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이상형 설정 질문.

요전 채팅 중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개인의 취향 이야기하다 나온 이야기였을텐데, 혹시 통계 좋아하는 여친 있으면 어떻겠냐는 질문이었죠. 저의 경우, 듀게에다 연애 이야기는 커녕 썸타는 이야기나 연애 불만족에 대한 이야기 하나 써본 적 없는, 연애 무감각 인간인데 그런 모의 상상을 하니 가슴이 설레더군요.


[만화에 나오는 인물은 실존과 관계가 없으며 사실이 아닙니다.]


뭐, 그래서 같은 책만 읽어도 아니 책만 읽어도 (책을 읽는다면 어떤 책이든 따라서 읽으면 되니까) 감지덕지하겠다며 흐지부지 되었던 기억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냥 연애 감정이 내게도 남아 있었긴 했구나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며 넘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간이 나서 글을 좀 쓰다 보니 등장인물에게 책을 쥐어줘야 하는데 설정 고민하다보니 갑자기 훅 꽂히더군요. 그리하여 [이상형 설정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당신의 앞에 이성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두 권, 왼쪽에 한 권. 그리고 펼쳐들고 한 권, 4권입니다. 그 책이 어떤 책이면 반하시겠습니까?
  • ※동성애자는 이성을 동성으로 바꿔주시면 됩니다. 일단 독서하는 이성을 좋아하는 지부터 물어봐야 되는거 아니냐 질문자야!

아, 참 책을 고르기 힘들더군요. 이걸로 꽤 시간을 즐겁게 때웠습니다. 최선은 책의 경우도 제가 읽지도 알지도 못하는 책에, 4권의 제목을 보고 책에 한 눈에 반한다면 가장 최선이겠지만 설정이란게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골라야 되는 것이라 복잡하더군요.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을 들인 결과 저의 경우,

  • 펼쳐서 보고 있는 책은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 제 1차 세계대전 1914-1918"으로 2/3 쯤 읽고 있으며, 책갈피 포스트잇을 붙이며 독서 중.
  • 오른쪽 아래 책은 "일방통행로 / 독일 낭만주의에서의 예술비평 개념" 독어본 문고판 합본으로 앞 부분이 헤졌으며 책갈피 포스트잇이 보인다.
  • 오른쪽 위 책은 "[경문수학산책 07] 수학적 경험(하)"로 드문드문 책갈피 포스트잇이 보인다.
  • 왼쪽 책은 "프라이데이"(SF)이다.

라고 설정했습니다. 이 인물은 실존과 관계가 없으며 사실이 아닙니다. 어차피 이상형이니까 마음대로(?) 생각해봤죠. 이런 사람이 실제 세계에 존재한다면 직업이고 전공이고 뭔지 궁금하긴 할거 같아요. 참고로 위의 4권 중 제가 읽은 책은 한 권 뿐입니다. (상상인데 욕심이 과하면 어떠겠어요...) 여러분이라면 무슨 책(...)이 좋겠나요?

    • 저는 오른쪽 아래 역사책 한 권, 오른쪽 위 미술관련 책 한 권, 왼쪽 고전 추리소설 한 권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음, 엄, 펼쳐서 읽고 있는 마지막 한 권이 중요한데요, 그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무조건 말 걸면서 맞은편에 앉을거 같네요.

      (제가 지금 읽고 있는데 무슨 책인지는 비밀로 할게요ㅋ)
    • 저도 넷 중에는 합본으로는 아니지만 번역본 일'방'통행로와 하버드에서 나온 영문판 독일 낭만주의~만 읽었습니다만, 잔인한 오후님 네 권의 취향이 제가 관심 있는 분야와 제법 겹쳐요. 뭔가 두근거립니다? 'ㅅ'

      지금껏 덧글은 못달았지만 종종 올려주시는 글 감사히 잘 읽고 있어요. 제가 잼병이라 그런지 전 통계 잘하는 사람 멋있더라고요.
    • 침흘리는글루건_ 공략의 핵심은 밝히지 않는게 좋죠(?). 역사/미술/장르인가요. 균형을 맞춘다 생각하고 나머지 책을 생각하자면, 취미관련 서적이 아닐까 찍어봅니다. 아, 더 생각해봤는데 취미 서적이 그렇게 크리티컬 히트하는건 아닐거란 생각이 들면서 무지 궁금해지네요. '여기까지다, 더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다'라니 침흘리는글루건님 잔인하세요..

      해윤_ 으악! 수정했습니다...! 네 권의 분산을 괴랄하게 설정했는데도 제법 겹치다니 설레이는군요. 수학책은 사실 원자력 관련 전문/전공서적으로 할까 했는데 그렇게 되면 제가 말도 못 걸(?) 것 같아서 바꾼게 다행(?)이네요. 부득이하게 말씀드리는 것인데 통계 [잘하는]건 아니고, [읽는] 수준이에요. 제가 결과를 도출해서 글을 쓴다면 [하는]게 되겠는데 지금까지는 [잘]까지도 아니고 [하]지도 못하는 편입니다. 언젠가 전공자가 튀어나와서 시원하게 까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글을 잘 읽고 있으시다니 힘이 나네요. 이런 보람을 가정하며 매번 쓰고 있습니다.
    •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특히 이런 분야에서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읽어낼 줄 알고 진지하게 즐기며 파고드는 사람이 결국에는 잘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기계적으로 실력은 좋은데 막상 그 분야에 애정은 없고 하기 싫어 투덜거리는 사람은 작업의 결과물에 설득력이 많이 없어지는 듯 해요. 논문이나 글이 그냥 기계로 매끈하게 찍어낸 기성품 같이 느껴져서. 그런 점에서 잔인한 오후 님 글들은 종종 나도 즐겁게 열심히 해야지! 하는 자극이 되요 :)
    • 해윤_ 비난보다 칭찬 받는걸 못 버티는 편이라 어찌 할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구석에 몰아서 칭찬하시면 고양이라도 쥐를 물 수 있다구요! ... 칭찬 감사합니다.
    • 이공계인데 그림 좋아하는 남자한테 끌려요. 낯선 것과 친숙한 것의 조합에 상상력 자극; 그렇지만 모든게 그렇든 그 사람이 중요하죠.
    • 두 권은 슬램덩크 한 권은 영웅문, 펼쳐서 읽고 있는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면 반하겠습니다.
    • 빅이슈 한권 들고있으면 다시 볼 것 같아요.
    • 푸른나무_ 저도 이런 설정이 드러나는 것들의 총합이란걸 고려하고 있어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가, 좋아하기 이전에 무엇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와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이상형의 내적 논리를 설정하기엔 그러한 윤리적 측면은 옳고 그름이 확실한데다 모호한 내적 논리를 짜내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죠. 그런 걸 잘한다면 이상형 생각할 필요 없이 소설을 쓰는 편이 낫겠죠. 그래서 결점이 확실하긴 하지만 쉽고 간단한 가시적인 설정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Jose Mourinho_ 괜찮군요. 독서하기를 희망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허세에서 벗어나는 법이네요.

      물긷는달_ 빅이슈라는 잡지를 처음 알았네요. 이런 목적의 잡지도 있군요. (그리고 이런 식의 서적 구매를 통한 자기 어필(?)도 있겠다는 자각을 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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