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스포일러 있습니다.



0.

요즘은 이동진의 빨간 책방,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에서 소개된 책만 읽습니다. 

애써 거부감을 가지려 않고 즐겁게 읽습니다. 

이 책은 쉽게, 즐겁게 읽혔습니다.


1.

하루키는 한때 참 열심히 읽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왠지 쌍으로 무라카미 류가 있었고, 

또 다른 색채의 요시모토 바나나가 있었던 시절이네요. 오랜만에 만난 하루키는 좋았습니다.

좋아했던 작품은 태엽감는 새, 스푸트니크의 연인이었습니다. 


2.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 소개되었던 문장들입니다. 

팟캐스트를 먼저 듣고, 책에서 읽게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p213. 쓰쿠루가 아카를 만나러 갔을때에 리셉션 데스크의 여자

"그녀는 쓰쿠루의 명함을 받아들고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커다란 개의 부드러운 코끝을 누르는 듯한 손짓으로 살짝 내선 버튼을 눌렀다." 

마치 검지 끝이 촉촉해지는 듯한 느낌의 문장입니다. 


p298. 쓰쿠루가 핀란드에서, 사라를 통해 소개받은 여행사 직원 올가를 만나서

"유복한 농가에서 태어나 성격 좋고 시끄러운 거위들과 함께 자란듯한 인상이다."

한 문장으로 인물을 이렇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 

그것도 이런 생뚱맞은 표현이 전혀 문맥에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3.

책 속에 나온 음악들 넷을 휴대폰에 넣어두었습니다. 조금은 다른 음악들이지만 이 소설로 묶어봅니다.

이틀 뒤부터 지리산에 가는데 짬짬이 듣고 싶네요.


셀로니우스 몽크 : 라운드 미드나잇

엘비스 프레슬리 : 비바 라스베가스

르 말 뒤 페이 : 하이다가 듣던 라자르 베르만 연주, 에리(=구로)가 듣던 알프레트 브렌델 연주


4.

아카가 언급했던 부분. 

배에서 밤바다에 홀로 떨어진 사람 이야기는 분명 어디에선가 먼저 읽었었던 기시감이 드네요.


5.

시로가 낙태를 한 부분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다음 읽을 모옌의 개구리의 주요 이야기가 낙태거든요. 

심지어, 팟캐스트를 통해 이야기되는 개구리의 주제는 내가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가해자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책의 끝부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PS.

하루키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참 쉽게 여자의 호감을 얻고, 참 쉽게 섹스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하루키의 MSG, 라면스프라고 명명해보고 싶네요. 






    • MSG... 재밌네요.
      문학동네에서 만드는 팟캐스트도 참 좋아요.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진행하는 월간 팟캐스트인데 첫회에 1.5배속으로 듣고 싶은 마음만 견디신다면 깨알같은 유머도 즐길 수 있고. 그냥 진심이 느껴져서 좋아요.
      1회에는 김영하씨가, 2회에는 박찬욱 감독님이 나왔네요.
      • 감사합니다.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이동진, 김영하 팟캐스트는 거의 다 들었거든요.
    • 하루키는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봐요. 이 작가의 최대치인 거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자기 한계를 아직 모를 시절, 겁없이 도전했다가 정말 우연(이게 또 천문학적인 숫자지만)찮게 얻어걸린 작품이라고 보구요.
      아마 하루키 자신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결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할 거예요.

      캐릭터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살아움직인다,라는 명제를 믿는다면 하루키는 자기 캐릭터와 자기가 생각한 스토리를 화합(통제?) 못 시키는 작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제 생각을 넘어서는 말씀이라 감히 뭐라 덧붙이지는 못하겠네요.
        그냥 이 책은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 감사히 읽었습니다. :-)
    • 스포일러라고 써주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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