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이방인-여운이 굉장히 강한 영화예요(스포일러)
칸 영화제 기간엔 제가 씨네21을 정기구독 중이어서 호수의 이방인 관련 기사도 몇개 읽었고,
심지어 그중 하나가 결말까지 몽땅 다 얘기해주는 바람에 '흠 이런 영화가 화제작이로구나' 이러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 돼서 아델에 이어 최고 화제작이었던 이 영화 예매에 친구가 성공한 덕에 어제 봤고요.
예매 열리자 말자 1순위로 클릭한 영화였는데, 처음 고른 자리가 결제 중이라 한번 튕기고 다시 들어가니까 잔여석이 무섭게 줄어 있었다더군요.
처음 영화를 볼 땐 수위가 예상보다 훨씬 세서 깜짝 놀랐습니다.
예매 실패한 아델에 대해서는 잘려서 개봉할 거란 얘기가 많길래 수위가 세겠구나 했는데
호수의 이방인은 예매에 성공해서 수위 얘기가 나오는지 마는지도 관심이 없었고 그냥 평범한 19금이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정도 수위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본 건 처음인 듯합니다.
숏버스는 감독의 장려에 따라 어둠의 경로로 봤었는데, 이 영화도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이 힘들다는 데에 올해 쓰고 남은 예매권 3장이라도 걸겠어요.
배우가 옷입고 나오는 시간보다 나체로 나오는 시간이 더 길고, 초반에는 체감상 얼굴 클로즈업만큼 성기 클로즈업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여튼 이렇게 게이포르노(?)로 시작한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스릴러가 되는데,
그때쯤엔 잘 생기고(에단 호크 닮았단 느낌이었어요) 몸좋고(마른 근육질에 털도 적음) 성격도 순해보이는 프랭크한테
정이 듬뿍 든 상태이기에 결말까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에 주먹을 동동 구르면서 보게 되더군요.
아니 이미 살인을 목격한 상태에서 미셸의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부터
'야 임마 너 그러지마, 니가 뭐가 아쉬워서 목숨을 담보로 연애를 해. 최상급 외몬데 제발 그냥 아무나 딴 놈 꼬시란 말이야, 엉엉' 이런 심정이었죠.
보면 애정결핍+외로움이란 저렇게까지 인생을 잡아먹는 감정인 걸까 싶기도 합니다.
인간은, 최소한 그 중 일부는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걸 명백히 느끼면서도 사랑 받고 싶다는 욕구를 포기할 수 없는 동물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그 사랑이란 게 실체가 분명한 감정도 아니고, 또 주변에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그냥 앙리랑 저녁 먹고 술마시고 소박하게 놀면 안되냐고ㅠㅠ)
미셸이 저지른 두건의 살인을 추가로 목격하고 숲속에 숨었다가 미셸이 보이지 않자 결국엔 제발로 걸어나와서 미셸을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다 알고봐도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옆에서 보던 친구가 놀라서 소스라치던 게 깜깜한 와중에도 느껴졌어요)
가슴이 풀썩 내려앉는 느낌인데 이게 영화를 볼 때보다 보고 나서가 더 강해요.
영화를 막 보고 나왔을 때는 소문대로 걸작이구만- 이러면서 비틀즈의 미셸을 흥얼거리며 저녁 먹으러 갔는데 지금은 계속 마지막 장면이 맴돕니다.
어제 오후에 영화를 봤는데 오늘 낮에 개 산책 시키다가도 문득 시체로 발견될 가련한 프랭크의 모습이 떠올라서 착잡해졌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보셨는지 궁금한데 아무래도 영화제 영화다 보니 글이 별로 많지가 않군요.
블러처리가 되고 말고, 자르고 말고의 문제를 넘어서는 수위(와 소재) 탓에 우리나라 극장에 걸리기는 힘들겠지만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