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슈퍼 배드 2]

 [슈퍼 배드]를 보고 나서 그에 이은 속편이 나올 거란 얘기를 듣고 전 의아했습니다. 결말에서 악당 주인공 그루가 개심해서 슈퍼 악당으로 명성을 날리는 대신 세 고아 소녀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평범한(?) 일상을 택했는데,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하여튼 간에, 그루가 개심한 전직 악당으로써 한 의문의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는 평범한 설정을 갖고 본 속편은 생각보다 이야기를 잘 굴리는 편이고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성취도야 전편과 그리 차이가 없지만, 그 귀여운 미니언들을 보면서 어린 관객들과 함께 낄낄거리면서 잘 관람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1/2)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선언이 나온 가운데 국내 개봉된 [바람이 분다]는 그의 전작들에 비해 여러 면들에서 2% 부족한 느낌이 납니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인 가운데 여러 좋은 순간들도 있지만, 비교적 평탄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개성이 그리 없는 주인공 때문인지 감상 내내 거리감이 느껴졌고 끝에 가서는 남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평범하게 보이는 본 작품이 정말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 된다면 아쉽겠지요. (**1/2)





[뫼비우스]

상당히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는 영화인데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걸 보고 왜 그러나 싶었지만, 영화가 블랙 코미디란 듀나님의 평을 듣고 나니 문득 김기덕의 영화들이 [인형의 계곡 너머로]와 같은 러스 메이어의 B급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막장 가족극을 통해 [뫼비우스]는 김기덕의 여러 전작들처럼 상당히 어이없고 충격적인 순간들로 우릴 강타하지만, 배우들이나 감독은 아주 진지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뒤에서 블랙 유머를 살며시 깔고, 덕분에 영화는 [][나쁜 남자]처럼 잊게 힘든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추천할 만하지만,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


 



[온 더 로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감독 월터 살레스의 또 다른 로드 무비 영화 [온 더 로드]는 잭 케루악의 그 유명한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캐나다 이민자 가정 출신인 주인공 살 패러다이스가 딘 모리아티와 카를로 막스 등의 친구/지인들과 어울려 다니는 동안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별별 경험들을 한다는 게 주 내용인데, 소설 상에서는 어떨지는 몰라도 2시간 넘는 상영 시간 동안 계속 이어지는 드넓은 풍경들과 거기에 따라 굴러가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의 행렬들을 보다 보면 이야기는 지루해지고 결말은 그냥 맥 빠질 따름입니다. 적어도 배우들은 할 만큼 하는데, 주연인 샘 라일리보다는 그의 주변을 이리저리 지나쳐 가는 비고 모텐슨, 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20년 전이었다면 브래드 피트가 당연히 맡았을 역을 갖고 신나게 노는 가렛 헤드런드 등의 조연들이 더 실속을 챙기는 것 같습니다. (**) 






[프로즌 그라운드]

1980년대 초 미국 알래스카에서 적어도 17명의 젊은 여성들이 로버트 핸슨이란 한 중년 남자에게 납치당한 뒤 살해당한 일이 있었는데, [프로즌 리버]는 그 사건에 바탕을 둔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그의 희생자들 중 한 명인 신디 폴슨이 운 좋게 탈출해서 자신이 당한 일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거리 매춘부인 그녀의 증언을 무시하고, 그러다가 알래스카 숲 속에서 연달아 발견되는 사체들을 통해 연쇄 살인 사건을 직감한 형사 잭 할콤이 그녀를 믿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곧 그는 핸슨을 주요 용의자로 포착하지만, 지방 검사를 설득할 증거가 부족한 가운데 여전히 앵커리지의 거리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폴슨에게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지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영화는 춥고 쓸쓸한 알래스카의 겨울 분위기로 이야기를 잘 감싸는 가운데, 니콜라스 케이지, 바네사 허진스, 그리고 존 큐색의 성실한 연기도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수사 드라마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볼 수 있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여전히 좋은 배우란 걸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가치가 있지요. (**1/2)    





[엠퍼러]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직후 전범 재판이 곧 시작될 무렵 미군정의 지휘자 맥아더 장군은 자신의 부하 보너 펠러스 장군에게 한 임무를 맡깁니다. 전략상 이유로 일본을 신속히 재건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일왕 히로히토를 전범 재판에 회부하지 말아야 하는데, 펠러스에게 맥아더는 히로히토가 태평양 전쟁의 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신속히 찾아 볼 것을 지시하지요. [뉘른베르크 재판]이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점이 있지만 영화는 이를 그리 깊숙하게 파고들지 않고, 펠러스가 애타게 찾아다니는 일본인 연인과의 과거 로맨스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동안 중심을 잃곤 하는 영화는 간간히 저예산 티를 내곤 합니다. 매튜 폭스는 나쁘지 않은 주연이지만, 맥아더 장군을 맡은 토미 리 존스가 등장할 때마다 더 주연 같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1/2)





[페인리스]

1930년대 스페인의 한 마을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으로 인해 자신들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피해를 끼쳐 온 애들이 병원에 격리되고, 그러다가 스페인 내전, 2차 세계 대전, 그리고 전후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병원은 지옥 같은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가운데 이 이야기 반대편에서는 갑작스럽게 급성 백혈병 선고를 받고 나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의사 다비드가 골수 이식을 위해 그의 생부모의 생사 여부를 추적하는데, 당연히 그의 이야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인 베니그노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두 줄거리들 각각의 전개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고 개연성이 부족한 순간들이 간간히 있지만, 영화는 상당히 강렬한 순간들로 우리의 시선을 잡고 그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슬픈 비극은 역시 사람들이 그 어떤 호러 영화 괴물들보다 무섭다는 걸 상기시켜줍니다. (***)

 

 



[To the Wonder]

[천국의 나날들]을 만들고 나서 20년 후 [씬 레드 라인]로 귀환할 때까지 잠잠했던 경력이 있던 테렌스 맬릭이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로 상당히 분주해졌는데, 내년에 나올 세 작품들이 대기 중인 가운데 올해엔 [To the Wonder]를 내놓았습니다. 내용은 [트리 오브 라이프]의 중심 내용처럼 단순합니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졌고, 그리하여 여자는 자신의 고향 프랑스 파리를 떠나 남자의 고향인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오고, 그 후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삐걱거립니다. 영화는 이런 익숙한 러브 스토리를 맬릭 특유의 시각적 서술 방식 그리고 주인공들 내면 내레이션들을 통해 이리저리 굴려 가는데, 처음엔 좀 혼란스럽긴 하지만 출연 배우들의 과시 없는 담백한 연기들과 함께 영화는 감정선을 뚜렷이 전달하는 편이고,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츠키는 멋진 시각적 순간들을 연달아 제공합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 정도의 야심작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소품입니다. (***)

 

P.S.

로저 이버트 옹이 마지막으로 리뷰하신 영화였지요.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블링 링]

[블링 링]의 가장 어이없는 면은 별다른 생각 없이 범죄를 저지른 십대 주인공들이 정말 쉽게 일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본 영화에서 이들은 패리스 힐튼과 린제이 로한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 집에 몰래 침입해서 돈과 명품들을 훔쳐갔는데, 웃기는 건 비싼 고급 주택들 치고는 이들이 몰래 들어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는 거지요. 이런 면이 영화에 어느 정도 유머를 선사하긴 하지만, 영화 속 십대 주인공들은 정말 얄팍한 인간들일뿐더러 나른한 전개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 자체도 별 다른 흥미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명품과 유명인사에 대한 관심 빼면 남는 게 없는 애들이에요. 물론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들이 얄팍한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얄팍함 속에서 감정적 순간들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 [마리 앙트와네트][썸웨어]와 달리 [블링 링]는 그저 얄팍하게 다가올 따릅니다. 루부탱이 뭔지도 모르는 무식한 저에겐 그나마 상영 시간이 짧은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1/2)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사라 폴리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의 중심은 1990년 사망한 사라 폴리의 어머니 다이앤 폴리입니다. 그녀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에 따르면 그녀는 인생을 꽤 재미있게 사신 분이었고, 그녀와 정반대 성향인 마이클 폴리와 결혼해서 좋은 가정도 꾸린 가운데 배우로써 무대에 서기도 했지요. 한데 그녀 가족들은 오래 전부터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짐작해왔고, 나중에 사라 폴리가 좀 더 깊게 파고들기로 작정하고 조사해보니 그들 짐작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지만 드러난 비밀은 상당히 의외의 사실이었습니다. 이야기 중반을 넘으면서 이 사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관련자들의 관점들이 겹치고 대립하는 동안 흥미로운 광경이 만들어지는데, 사라 폴리는 이에 살짝 뒤로 물러나면서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들을 통해 그녀 어머니의 불완전하지만 다면적인 초상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는 겸손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여운을 남깁니다. (***1/2) 





[관상]

역적집안 아들인 탓에 벼슬길이 막힌 주인공 내경은 그 대신 관상쟁이가 되었는데, 그의 동생과 아들과 함께 지방에서 거의 은둔하다시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적인 실력은 소문이 많이 났고, 그러니 한양에서 인기 있는 기생집을 운영하는 연홍이 그를 영입하려고 오게 됩니다. 그녀 설득에 넘어가 내경은 한양에 오자마자 불공정 계약에 묶이게 된 신세가 되지만, 돈과 명성은 금세 쌓여가고, 그러다가 그는 김종서의 주선 아래 문종이 맡긴 임무를 맡게 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지요. 계유정난과 같은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 소재이니 당연히 결말은 미리 정해져 있지만, [관상]2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 그리 지루하지 않습니다. 전반부의 코미디와 후반부의 신파 간의 연결이 어색하지 않은 가운데 배우들 연기는 전반적으로 든든하고, 가면 갈수록 자신의 무력함을 체감하는 내경의 모습에서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느끼게 되지요. 단지 영화 보는 동안 내내 사운드트랙 좀 끄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는 게 문제이지만, 연휴 영화로써 본 영화를 추천하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

 




[천안함 프로젝트]

냉정하게 질적으로 평가하자면 TV 특집 다큐멘터리 그 이상은 아닌 가운데 내용은 별 놀랄 건 없지만, 단지 정당한 의심들과 질문들을 던질 따름임에도 불구 밖에서 발목 잡히는 본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답답해졌는지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었고, 이는 어젯밤 관람 이후 3자 회담 관련 뉴스를 접하고 나니 더욱 더 뼈저리게 느껴졌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필히 관람바랍니다. (***)

 





[액트 오브 킬링]

길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전대미문의 호러 코미디 다큐멘터리이니 보실 기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

 




[몬스터 대학교]

픽사 애니메이션의 신작 [몬스터 대학교]2001년에 나왔던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입니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이인조 설리와 마이크가 옛날에 어떻게 몬스터 대학교에서 만났고 어떻게 단짝친구가 되었는지가 주 내용인데, 결말이야 당연히 예정되어 있고 이야기 소재들이야 이미 수많은 미국 대학가 코미디 영화들이 다룬 거지만, 영화는 익숙한 이야기를 재치 있게 잘 굴려가는 좋은 기성품이고 존 굿맨과 빌리 크리스털은 예전처럼 좋은 호흡을 보여줍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픽사가 이보다 더 잘 한 적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픽사 기성품이 웬만한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들보다 더 재미있다는 건 부인할 순 없지요. (***)

 




[컨저링]

  1971년 로드 아일랜드 주 해리스빌의 어느 오래된 집에 이사 온 페론 가족은 곧 집안의 불길한 기운을 느껴가고, 가면 갈수록 해괴한 일들이 일어나서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초자연현상 전문가들인 에드와 로레인 워렌 부부를 초청합니다. 이들 이름이 친숙하시다면 워렌 부부의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들에 바탕을 둔 귀신 들린 집 호러 영화들인 [아마티빌 호러]나 [메디엄]이 금방 떠오르실 것인데, [컨저링]은 귀신 들린 집 영화 장르 공식에 충실하게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굴려가고, [인시디어스]의 감독 제임스 완은 잔인한 순간 없이도 좋은 분위기와 배우들 연기로 영화를 잘 지탱했습니다. 결과물은 흥행할 만한 상업물이고 전반적으로 괜찮게 봤지만, 장르 공부 잘 했다는 생각만 드니 아쉽더군요. (**1/2)   



    • 블링링이 재밌는거 같군요 볼까말까 했는데요.
      예고편 본 영화는 사라폴리 밖에 없군요 좋은가봐요.
      추천한 천안함과 호러코미디 관심이 갑니다.
    • 관상.. 저희 부부는 진지한 분위기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지루해지던데요. 계유정난 같은 결과가 정해진 이야기를 메인스토리로 잡을게 아니라 김내경과 김진영의 갈등이라던가.. 수양과 김종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김내경이라던가.. 그쪽으로 스토리를 끌고 갔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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