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스포일러를 둘러싼 잡담
0.
스포일러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스포일러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강요하는 인상을 주거나, 다양한 생각의 나눔이 아닌 원치않는 다툼을 유발하게 될까 싶어 망설였습니다.
2.
지나가는 이야기.
얼마전 동네형(이지만 바보형은 아님)과 가볍게 한 잔 하다가 마이너리티가 소수자로 번역되는데
그렇다고 적은 숫자로 오해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쪽에서 넘어온 표현이라고 하시더군요.
적은 숫자가 아닌 상대적 약자.
김동렬님의 글에서는 이러한 소수자,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문명이라 하더군요.
개고기를 못먹는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맛난걸 왜 못먹어?" 하며 먹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 소수의 의견을 배려해 주는 것.
부장님이 먹고픈 곰탕이 아니라 여직원들이 먹고픈 스파게티 먹으러 가주는 것.
스포일러라며 질색하는 사람에게
"아니, 이게 왜 스포일러야?" 하고 따져드는 것이 아니라 스포일러라 생각하며 상처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일러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 이야기 나눔을 통한 정의내림을 하고 싶었습니다.
- 제 깊은 속내에는 "아니, 이게 왜 스포일러야?" 라는 야만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다만 강요가 아닌 감정을 내려놓고 이성으로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더 옛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 삶에서 스포일러라는 단어의 시작은 "유주얼 서스펙트" 였습니다. 더 지나서는 "식스센스"가 있겠습니다.
우선 제 기준은 여기까지가 되겠습니다. 반전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스포일러를 주의하자.
그런데 아시다시피 주위에는 이보다 민감하게 스포일러 여부를 판단하시는 분이 계시지요.
이런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우리는 햄릿과 오셀로의 결말을 알면서도 연극과 영화를 보러 갑니다.
뮤지컬 팬들은 같은 작품을 끊임없이 보러 갑니다.
책을 영화화 한 경우에는 책을 먼저 예습하고 가거나, 책의 큰 흐름을 우선 쉽게 머리에 넣기위해 영화를 먼저 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엄청난 반전의 영화도 다시 보면서 이런 복선을 깔아 두었구나, 이 부분은 개연성의 구멍이 있구나 하며 재미있게 봅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면 과연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일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 분께는 "출발 스포일러 여행"일 수 있겠지요?
4.
신형철의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에 초대손님으로 온 김영하가 마침 이 현상을 이야기하더군요.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관련하여 글을 써보신다 하네요. 위의 햄릿, 오셀로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였습니다.
작가의 시점에서 이 현상, 스포일러 민감을 적어보시려 생각중이라 하니 기대가 큽니다.
-잘 발달된 타인의 머리를 빌리는 기분이네요.
-혹시라도 누군가에 대한 공격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며, 그러하였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