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대로.

1_ 피곤하고 졸리고, 글을 쓰고 난 다음에 샤워하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 예정입니다. 그런데 또 잠이 안 오면 어쩌죠.


2_ 듀게 글쓰기 모임을 어떻게 해볼 지, 내일이나 모레 쯤? 아니면 수요일 저녁? 언제가 되었든 써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주 금요일 저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긴 하지만 그 때 또 피곤하다면 안 쓰게 될지도 모르고. 사실 듀게 온라인 모임을 하나 한다면, 레옴님께 물어서 느슨한 독서모임을 부활시키고 싶지만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부지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터라. 그런고로 글쓰기 모임 이름을 제가 정할 수 있다면 느슨한 글쓰기모임으로 하고 싶네요. 진행 방식에 대해서 전 최대한 빠져서 결정하고 싶은게, 전 아무래도 계획을 짜는데 있어서 느슨함이 / 융통성이 없는 편인지라 다른 분들이 느슨하게 정한 형식을 따르고 싶어요. 제가 글쓰기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는, 전 이유나 마감이 없으면 글을 쓸 일이 없어서에요. 어떤 글이든 쓰고는 싶은데, 그만큼 쓰기 싫어요. 약간의 목적이라도 주어지면 왠만하면 쓰게 되니까 그런 도움을 받아볼까 하고 말이죠. 최근에 생각하는 건데 글쓰기는 질보단 양입니다. (그리고 빈도)


3_ 요새 책을 끝까지 못 읽는 병에 걸린 것 같았는데, 조금은 헤쳐나왔어요. 완전히 빠져나온건지 다시 빠져들지는 이후 하는 걸 보면 알겠죠. 단순히 시간 날 때 1시간 동안은 한 책을 집중해서 읽자는 마음에 스톱 워치를 다운 받아서 1시간 부터 줄어들도록 맞춰서 읽어봤는데 꽤 효과가 있더라구요. 이렇게 읽다 보니, 오랜만에 몇 권 완독하고 반납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요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기보다는 인터넷에서 PDF로 다운 받은 글을 더 많이 읽었는데 그건 좀 지쳐요.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짤막짤막한 PDF가 떠오르고 PDF를 보다 보면 맥락도 못 잡고 그랬죠. 읽히는 김에 뒷 부분을 밀려 몇 달을 보낸 책들을 하나씩 꺼내 해치우고 있답니다. 시간을 재다보니 1시간 사이에 몇 쪽을 읽는지 덤으로 알 수 있습니다. 책이 얼마나 팍팍한지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그걸 알면 대략 책 종류에 따라 얼마의 시간을 들여야 완독 할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겠더군요. 이런 계산이 능해지게 되면 무리해서 많은 책을 빌릴 일이 없어지겠어요. 원래 책을 사지도 않는 편이라, 집에 읽지 않은 책은 거의 없었는데 친구에게 1년 전에 빌린 책이 약 25권 정도가 있어 답답했는데 하나씩 읽어버려야 겠습니다.


읽는 책의 주제는 참 여러 곳으로 튀는데, 요새 생각이 드는 건 좋은 책은 참 별로 없다는 거에요. 내가 죽을 때까지 읽을 책도 한정되있지만, 그만큼 좋은 책도 한정되어 있단 생각을 했고 잘 골라서 읽고 싶은 것만 읽어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멜서스의 [인구론]을 앞 부분만 조금 맛봤는데 백과전서 식으로 18세기의 서구적 시각을 알 수 있더군요. 예상외로 풍만한 책이었습니다. 그걸 읽다보니 [사라져가는 세대]에서 그렇게 까였던 '식량의 증가와 인구의 증가간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해서, 식량 관련 책을 따라 읽고 있습니다. 세계의 식량에 대한 책들은 다들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분인데, [식량전쟁]이라거나 [세계 곡물 대전망]같은 이름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 줌에 쥘만큼 밖에 없어서 한 10권 읽으면 이 분야의 책은 더 이상 없을 거에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일 거구요. 11년도나 12년도에 나온 책들을 읽어보니 08년도에 작물 시장에서 인플레가 강하게 있었나 보더군요. 아마 그 일이 없었다면 이런 책들이 번역되서 나올 일도 없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간과 식량]이 이 분야의 교과서 같아 보이는지라 지루하겠지만 꼼꼼하게 읽어볼 생각이에요. 중간 평가는 멜서스의 요건들이 재평가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입니다. 식량 문제의 미래에는 기후 변화도 걸려 있어서 이 계열도 같이 읽으면 더 명확하겠더군요. 미래 예측 환경 관련 서적들은 허황되게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 싫어하는데 오랜만에 읽어보려구요. 오늘은 [기후대전]을 읽었는데 11년도에 나온 것이라 최근의 흐름을 많이 따라 잡았습니다. 07년도 쯔음에 지구 온난화 관련이 궁금해 끝장을 볼 정도로 팠었는데 그게 사뭇 기억이 나덥니다. 인구학 관련 상식들과 관련되니 참 화끈한 시대를 살아갈거라 예상이 되었어요. 2100년까지 인구는 100억의 하향 분기점을 찍으며 40억이 늘어나는데 그 가운데서 식량 생산은 한계치를 찍고, 기후 변화는 심해진다라. 하나도 남김 없이 가정의 조합이긴 하지만, 냉전 시대만큼이나 국가 연합의 역량을 시험하는 시대가 되겠다 싶어요. 다만 이번에 적은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밖에 있겠지만요. (그냥 이런 것들을 생각만 해도 SF 하나 나오네요.)


4_ 통계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제가 수치를 기반하지 않고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이 이해를 못해서였습니다. 수치라는 객관적인 단위가 저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것이었는데, 요새는 또 너무 무거워져서 소통이 안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통계 관련해서 (재미있으니까) 취미로 알면 알수록 쓸모는 있는데 너무 무거워져요. 무언가 말할 때 가볍고 빠르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벗어나서 가볍게 써볼까 하면 또 형체가 없는 글이 되어버리고, 이 비중을 지키는게 참 힘들어요. 그래도 언제나 무거운 글만 쓰기는 버겁기 때문에 이런 무제 제목으로 가벼운 이야기가 빠져나갈 길을 계속 모색해볼까 합니다.


5_ 맞춤법에 관련해서는 예전에 이미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은 맞춤법에 대해 지적할 수 없을까.]로 정리한 적이 있어 한참 이야기가 나올 때 또 끼어들긴 그러더군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싫어해서. 맞춤법 지적에 대해 다투게 되는 것은 일원적인 문제보다 다면적인 문제라 간단히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으니 맞춤법에 대한 몇가지 생각.


ㄱ. 한국에서 개인주의가 정착되면서 오지랖의 범위 설정에 있어서의 갈등. 인터넷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그 자체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오지랖을 펴는 것인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하고 남의 자유를 어디까지로 할 지가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죠. 이미 서로가 개입을 하고 있는데 물러서기 위해 개입을 계속 한다면 내적 오류가 납니다.

ㄴ. 글쓰기에 소통이 포함되어 있는 문제. 글을 쓰는 것은 홀로 될 수 없습니다. 글쓴이와 글은 서로 분리가 되어 개별의 것이 되죠. 뭐, 저작권법을 적용하기 위해 글을 글쓴이 인격의 연장선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글로 쓰여진 동시에 글쓴이와 분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글쓴이가 자기 글을 읽게 되었을 때 자신이 아닌 타자화된 무언가를 보게 된다는 거죠. 그럴 경우 글을 제작하는데 있어 노력을 덜 할 수록 글읽는이가 노력을 더 해야 되게 됩니다. 맞춤법도 그 중 일부로 글쓴이가 글읽는이에게 노력을 안 함으로 수고를 넘기는 것이죠. 노력을 어느 쪽이 더 할 것인가를 밀고 당기게 되는데 그 가운데에 맞춤법도 포함되어 있다 생각합니다.

ㄷ. 한국에서 문제 해결로서 지적이 갖는 함의. 저는 한국어 밖에 몰라서 한국 웹에서 밖에 글을 못 읽는데 수정해야 할 대상을 비난하건 비판하건 하는 방법을 주로 선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무언가를 고치기를 요구하거나, 고치기 이전에 무언가가 틀렸다는 것을 언급하는 경우 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합니다. 해결을 해석하는 데 있어 그게 익숙 하니까요. 합의를 거처 협력하는 상황을 자주 봤다면 익숙할텐데 지적과 토론이 합의에 이르는 경우를 보기 힘들죠.

ㄹ. 저의 경우. 저는 맞춤법을 이기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합니다. 이타는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한 점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거슬리는] 맞춤법과 [거슬리지 않는] 맞춤법의 차이더군요. 예컨데 빨리 낳으세요, 나 문안하네요, 는 매우 신경 쓰이는데 들어나는, 의 경우는 신경이 안 쓰여서 자주 틀려요. (드러나는을 써야 하는데 들어나는이라 쓰죠.) 만날, 이나 바라, 의 경우 저는 상당히 거슬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별로 안 거슬려 해서 지적을 잘 안 합니다. 띄어쓰기의 경우도 "-지"를 띄어써야 할 때 안 띄어쓰면 전 거슬리는데 다른 분들은 별로 안 거슬려 하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거슬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의 차이는 무엇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런건 서로 말하지 않는 이상 공유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확실한 부분에서 틀리니까 완전 깼어요."도 [확실한]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잖아요. '됬어'가 '정막(적막)'보다 더 거슬리는 이유가 뭘까요. 적어도 전 많은 사람들이 상대를 '깬다'고 생각할때는 지적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긴 맞춤법 지적 토의의 승자는 지적에 대해 거슬려하시는 분들일거라 생각해요. 왜냐면 그런 토의의 피로함이 결과가 어떻든 지적을 안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효과를 일으킬 꺼니까요. 비용의 증가는 행동에 대한 효과적인 봉쇄책이죠.


6_ 시간 재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인터넷 서핑은 정말 비효율적이더군요. 시간은 빨리 가는데 남는게 없어요.


7_ [무지는 유지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란 명제가 머리를 떠나지 않은지 거의 8개월 되어가네요. 이게 입증 가능하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권력관계가 해체될텐데 그런 일은 없겠죠. 그래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이런 명제를 주장하는지도 생각해보고 말이에요. 오래전의 [순수, 순진과 무지 그리고 동거. (어린이도)]를 보면 제 생각이 많이 변한걸 알 수 있네요. 그 때는 무지를 안 좋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모국- 에 대한 대체어가 없을까요. 모국어나 고향이나 최초 인지 지식 말이죠. 선험 지식이란 것은 경험 이전의 지식이니 다른 이야기고. 알고 있는 곳에 지식을 덧씌우는 것과 비어 있는 것에 첫 번째 지식을 채워 넣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 생각이 들어서. 무지의 소중함이라면, 인간이 무지를 계속 잉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무지한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우리에게 무지를 가르쳐주는 식으로요.


세 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한 번의 번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정주의라고 할까, 지식의 덧씌우기라고 할까, 최초에 배운 지식들이 다른 방식으로 재배열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 번 겪는 것 같습니다. 두 번은 안 겪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진보적이던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보수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테니까요. 일베 관련해서도 '그 사이트에 갔더니 지금까지 알던게 틀렸던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란 누군가의 대답이 떠오릅니다. 그런 식의 번혁과 수정을 즉,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후에 진보적인 맥락을 들으며 자신의 지식을 재배치하며 진보적이 된다거나 그런 게 떠오른단 말이죠. 게시판과 인터넷을 국가식으로 풀이하고 있는 저에게는 '모국'과 '모국어'라는 개념도 재미있습니다. 인터넷 상의 모국과 모국어(모국문?)를 기억하시나요? 음, 7_은 무슨 말인지 모를 가볍게 날아가는 글이 되었네요.


8_ 시간 재는 버릇 하니, 아주 작은 포스트잇 붙이는 버릇도 들였는데 참 좋아요. 책을 사는 편이 아니라 빌리는 편이라 도서에 어떠한 변형도 가하지 못 했는데, 이걸 이용하니 줄 긋지 않고도 기억에 남는 구절들을 표시하고 다 읽은 다음에 정리 할 수 있더군요. 다만, 책을 너무 오래 읽을 때 왜 그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였는지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만.

    • 7은 일반적인 쓰임새로 생각하면 무지보단 무식이 더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 글 참 재밌네요. 떠오르는 대로 쓴 글이 이정도라면 느슨한 글쓰기 모임이 필요없어 보이시는데. 하긴 글은 질보다 양이라는 말에 무척 동의하긴 하지만요. 머릿속의 무질서한 생각들을 구조화해서 써내려가기가 점점 힘이 드는 건 사회인이 되면서 장문의 글을 쓸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 '만날'의 경우엔 최근에 '맨날'도 맞는 표현으로 인정되지요.
    • 글쓰기 모임 좋아요!
    • 잔인한오후님이 만드시는 건가요? 왠지 기대 반 두려움 반입니다.
      인터넷 서핑은 비효율적이지만 제 삶 자체가 이미 비효율적이라...
    • 타나토스_ 철학 논리를 쌓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범위를 제가 원하는대로 규정하기 위해 일부러 무지로 선택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지혜 둘 다 하나로 묶어서 다뤄야 하거든요. 지식(유식/무식)이 7의 전체 내용에서 적합하겠지만 더 넓게 보고 싶어요.

      바깥_ 저는 과거보다 현재가 글쓰기 좋은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쓰기를 대체할 것은 많고, 거기다가 이미 근사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글들이) 너무 많아서 비교우위식으로 자신이 굳이 글을 써야할 이유를 찾을 수 없죠. 과소보다 과잉의 시대에요. 제가 이 [떠오르는 대로]를 며칠씩이나 뒤로 미루며 안 쓰고 있었는데, 이게 제가 느슨한 글쓰기 모임을 원하는 이유입니다.

      에아렌딜_ 저도 모임 만드는 것에 공포증이 있어서 시도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란 느낌으로 해보려구요. 서로의 이익이 합치하기도 해서 가능해 보여요.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서 에아렌딜님이 의견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감이 안 좋아서.. 그리고 인터넷, 뭐, 삶을 비효율과 효율로 나눠서 효율을 강요하는 게 현대 사회의 강박인지라 자기가 즐기는 공간을 비효율이라 해서 고통 주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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