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지 이제 거진 한달
반강제 독립한지도 이제 사주가 되어가네요.
최고 더울 때 이사하고 뒷정리가 폭풍우같이 몰아치고 이제 거의 다 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분가하면서 숟가락 하나까지도 챙겼다 생각했는데 소소하게 살것이 어찌나 많은지.
오늘도 식사용 포크를 산다하고 깜빡했네요.
혼자 살면서 필요한게 왜그렇게 많나요.
심플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사실 이제 독립인지라 부모님과 다시 산다는 보장도 없고 앞으로는 철저히 혼자만의 삶이기에 이 몸뚱이 하나
챙기는데도 수 많은 물품이 필요하더군요.
벽에 액자 장식까지 마친 상황인데 책장이 아쉽네요.
예전 방에서는 침대 밑과 작은 책장 앞으로 정신없이 책을 쌓아두고 살았는데 그 책을 다 분리해보니 그 작은 방에 얼마나 많은 책과 물건들이 있었는지;
아직도 제 소중한 책들 80%가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있네요.
혼자 살면서 바뀐 생활 패턴도 있네요.
티비를 튼다는 것.
전에는 티비를 잘 보지도 않고, 밤에 티비소음도 끔찍해해서 무조건 조용히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다 티비틀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티비를 켜네요.
그게 덜 적적하더군요;
제 이사때문에 온식구가 매달려서 생고생을 했네요.
오빠네 부부는 이틀 동안 오가며 짐정리해주고 아빠도 전기 연결서부터 에어컨 연결, 온갖 새 가전제품을 사주시고 집을 나서면서 다음 달엔 아빠가 음악이라도 듣게
오디오를 사주마라고 하시며 가셨어요.
아빠랑 집을 정리하면서 새삼 아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형광등 다는 거 부터 에어컨 연결,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꼼꼼하게 연결하고 고쳐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어떻게 이런 걸 다 해?'라고 묻자 아빠는 아무 말도 없다가 잠시 후 말씀하시더군요.
'이렇게 자잘한 거 잘하는 남자랑은 결혼하지마. 돈주고 남한테 시키는 사람하고 결혼해야지. 잔재주 많은 사람은 돈을 못벌어' 라고 말씀하시는데 괜시히 맘이 찟어질 거 같더군요.
그 잔재주로 딸을 편안하게 해주시는 아빤데..
오늘도 오븐이 작동이 안되자 아빠한테 바로 전화한 나란 딸..--
엄마도 저 때문에 집 꾸며주신다고 목돈 쓰시고..
생각해보니 전 집 정리하는데 별로 한 것도 없네요.
그리고 청소도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전엔 집을 정리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집 청소 따윈 관심도 없었는데 혼자 살게되니 왜 노홍철 모드로 쓸고 닦는지.
저도 제가 하루에 한번씩 바닥을 청소할 줄은 몰랐네요.
집에 혼자 있는게 외롭지는 않네요.
집과 궁합도 맞는 편인지 잠도 잘오고, 오래된 아파트지만 튼튼해서 층간 소음도 거의 없고, 주변이 조용하다는 것도 참 다행이에요.
오래된 단지라서 나무들도 엄청 우거져서 이쁘구요.
집 주변에 싼 마트들도 많아서 장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근데 오늘은 왠지 허전하고 그랬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분을 느끼며 살아야겠죠.
새삼 가족이 소중한 밤이네요.
가족과 살면서 많이 힘들고 상처도 받았었지만 역시 가족이란게 정말 소중하네요.
전에는 주말은 무조건 늦잠자고 영양가 없이 지내던 시절이었는데 내일은 또 뭘 해먹을까 고민하면서 자야겠어요.
밀린 영화도 왕창 보고, 또 내일은 꼭꼭 만화방에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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