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후기
9월 3일 울산 시청 대강당에서 김훈 강연회 겸 북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잊을까봐서,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어서도 씁니다.
1시간 동안 소설 '흑산'을 중심으로 강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인상 깊었고, 기억에 남는 게 있었습니다.
1)
1.4후퇴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편의상 김훈 작가, 선생님 등의 적절한 호칭은 생략하고, 강연 중 일부를 옮기는 형태. '나'로 칭하겠습니다.)
기차 지붕 위에 새까맣게 탄 피난민 중 하나였다, 김훈 자신(나)은 3살 아이였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그 때 (1월이니 얼마나 추웠겠어요) 강풍에 날려 떨어지거나 철근 구조물이 맞아 떨어지거나, 해서 죽었다.
그렇게 부산까지 피난을 와서 살았다. 그 이야기를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해주셨는데 '고생했던 시절'을 겪은 분 특유의 과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신문 기사 등을 찾아보았더니 생생한 사실이었다.
아이들이 기차 지붕 위에서 얼어죽고 떨어져 죽고 할 때
안락한 기차 객실에는 누가 타고 있었는지 아느냐- 고관대작, 돈 있는 자, 권력 있는 자들이 피아노, 저들의 개, 개 집까지 다 챙겨 싣고서 호화롭게
가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가 이런 나라다.
작가의 아버지가 중학교 때 '네가 어떤 나라에서 자랐는지 알아야한다.'며 말씀해주셨다고 하더군요.
2)
내 아버지 세대가 나의 세대에게 준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밥 먹고 사는 일'이었다.
그 밥 먹고 사는 일, 제대로 밥 먹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부정, 부패, 비리를 저지르며 이까지 왔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그 부정, 부패, 비리가 이 사회에, 지금 현재에 사회 하부 구조에 흐르고 있다.
(녹취를 한 게 아니라 메모라서 정확하지 않지만 하부 구조- 부정부패비리-는 또렷해요)
우리 세대는 이 부정, 부패, 비리의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왜, 늙었으니까. 곧 자연사할테니까.
내 아버지 세대가 나에게 밥 먹고 사는 일, 지독한 가난을 과업으로 물려주었듯이,
우리 세대도 다음 세대에게 이 부정, 부패, 비리의 하부 구조를, 과업으로 물려 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3)
나는 문학적 환상이 없다.
소설가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소설은 왜 쓰게 되었느냐하면. 잘못된 것-에 대한 증오, 분노, 이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굉장히 좋았습니다.
진행이 어수선하고 진행자(아나운서?)의 준비가 덜 된 듯했지만
황사영이 어린 시절, 과거 급제한 뒤 임금과 만나는 대목, 정약전이 흑산도에 처음 당도하는 대목을 전문 낭독가- 시인이 낭독하여 주는 코너는 좋더군요. 굉장히 감동하였습니다.
소리내어 읽는 걸 들을 때의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시대물이 아닌 현대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역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담은 작품이라고.
더이상은 영업 비밀이니 말해주실 수 없다고.
진행자 두 분과 테이블 같은 곳에 앉아서 물도 드시면서 1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는데
중간중간 수줍....어 하시는 듯, 저만의 착각일까요?
+시에서 하는 행사다보니
국민의례는 그렇다쳐도. 시의원과 시장님 인사말과 상공회의소? 등등 각 분야별 양복 입은 분들이 고루 나와 연단에 서서 몇 마디씩 하고 들어가고.
앞 두 줄은 그 분들이 차지- 나중에 강연회 말미에 보니 텅 비었더군요. 아예 연단에 서기만 했다가 가신 분도 계셨어요.
뭐, 그랬습니다.
지방에서 보기 드문,
문화 행사(?)라 무리해서 본 게 아깝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