게 사망하는 광경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중반부는 로건, 바루첼, 프랑코, 조나 힐, 크레이그 로빈슨, 그리고 대니 맥브라이드가 집 안에 갇힌 가운데 티격태격 하는 광경들로 채워져 있는데, 출연 배우들이 본인들 이미지를 재치 있게 막 갖고 노는 것에 낄낄거리다 보면 영화는 어느 덧 초반부 못지않게 요란한 후반부에 도달하게 됩니다. 참고로, 잠깐 출연하는 유명 배우들 보는 재미도 상당한데, 저는 특히 어느 모 배우의 후반부 등장에 뒤집어졌습니다. (***)    

    




[화이]

 인상적인 데뷔작이었던 [지구를 지켜라] 이후로 잠잠했던 감독 장준환의 신작 [화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관심을 확실히 붙잡아 두었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도입부를 발단으로 해서 영화는 범죄자들에게 둘러싸인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어린 주인공의 어두컴컴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가는데, 이를 지켜보는 동안 작년에 국내에서 살짝 개봉한 또 다른 시커먼 가족 범죄 영화 [애니멀 킹덤]이 떠올랐습니다. 차이점들이 많지만, 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탈바꿈해야 하는 청소년 주인공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겹치는 면들도 많거든요. 비록 여러 결점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 줄줄이 떠올랐지만, 음료수 산 것도 잊어먹을 정도로 상영 시간은 금세 갔고, 그 때문에 전 본 영화가 10년이란 공백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삭지 않은 장준환의 경력에 도움이 많이 되길 빌게 되었습니다. (***1/2)  




 [러쉬]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협연했던 감독 론 하워드와 각본가 피터 모건이 다시 뭉쳐서 내놓은  신작 [러쉬]는 또 다른 두 실존 인물들 간의 드라마인데, 영화는 1970년대 동안 F1(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서로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 간의 대립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1970년 F3 리그에서 신인선수들로써 마주친 이후 경쟁 관계에 놓인 이들이 1976년에 도전자와 전해 챔피언으로써 대결했던 게 이야기의 중심인데, 당연히 자동차 경주 장면들이 자주 나오고 특히 후반부 경주 장면들은 대단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사실감과 박진감이 있습니다. 문제는 헌트와 라우다 간의 이야기가 성격 묘사나 드라마 측면에서 [프로스트 VS 닉슨]의 프로스트와 닉슨 혹은 [더 퀸]의 토니 블레어와 엘리자베스 2세 간의 그것보다 평면적이고 균형이 잘 안 잡힌 가운데 조연들이 낭비되었다는 인상이 많이 드는데, 장점들이 단점들을 대충 보완하다는 점에서 제 판단은 아주 살짝 별 셋으로 기울었습니다. (***)  

    





[디스커넥트]

다큐멘터리 [머더볼]의 공동 감독이었던 알렉스 헨리 루빈의 극영화 데뷔작 [디스커넥트]는 온라인 상에서 일어날 법한 세 이야기들을 한데 굴려 갑니다. 한 왕따 소년에게 다른 두 소년들이 가짜 페이스북 ID를 통해 친구인양 접근해서 아주 잔인한 장난을 저지르는데, 이로 인해 터진 일로 왕따 소년의 아버지는 충격과 죄책감에 싸인 가운데 그 일의 원인을 찾는 일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한 TV 리포터가 성인 인터넷 채팅룸 사이트에서 일하는 십대소년에게 접근해서 좋은 뉴스거리 하나 얻으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갑작스럽게 신원도용을 당해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인 한 젊은 부부가 있지요. [크래쉬][바벨]처럼 이 이야기들은 몇몇 주인공들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이를 통해 영화는 인터넷 기술 발전에도 불구 여전히 소통에 서투른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려고 합니다. 의도한 만큼 완전 성공하지 못했고, 특히 절정 부분은 과잉이란 인상이 들지만, 영화는 상당한 사실감과 함께 이야기들을 굴려가고 출연 배우들의 고른 앙상블 연기는 간간히 훌륭한 장면들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

P.S.

1. [머더볼]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인 마크 주팬이 단역으로 살짝 출연하더군요.

 

2. 최근에 신용 카드 번호 도난당한 일이 있어서 세 번째 이야기가 가장 약한 부분임에도 불구 상당히 몰입이 되었습니다. 카드 회사에 연락받았을 때 정말 청천벽력 같았지만, 다행히 빠른 조치들 덕분에 전 아무 피해를 안 입었지요.

 




[러브레이스]

롭 엡스타인과 제프리 프리드먼의 [러브레이스]는 그 유명한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 [딥 쓰로트]의 주연 배우 린다 러브레이스의 인생 상승 곡선을 전반부에서 다룬 뒤, 후반부엔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과 그에 따른 결과를 다룹니다. 이런 이야기 형식은 영화보단 다큐멘터리에 더 어울리지만, 이미 [딥 쓰로트]의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2005년 다큐멘터리 [Inside Deep Throat]가 있으니 극영화로 대신 만든 것 같은데, 결과물은 그냥 평범합니다. 한마디로 개XX라도 해도 부족할 나쁜 남자 한 명 만난 탓에 평생 부끄러워할 포르노 영화 출연하고 나중에 겨우 잘 빠져나온 여주인공 이야기인데, 이런 이야기야 흔해 빠졌잖습니까. 하여튼 간에, 아만다 사이프리드야 주근깨 있는 얼굴로 나와도 예쁘고, 러브레이스의 어머니로 나온 샤론 스톤은 분장 덕분에 거의 못 알아볼 지경입니다. [딥 쓰로트]에 대해 좀 더 알찬 정보를 얻고 싶으시면 본 영화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다큐멘터리를 대신 보시길 바랍니다(한데 본 영화와 달리 보여줄 건 다 보여주니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

 




[인턴쉽]

세일즈맨으로써 잘 나가는 인생을 살아 왔던 단짝 동료 빌리와 닉은 자신들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백수 신세가 됩니다. 이리저리 새 직장을 찾아보다가 결국 이들은 구글의 인턴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되는데, 다른 지원자들에 비하면 컴맹이란 표현도 부족할 지경인 이 아저씨들이 첫 날부터 잘 될 리는 없지요. 영화는 빌리와 닉 그리고 어쩌다가 그들과 한 팀이 된 몇몇 지원자들의 좌충우돌을 갖고 웃음을 자아내려고 하지만, 영화 속 농담들과 코미디는 그리 좋은 건 없고 몇몇은 상당히 짜증스럽고 모욕적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들이 죄다 얄팍한 캐리커처들인 건 그렇다 치더라도 풍자 가능성이 많은 구글과 같은 소재를 갖고 그냥 식상한 코미디 영화를 만든 건 많이 실망스럽지요. (**)

 

P.S.

초반부에 모 배우가 잠깐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의 몇 안 되는 웃기는 순간들 중 하나입니다.



 


 [블라인드 디텍티브]

   [블라인드 디텍티브]에서 두기봉은 냉혹한 범죄 느와르였던 전작 [마약 전쟁]에 비해 분위기가 전혀 다른 코미디 수사극을 시도합니다. 시력을 잃은 후 미해결 사건 전문 사설탐정이 된 전직 형사 주인공 총은 그에게 찾아온 여형사 텅의 사건 수사 요청을 수락하지만, 그녀가 갖고 온 실종 사건보다는 다른 자잘한 사건들에 더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하고, 이런 모습에 진저리를 침에도 불구 텅은 가면 갈수록 총의 개인 조수가 되어 갑니다. 이를 보다 보면 [몽크]가 슬쩍 연상되니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 시리즈 하나 만드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야기 자체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각본이 불균일하고 산만한 가운데 중심 사건은 그리 흥미롭지는 않고, 캐릭터들은 코미디, 로맨스, 그리고 멜로드라마 사이를 과장스럽게 오가는 신경질적인 캐리커처들로 다가오지요. 그나저나, 영화 속 수사 과정은 다시 생각해보면 해볼수록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드는데, 결말 20분 전부터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미스터리 때문에 영화 속에서 텅이 엄청 삽질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저립니다. (**)  


 P.S.

 유덕화 먹방이 하도 많이 나와서(정말 많이도 먹습니다!) 본 영화가 국내 영화로 리메이크 되면 하정우가 캐스팅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웨이, 웨이 백]

 [더 웨이, 웨이 백]은 ‘그 해 여름....’이란 표현으로 서두를 장식해도 될 영화입니다. 이혼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내성적인 십대 주인공 던칸은 아버지 집으로 놀러가 여름을 보내고 싶지만, 대신 그는 어머니, 어머니의 새 남자친구 트렌트, 그리고 트렌트의 딸과 함께 트렌트의 해변 별장으로 여름휴가를 보내러 가게 됩니다. 일이 바라던 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기분이 안 좋은 것도 그런데, 그와 트렌트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고 그러니 그는 처음 며칠을 겉도는 기분으로 지내지요. 그러다가 던칸은 우연히 그 동네 물놀이 유원지에서 일하는 오웬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유원지에서 알바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여름날을 보내게 됩니다. 익숙한 여름 성장담이니 종착 지점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각본/감독뿐만 아니라 조연도 맡은 짐 내쉬와 냇 팩슨은 이야기를 느긋하게 굴려가면서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고, 그 결과물은 나른한 여름 분위기 속에서 어느 새 가슴이 살짝 뭉클해지는 소품입니다. 주연인 리암 제임스를 중심으로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레트, 아만다 피트, 앨리슨 제니, 마야 루돌프, 그리고 샘 락웰과 같은 좋은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모습도 보기 좋지요. (***)   





[더 히트]

[더 히트]는 캐릭터 설정만 들어도 1분 안에 나머지가 다 상상될 정도로 진짜 전형적입니다. 깐깐한 FBI 요원과 다혈질 길거리 형사가 처음에 성격/수사 방식 차이로 옥신각신 다투어도 우여곡절 끝에 같이 힘을 합쳐 악당들을 잡을 거라고 말씀드려도 스포일러가 아닐 지경이지요. 이야기 자체는 주인공들이 여성이란 건 빼고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지만, 주연 배우 산드라 불록과 멜리사 맥카시의 좋은 코믹 연기 호흡은 영화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고, 덕분에 상영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1/2)

 

 




[헛소동]

2011년 말에 [어벤져스] 후반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 잠시 쉴 틈을 가지게 된 조스 웨든은 기분 전환용으로 작은 영화 한 편을 만들었습니다. 이미 케네스 브래나가 1993년에 영화로 만든 적이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헛소동]의 배경을 21세기 캘리포니아 교외 지역으로 바꾼 가운데, 자신의 집을 주 무대로 삼아서 배우들과 함께 2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영화를 촬영했지요. 배경이 바뀐 것만 빼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브래나의 버전에 비해 여러 모로 소박한 티가 절로 나지만, 영화는 배우들과 함께 저택 안과 밖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흑백 핸드헬드 촬영을 통해 나름대로의 스타일과 활력을 얻고, 배우들은 노련하게 대사들을 소화해내면서 이야기를 더욱 더 경쾌하고 흥겹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어벤져스]에 시큰둥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웨든이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들보다는 이런 경쾌한 소품들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화이트 하우스 다운]

[백악관 최후의 날] 저리가라 할 수준으로 황당한 골빈 액션 영화이긴 한데, 상대적으로 덜 단조로운 편인 가운데 재미있는 순간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시간 때우기 용 액션 영화란 건 변함없지만요. (**1/2)



 


[롤러코스터]

2010년 봄에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좀 지루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면서 몸도 가끔씩 풀고 하는 동안 13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반면에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1시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별 다른 상승/하강 효과 없이 반복되는 개그들 앞에서 전 냉담해지고 지루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최악이란 건 아니고 재미있는 순간들이 좀 있긴 했지만, 보는 동안 웃거나 낄낄거린 적이 없었었습니다. 배우들이야 자신들의 캐리커처 캐릭터들 갖고 재미 보고 있긴 한데, 아마 이들 일하는 모습 담은 메이킹 다큐가 본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겁니다. (**)





[배우는 배우다]

[영화는 영화다]에 개인적으로 시큰둥했던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배우는 배우다]에 전 별 다른 흥미를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상영 시간 내내 김기덕이 쓴 각본의 많은 단점들이 계속 눈에 띠는 가운데 성공과 추락에 대한 흔해 빠진 이야기에 저는 금세 지루해졌고, 실망스러운 기분으로 상영관을 나오면서 감독 신연식의 다른 최근작 [러시안 소설]을 가능한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래비티]

본 영화에 대해 이미 많이 얘기되었으니, 개인적 추억 하나 좀 얘기하렵니다. 20104월 시카고 여행 동안 가장 즐거운 순간들 중 하나는 목요일 오후 동안 로저 이버트 영감님과 함께 일련의 시사회들에 참석한 것이었고, 그 중 하나는 IMAX 영화 [허블 3D]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인지 [그래비티]의 그 멋진 도입부 장면에 압도되는 동안 그 영화를 함께 같이 봤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좋은 최신 영화들 마주칠 때마다 그리워지는 이버트 영감님이 더 그리워졌습니다. (****)

 




 [캡틴 필립스]

 [캡틴 필립스]는 2009년 4월 8일 소말리아 해상에서 미국 상선 앨러배마 호가 그 동네 해적단에게 납치당했던 사건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영화 줄거리를 들으면서 최근에 인상 깊게 본 덴마크 영화 [하이재킹]이 떠올랐는데, 같은 소재를 다루었지만 픽션인 그 영화도 나중에 듣고 보니 실제 사건들에 영감을 받았더군요(EBS에서 그중 한 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며칠 전 방영되었지요). [하이재킹]이 느슨하고 여유 있는 이야기 구조에서 속 타는 협상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면, 폴 그린그래스의 [캡틴 필립스]는 비슷한 다큐드라마 분위기 아래에서 급박하고 위험한 인질극 상황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가고, 톰 행크스와 다른 배우들의 과시 없는 사실적 연기들에 몰입되다 보면 2시간 넘는 상영 시간은 금세 지나갑니다. (***1/2)      

    • 이것은 끝이다를 우선 보고 싶군요.
    • 그 에이전트가 댄 에크로이드죠?
      헛소동, 산드라블럭 영하, 샘록웰 영화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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