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한 번 영화제 중간결산을 올렸는데, 올 영화제 뒷부분에서 본 영화들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쓰겠습니다 ㅎㅎ
우선 <신의 선물>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피에타>의 조연출을 했던 문시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데요.
제가 김기덕 감독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건진 몰라도, 제 취향은 아니었고요. 김기덕 영화를 볼 때 느끼던 묘하게 이상한 인물들의 말투나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나 그런 게 고스란히 묻어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나마 김기덕은 그걸 극한으로 밀고 나가서인지 그냥 '김기덕'이라는 이름이 구축해온 게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좀 내 맛도 니 맛도 아닌 느낌. 어중간한 느낌이었어요. <배우는 배우다>나 이상우 감독 영화는 본 게 없어서 그 영화가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각본을 다른 사람이 쓴다면 결국 각본 쓴 사람의 자장(?)에서 감독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그 말이 적용되는 또 다른 영화가 <족구왕>입니다. 제목부터 코믹한 영화인데, 이 영화 진짜 웃깁니다! 근래에 본 작정한 코미디영화 중엔 제일 웃긴 거 같아요.
특히 오바 좀 보태서 주인공 홍만섭 역할을 하는 안재홍의 연기를 보노라면 외국관객들이 이 오묘한 뉘앙스와 말투에서 오는 개그감을 느끼지 못한단 게 아쉬울 정도에요.
(뭐 모든 영화, 연기, 대사가 외국어로 번역될 때 그런 핸디캡이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굳이 해본 건 송강호의 연기와 안재홍의 연기 밖에 없는 듯ㅋㅋ)
이 영화도 각본과 연출을 각각 다른 사람이 했어요. 각본은 <1999,면회>의 김태곤 감독이 썼고, 연출은 <이공계소년>이라는 단편을 만든 우문기 감독이 했습니다.
우문기 감독은 <1999,면회>에서 미술 감독을 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1999,면회>도 몹시 좋아합니다만 이 영화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자꾸 김태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쯤으로 말하는 걸 들을 땐 좀 꽁기꽁기해요!
홍보할 때 '1999,면회 팀의 새로운 작품~' 이런 식으로 언급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요. (사실 저도 처음엔 <1999,면회>감독과 <족구왕>감독이 동일인물인 줄 잘못 알았거든요.)
물론 각본도 좋겠지만 아무리 좋은 각본도 후지게 만들면 얼마든지 후지게 만들 수 있을 텐데, 이건 연출의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하여튼 이 영화는 개봉일정은 따로 잡혀있진 않다고 들었는데, 개봉하면 무지 인기 끌 거 같은데요. 꼭꼭 개봉하면 좋겠어요, 전 개봉하면 또 볼 거라능! 벌써 팬덤 형성됐다능!
그리고 소노 시온 감독의 <지옥이 뭐가 나빠>를 봤어요. 전 <두더지>는 갱장히 별로였어서 이 영화 볼 생각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막 엄청 웃기다고 객석이 떠나갈 거 같았다, 관객들이 휘파람 불고 박수치고 하면서 봤다
그러길래 오호? 그러면서 보러갔어요. 부천영화제에서 좀비영화나 슬래셔무비 볼 때에, 주인공이 좀비 격파하면 막 한일전 축구 골들어갔을 때처럼 다같이 환호하고 그런 분위기를 좋아했었던지라 ㅋㅋㅋ
그런 걸 예상하며 보러들어갔는데.. ㅋㅋㅋㅋ 웃기긴 옴팡 웃기더라구요 근데 취향 엄청 탈 거 같긴 해요 누군가에겐 전혀 웃기지도 않고 불쾌할지도...
저도 보면서 막 웃다가 '잠깐, 나 지금 웃어도 되는 거야?ㅋㅋㅋㅋㅋㅋ'싶기도 했고..
어떤 장면인진 언급하지 않겠지만 한참 웃다가 옆에 자리 관객이 울길래 '어머 저 사람 왜 울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갑자기 저도 슬퍼졌다던가...!!!
뭐, 그래도 지쳐가는 영화제 끝물에 보기에 좋은 영화였습니다아.
<천주정>은 지아 장커 영화 맞아......? 라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근데 이 영화도 1회차 영화라서 보다가 상모돌리며 잤거든요 그래서..
근데 생각보다 쎈 영화에요, 저는 그런 정보 없이 들어가서 당황스러웠어요! 돈도 많이 들었겠다 싶었고요.
<3X3D>는.. 피터 그리너웨이, 에드가 페라, 장 뤽 고다르가 만든 3D 옴니버스인데, 사실 고다르는 왜 이걸 3D로 만든 거지?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또 다른 지인은 고다르 에피소드를 최고로 꼽던데 제가 그냥 과문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셋 중 제일 별로.... 피터 그리너웨이가 3D 효과는 아주 잘 이용한 거 같고요. 에드가 페라의 시네사피언스를 좋다던 사람도 많던데 저는 그냥 그랬어요. 너무 칭찬 듣고 들어가서 그런가,
옛날에 뤽 물레가 만든 시네필에 대한 단편이 훨씬 재치있고 재밌었던 거 같아요.
<돌이킬 수 없는>은 10분 정도 보다가 나왔어요. 상영관 밖에 타란티노가 온 거 때문에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던 게 제일 컸고 ㅎㅎ 클레르 드니 안 와서 아쉬운 맘도 있었고.. 사실 그냥 영화제 끝물 되니까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는 보다보니 힘들더라구요.
<파라다이스 : 호프>는 전작인 <파라다이스 : 러브>보다 별로라는 얘기를 듣고 들어갔는데, 확실히 그렇게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별로이긴 한데.. 아주 후진 느낌은 아니었구요. 나름대로 재밌었어요.
<아델 이야기 1부와 2부>는, 보러 들어가기 전에 왜 제목이 <아델 이야기>도 아니고 굳이 1부와 2부라고 적었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가장 먼저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와 구분하려고 그런 거 아니냔 말이 나왔는데
글쎄요, 굳이 1부와 2부로.. 그렇다면 그냥 <아델의 삶>이라고 불어 원제 따라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고. 1부와 2부라는 구분이 영문제목이나 불어원제에 있었나요? 없었던 거 같아서... 인터미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지? 싶었어요.
영화는 수위가 높다, 정사신이 잘리거나 모자이크 될 거다라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고 들어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안 쎈데.. 싶더라고요. 전날에 새벽 4시 넘어서 자는 바람에 피곤해서, 보면서 졸지 않으려고 손등을 꼬집고 입술을 깨물고 했는데도
결국 조금 (15분 정도?) 졸았어요 ㅠㅠ 나중에 같이 본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별 장면은 아니었고 잘릴 수위도 아니니까 개봉하고 다시 보라는데 그 장면 때문에 3시간짜리를 다시 보려고 생각하니 암울... 그냥 넘어가기 그래서 다시보긴 하겠지만..
근데 영화 다 보고는 감독이 왜 이렇게 길게 만들었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군요. 자비에 돌란의 <로렌스> 같은 영화도 비슷한 이야기에 런닝타임도 비슷하게 길었던 거 같은데, 그런 생각 별로 안 들었거든요.
헌데 이 영화는 뭔가.. <레스키브>나 <생선 쿠스쿠스>를 보며 느낀 매력은 별로 못 찾겠고, 영화 전체도 너무 필요이상으로 길고 정사신도 과하게 길어서 배우들도 하다하다 더 무슨 연기를 할지 몰라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정사신 보다가 졸 뻔 한 건 이번이 처음..
내일은 영화제 전에 사뒀던 그래픽 노블 원작을 읽어보려구요. 물론 엠마로 나온 레아 세이두와 아델로 나왔던 배우는 엄청 매력적이고 연기도 잘해요. 레아 세이두 파랑머리는 정말 정말 매혹적이고요.
<호수의 이방인>은 아델 보고 잤던 거 때문에, 일부러 보러 들어가기 전에 아메리카노 쓰리샷!! 을 입에 털어넣고 들어갔는데.... 피로누적 상태에서 쓰리샷은 역시 무리였는지 머리가 핑핑 돌고 손발이 차가워지고 토할 거 같아서
결국 상영관 들어가기 직전에 두통약을 먹었는데 두통약 먹고나니 속은 더 미슥거리고 뭣보다 약기운까지 보태지니 잠이 불가항력급으로 쏟아져서..... 결국 영화 보는 내내 자다 깨다 했어요.
이 영화도 수위가 꽤 쎄고 적나라한 영화라는 얘기가 많아서 각오했는데 자다 깰 때마다 하필 그런 장면 중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와서 헤롱헤롱했어요. 개봉도 절대 못할 거 같은데 아아..
제 주변엔 딱 두 부류로 나뉩니다. 보면서 숙면해서 이 영화 대체 뭐...야? 하는 사람(=저 포함 피로했던 대부분), 다 보고 걸작이라고 칭송하는 사람..
저도 마지막 장면만 봐서 도저히 이 영화가 뭔 영화인지 알 수가.... 영화제 영화 중에 그런 영화 많긴한데 (<천주정>도 그랬어요,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잤어요 ㅠㅠ)
확실히 이 영화는 좀 컨디션 좋을 때 말짱한 정신으로 봐야 할 영화 같아요. 물론 피로를 물리치고 정신력으로 졸지 않고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조난자들>인데요. 스포는 피해서 쓰려고 노력해도 눈치 좋은 분들껜 스포가 될 거 같아서.. 결말에 대한 부분은 그냥 안 쓸게요, 다음에 개봉하면 스포 경고 달고 <조난자들>이야기만 따로 해볼까 싶네요 ㅎㅎ
<낮술> 노영석 감독님 영화이고, 저는 <낮술>은 못 봤는데 주위에서 좋다던 사람도 많고 시놉시스 보니 재밌을 거 같아서 봤어요.
<육남매>, <알포인트> 등에 나왔던 오태경씨가 나오는데 연기를 무지 잘해요. 이번에 한국영화 많이 본 사람들끼리 남/녀 주연상 주면 누구에게 주겠냐 상상놀이 하는데 남우주연상은 대부분 이 분을 꼽으시더라구요.
GV 진행을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하셨던가 했는데 스릴러, 서스펜스에 있어서 교본으로 쓰여도 좋을 만큼 효과적으로 잘 표현한 영화라고 칭찬하더군요. 저도 공감했어요!
이번에 한국 신인 감독의 영화들을 많이 봤는데, 만듦새에 있어서는 거의 1,2위를 다툴 거 같아요. 엄청난 실험성이나 그런 건 없지만.. 개봉하면 인기도 많을 거 같아요.
3줄 요약 : <족구왕> 꿀잼!! 다음에 상영 기회 포착하시면 필견하세요!
★★ 참, 제가 스포없음이라고 본문에는 적었지만 댓글엔 스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