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언젠가 나이들면

— 엘리자베트 슐룸프




언젠가 나이들면
양귀비꽃빛 붉은 옷을 입겠어요,
내 몸 곳곳에
내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정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커다란 모자를 쓰겠어요,
챙이 넓게 퍼져
얼굴에 우아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도록.

저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정신 나간 할망구 좀 봐,
사람들이 등뒤에서 그렇게 비웃어도
나는 당당할 거예요.

많은 일들을
더는 하지 않을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데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일 따위
지루한데도 머물러 있는 일 따위
듣기 좋은 말로 맞장구치는 일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내 느낌이 어떤지 말하겠어요.

하지만 많은 일들을
여전히 할 거예요,
손주랑 미끄럼틀을 타고
건초 더미 속에서 재주를 넘으면서
큰 소리로 웃을 거예요,
시내 전차 안에서
맘에 드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어찌 사느냐고 묻겠어요.

꽃집에서
계절과 꽃다발에 관해
여주인의 생각을 물어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어요.

여행을 할 거예요.
토스카나의 가장 아름다운 포도밭을 찾아가겠어요,
그저 포도주 병에 붙은 라벨이 마음에 들어서요.
북해로 떠나겠어요,
잿빛 바닷가와 서늘한 바람이
문득 그리워져서요.
그저 맘이 내키면
밤에도 산책을 나설 거예요,
꽃향기를 따라서
바람에 리본을 휘날리며.

아무런 근심 없이 맨발로
무덤으로 들어가겠어요.









 
    • 왜 밤만 되면 원두커피가 마시고 싶을까..
    • "마치 당신이 젊음을 누리지 못한 것처럼 엄살부리지 말라"고 시비걸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 고요한 가을밤이군요...ㅎ
      • +1. 글쓴분께 딴지 거는 건 아니고, 저도 이 글 볼때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보기가 싫더라고요. 늙는것이야 누구나 싫지만 늙어감을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속에 젊음, 열정을 품고 있는것도 아니고 마치 자신이 지금 공허하고 볼품없게 늙은것에 대한 비겁한 변명 같아서요.
        • 무슨말인지 알고,

          저도 노인들에게 반감이 많습니다만,

          저 말의 의도는

          늙음을 부끄러워하지말고,괄시하지도 말라는 뜻일테죠.ㅎ
      • 222. 태어나자마자 나이 든 것도 아닌데 말이죠
    • 저도 언젠가 나이들면..저렇게..
    • 좋은 시. 마음에 듭니다.
    • 아...

      오늘 관상봤는데 재밌더군요.^^

      잘 만든듯.

      배우들 연기가 아주..

      이종석은 연기공부 더 열심히 하고.표정이 몇개 안 되더군요.
      • 근데 몬스터대학도 안하고, 우리 선희도 안하고 관상만 세개....

        지방보다 더 심한듯.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
    • 그런 여유로운 생각으로 지금 젊음을 마음껏 누리면서 산다면 좋겠지만, 과연 나이가 들고서도 같은 생각이 들까요. 그렇게 되든 아니든 어짜피 본인 몫이겠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함부로 뭐라고 할 것은 아니지요. 모쪼록 늙음이 노력으로 받은 상이 된다면 좋겠군요.
      •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뭐라고 하다뇨?
        뭔소리..
    • 영화 "시" 속의 주인공 할머니 같아요. 소녀같던 예쁜 할머니.
    • 생의 판단이 잘 된 할머니 아니 지금은 젊은 아줌마
      • 아니 저 글 쓰신분 할머니예요.

        곱게 나이 드신듯.ㅎ
    • 어떤 직업군은 30대만 되어도 퇴물 취급받고 차가운 눈총을 견뎌야 하죠.
      전문직이 아닐수록.

      전엔 여자분들에게 훨씬 더 가혹했는데 요즘은 별로 많지 않은 나이에 조기 퇴직을 강요받는 현실이 (남녀 공히) 남자분들에게도 강요되는 현실이 가속화되는 듯해서 씁쓸해서 이 글 제목에 동감합니다.
    • 내용만 읽으면 왠지 처녀 적의 인상을 얼굴에 남긴 고운 나이 든 여자(할머니라고 하고 싶지 않네요)가 바람결에 리본을 흔들이면서 걷는 모습이 떠올라요. 아름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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