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 간단한 감상평(당연히 스포일러 가득)

화이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좋았고 올해 본 영화 중 설국열차, 퍼시픽 림과 함께 톱 3에 랭크. 간단한 감상평입니다.


1. 일단 흥행 만만찮겠다는 걱정이 좀 들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하드하고 불편한 영화입니다. 고어를 연상케 하는 잔혹한 묘사나 피칠갑 장면도 있고 또 심리적으로도 극한까지 쥐어짜는 영화고요. '깡철이' 같은 신파 액션을 예상했던 사람이나 여진구 멋지게 나온다길래 보러 온 관객들은 기겁할지도...=_=;; '지구를 지켜라'에 이어 2연타로 흥행 실패하면 감독님 다음 작품 어려울 것 같은데 제발 잘 됐으면 좋겠어요...ㅠ_ㅠ 결코 대부분의 관객들이 즐겁게 볼만한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입소문 타기 전에 첫 2주 동안 배우빨, 홍보빨로 300만 정도 뽑아먹길 기원합니다. 


2. 왠지 설정이나 전개에서 하드한 분위기의 일본만화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특히 왠지 모르게 미노루 후루야의 '두더지'와 정서적으로 닿아있다는 느낌... 이건 그냥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3. 김윤석은 '역시 김윤석!'과 '또 김윤석이야?'란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올 듯 합니다. 최근 영화들에서 너무 똑같은 모습들만 보여주고 있는데, 또 그 역할을 그만큼 잘 수행할만한 배우가 눈에 띄지 않아요. 뭐 이것도 메소드 연기라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참 끝까지 찌질했던 아버지 역할도 썩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만 다음 작품인 '해무'에서도 카르사마 넘치는 선장 역할이군요...=_=;; 윤석이형, 가끔은 힘빼고 평범한 역할도 좀 맡아줘요. 


4. 아빠 중 주연(장현성)이란 캐릭터가 참 궁금하고 매력적이었는데 결국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이 중도퇴장해버려 참 아쉬웠습니다. 아빠들 중 석태(김윤석)는 그냥 선악을 초월한 괴물이고, 기태(조진웅)은 석태가 따라오라고 하면 찍소리 못하고 따라왔을 위인이고, 범수(박해준)와 동범(김성균)은 석태가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칼잡이, 총잡이로 살았을 범죄형 인간들이니 석태 패거리에 속해있는게 퍽 자연스러운데 주연은 도무지 아니거든요. 기태와 함께 가장 따뜻하고, 화이를 자신들과는 달리 올곧게 키우려는 인물이죠. 젊었을 때 뮤지션이었던 것 같은 사진도 있고요. 석태가 주연에게 "너도 처음엔 달랐잖아? 근데 지금은 어때?"라고 묻는 장면에서 주연은 원래 이 범죄 패거리의 일원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어쩌다가 이런 괴물들의 브레인 역할을 맡게 된 걸까요? 샤워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보면 왼팔 전체에 화상의 흔적이 있는데, 뭔가 흥미로운 사연이 있는 상처가 아닐까 싶었지만 결국 밝혀지지 않고 퇴장...=_=; 화이와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화이가 겨눈 총을 잡은 채 스스로 심장 쪽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더군요. 화이가 자신의 친모를 죽인 석태를 죽일 때조차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는 걸 고려하면, 주연의 죽음에서 방아쇠를 당겼던 것은 주연 스스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의 의미는 뭐였을까요? 화이에 대한 속죄? 아니면 끝내 화이를 자신들과 다를바 없는 괴물로 만들어버렸다는 회한? 


5. 캐릭터들 중 박실장(안연석)과 동범(김성균) 캐릭터는 좀 전형적인 핵심 권력자 밑에 어두운 일을 맡는 비서, 싸이코 살인마의 클리쉐를 모아놓은 듯 했습니다. 더불어 동범의 죽음에서 '역시 총싸움에 칼을 들고 나오면 안돼...=_='란 걸 실감. 강렬한 느낌에 비해 좀 허무하게 퇴장해버렸죠;; 


6. 보육원시절 석태가 기도하는 장면에서, 교련복 무늬가 모두 글씨로 되어있는 듯 하더군요. 혹시 눈여겨 보신 분 있나요? 


7. 석태와 화이는 모두 괴물에게 고통받습니다. 석태는 스스로 괴물이 됨으로써 괴물을 없애고, 화이는 괴물을 삼켜 극복해내죠. ...그리고 이건 그냥 뻘생각 같긴 한데, 석태를 괴롭히던 괴물의 이미지는 나무뿌리 같은 느낌의 촉수이고, 화이의 괴물은 짐승의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창고에서 화이가 자신의 괴물을 똑바로 노려보며 없애는 장면에서, 그 괴물을 옭아매어 없애는 것은 나무뿌리 같은 촉수죠. 이는 석태의 괴물이 화이의 괴물을 지워냈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그 촉수괴물이 죄책감이나 인간성을 상징하는 걸까요? 석태가 일말의 인간성마저 없애버린 시점에서 촉수의 괴롭힘을 벗어나고, 화이는 자신이 두려워하던 괴물을 촉수를 이용해 없앤다는 점에서 이 장면도 좀 흥미로웠습니다. 


8. 장진환 감독과 장진 감독이 친분이 있던가요? '화이'란 이름이 낯익어 생각해보니 '간첩 리철진'의 여주인공 이름도 화이군요. 장진 감독이 이 이름을 꽤나 아껴서 '화이가 힘내라고 해주는 게 화이팅이다' 비슷한 인터뷰를 봤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우여의 일치인지 아니면 의미가 있는건지 궁금합니다. 

    • 2. 일본 만화 내지는 그런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 사무라이 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60-70년대 B급 사무라이 물, 수라설희나 망팔 무사도 등등
      • 일본 영화는 별로 보지 않아 못 본 작품들이군요. 흥미가 생기는데 어떤 면에서 비슷한가요?
        • 좀 비현실적이잖아요, 마치 사조영웅문에서 강남칠괴가 어린 곽정을 거두어서 자신들의 무공을 가르쳐주는 식의.. 각자의 특기가 있는 고수 무리에서 자라난 주인공 같은..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검객 시리즈나 수라유키히메에서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감옥에서 몸을 팔아서 낳은 그 아이가 자라서 복수한다는 식의.. 약간 성인용 일본 만화 틱한 설정..?
          • 원수 혹은 괴인에 의해 병기로 길러진 소년이란 설정이 어찌 보면 무협지스럽기도 하군요. 어쨌든 이 비현실적인 설정이 한국 스릴러 특유의 질척질척한 느낌과 만나니까 진짜 하드한 물건이 나오네요.
    • 4. 더불어, 기태는 동네 술집 여자에 탐닉하고, 범수는 스포츠카에 탐닉하고, 동범은 노름에 탐닉하는데, 석태와 주연은 그 돈 벌어 뭐하나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7. 흥미로운 설명이네요. 전 그 나무 뿌리가 화이의 괴물의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 말고 다른 장면의 괴물이서도 나무 뿌리의 이미지는 나오죠. 그래서, 화이가 화이목 바닥에 감금됐었기 때문에 등장한 이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에 화이의 괴물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냥 화이가 괴물을 조용히 응시하던 모습만 기억이 납니다.
      • 4. 주연은 책 사모으는 듯 하고(물론 씀씀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겠죠), 석태는 그냥 돈을 초월한 괴물이니 결국 화이네 집 생활비는 이 두명에게서 충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특히 동범과 범수는 생활비 낼 타입으로 보이지 않아서요. 범수는 억대 스포츠카에 총까지 사야 하니 열심히 벌고 아껴써야겠군요;;

        7. 공장 장면에서 화이가 으르렁대는 괴물을 가만히 응시하고, 원래 괴물의 일부였는지도 모르겠지만(저는 다른 장면에서도 촉수 이미지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무 뿌리 같은 촉수가 괴물의 사지와 목을 휘감습니다. 괴물을 삼킨다는 건 그냥 비유적 표현이고 촉수가 괴물을 휘감아 없애는 건 확실해요.
        • 아무도 말씀 안 하시는데 못 견디겠어서ㅠㅠ 장현성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은 '진성'이었고('주연'은 누구죠..?), 5에서 박실장은 '유연석'이 연기했고(안연석이 아니라ㅠ), 8에서 감독은 '장준환'입니다..('장진환'이 아닌..) 앞에선 제대로 쓰셨네요.. 지적 죄송해요;
    • 9. 참 그리고 지금은 직장 때문에 떠나있지만 고향이 대전이고 여전히 거의 매주 대전 본가에 가는데, 유성 분재원이나 평화 요양병원 등 아는 곳들이 나오니까 반갑더군요 ^^;; 특히 평화 요양병원은 할아버지 계시던 곳이라 더욱.

      10. 박용우 정도 비중이면 특별출연이 아니라 조연에 올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이+아빠들 빼면 출연분량도 가장 많은 것 같은데 말이죠;; 한 때는 꽃미남 배우 계열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뺀질거리고 부패한 속물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하는 것 같아요.
      • 10. 박용우 뺀질이 속물연기는 이미 쉬리때부터 알아줬죠... 그땐 신참 낙하산이었는데... 이제는 부패한 반장님...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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