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기 전에 맞춤법 얘기
* 맞춤법은 글을 쓰는 사람이 지켜야할 규칙입니다. 그리고 기술입니다.
공문서나 논문에 쓰는 글은 대부분 맞춤법(혹은 띄어쓰기)을 교정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책들도 교정작업을 거쳐 나오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물론 일상잡담들에서 조차 맞춤법을 하나하나 검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검열할 필요가 없다는건 내가 자기 검열할 필요가 없다는 것 뿐입니다.
내가 검열하지 않는다해서 틀린 맞춤법이 맞는게 되는건 아닙니다. 틀린 맞춤법은 여전히 틀리고, 누군가 그걸 지적 할 수도 있습니다.
맞춤법에 유별나게 민감한 사람은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적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끄러움을 떠나 오지랖 운운하는 사람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맞춤법은 기술입니다. 누군가 그것으로 지적 우월감을 느끼거나 정신승리를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비난하면 될 일입니다.
예를들어 맞춤법 지키자는 얘길 했더니 그 글에 맞춤법 지적을 줄줄줄 달아준다던가 하는 것같이 말이죠. :-p
맞춤법 지적이 언어폭력이라는 이야기는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언어폭력은 틀린 맞춤법을 지속적으로 쓰는 것이 언어폭력입니다. 정확히는 언어에 대한 폭력이겠죠.
모르고 한다면 실수지만 알면서도 그러면 폭력입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지적에 거칠게 반발하는 것 역시 폭력이겠고요.
맞춤법을 지적하는게 언어폭력이다 뭐다 수십개의 리플이 달리며 논쟁이 있었지만, 정작 이 게시판에는 맞춤법 전문 유저가 없습니다.
어쩌다가 틀린 맞춤법이 나오거나 잘못된 용어가 사용되면 그걸 지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고, 사실 그마저도 일정치 않습니다.
굳이 게임 비유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틀린 것을 지적하면 갑자기 심술이라도 났는지 '교정된 행위'를 도배or반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을 지켜야 한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그분들이 무슨 교정, 검열관마냥 글 하나하나에 맞춤법 교정 리플을 달거나 강요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저 '맞춤법을 지키자'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뿐이죠. 그럼에도 위 문장의 행위를 하는건...생떼죠. 전 이런 행위를 성인보다는 어린아이들에게서 자주 봐왔습니다.
누군가가 올바른 것을 지적하면 거기에 대해 "무슨상관이야"식으로 반박하는건 흔하게 보이는 일입니다만...
정확히 말해 이 현상의 근본은 그냥 "난 무엇이 되었건 지적받기 싫다"의 표출에 불과합니다.
논리나 인성에 대한 지적도 아니고, 오히려 이런 것들과는 가장 거리가 먼 '기술'에 대한 지적입니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걸 우리 모두 알기에 오히려 가장 기분 덜 나쁠 수 있는 지적이죠.
듀게는 아니고, 예전에 '않'과 '앉'을 혼동해서 쓴 일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적받았는데 얼굴이 화끈해지더군요.
만일 그때 지적받지 않았다면 어쩌면 전 지금까지 않과 앉을 혼동해서 써왔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쓴 문장을 봐왔겠죠.
메피스토는 않다와 앉다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겁니다. 부끄러움, 수치심은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행위를 한 자기 자신이죠.
누군가 맞춤법이 틀린 글을 썼다면 현상은 이미 벌어진 것입니다. 억울할 것이 없죠.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은 단지 스위치 하나를 올려준 것 뿐입니다.
맞춤법을 지적받지 않았다고 틀린 글이 자기 혼자 재배치되거나 수정되서 온전한 문장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빠르게 지적받지 않을 수록 '틀린 문장'을 보는 사람이 많아질 뿐이겠죠.
내가 실수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면...바로 이 순간, 실수는 무식으로 탈바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