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관련 심포지엄에 다녀와서....
오늘 전력노조가 주최하는 "전력산업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이란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회사에서 가라고 한게 아닌데 그냥 제가 관심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말하고서 갔습니다.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전력관련분야를 연구하는 외국인 교수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후 패널 토론회에서 소위 '시장론자' 라는 사람들이 의견을 내는 것을 처음 들어봤는데.... 정말 황당했습니다.
한양대 OOO 교수, 전력거래소 OOO 처장... 대학교수이고 전력거래소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수준이 넘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전력거래소 처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전력산업의 위기라고 하는데 실제로 위기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현상일 뿐이다.
80년대에도 두차례 지금과 같은 전력수급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전의 막대한 적자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공기업인 한전은 그런 정부 정책에 따라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의 의무이다. 공기업이 감당해야할 의무를 민간에 전가하면 안된다.
일부 민간발전사가 가스를 싸게 도입해와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데
소비자에게 추가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회사가 수익을 얻는 것이 과다수익이라고 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기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현재의 기형적인 전력시장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은 전혀 없고
민간발전사를 대변하는 듯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 정말 황당했습니다.
전력도매시장에서 구매자는 한전이고, 판매자는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입니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밖에 없고..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도 과점시장내의 공급자로써 이해관계가 같은 부분도 있지만 경쟁자로써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시장운영자(MO)인 전력거래소는 이렇게 이해관계가 다른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합리적으로 시장을 운영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시장운영의 직접적인 책임자이자 심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전력도매시장은 공급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규칙을 정해놓고 운영하고 있고,
공급자 중에서도 공공부문인 발전공기업과 재벌과 외국자본으로 이루어져 있는 민간발전사 간에는 불공정한 룰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발전공기업의 초과수익은 "보정계수"라는 것으로 규제를 받고 있지만 민간발전사는 막대한 초과수익/과다수익에 대해서는 전혀 규제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한전의 발목은 사슬로 묶어놓고,
발전공기업에게는 양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게 하고,
민간발전사에게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달리기 시합을 시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지난 5년간 한전은 10조가 넘는 누적적자를 보고 있는 와중에 발전회사들은 꾸준히 수익을 얻고 있었고...
SK, GS, 포스코 등의 거대 민간발전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 최근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의 설비용량과 당기순이익 - 오늘 심포지엄 자료에 있는 수치입니다.>
- 발전공기업(한수원+발전5개사) : 설비용량 69,050MW, 당기순이익 : 8,061억원
- 민간발전사(포스코, SK, GS, MPC) : 설비용량 : 7,259MW, 당기순이익 : 9,348억원
그러면서 더 더 시장자유화를 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숨어있는 의미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은 일부 민간자본이 참여하고 있지만 공공자본이 50% 이상입니다.
반면 민간발전사는 재벌이나 외국자본으로 되어 있습니다.(참고로 MPC는 중국계 자본이라고 합니다.)
전력공기업의 수익은 주주인 민간/해외 자본에게도 돌아가지만 절반이상 국가(국민)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전력공기업의 손실은 그대로 국가의 부담이 되고, 결국 국민의 부담... 특히 다음세대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민간발전사의 막대한 수익은 고스란히 재벌과 외국자본가에게 돌아갑니다.
물론 민간발전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 주주들에게도 일부 이익이 돌아가겠지만 논외로 치구요.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민간발전사의 고용창출 효과도 극히 미미합니다.
이게 국가경제적으로 볼 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경제민주화가 가장 필요한 분야가 아닐까요???
하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전력거래소의 책임자들은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참 슬펐습니다.
P.S.
저는 한전에 근무하지만 제가 말한 내용은 제 업무랑 직접적인 관계는 없고 저희 회사를 홍보하려는 목적도 없습니다. 저는 홍보부서에 근무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일반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수는 있는데... 혹시 대외비 정보를 말하지는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지만 팩트가 틀린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도 신경쓰고 있습니다.
제 소속을 굳이 밝히는 것은 혹시 회사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제가 소속을 밝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 뿐입니다.
단지 국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정상적인 전력산업구조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포스팅을 합니다.
제가 가장 자주 오는 커뮤니티가 바로 여기 듀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