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자체는 아직 한달이나 남았지만, 어제 예매권 판매가 시작 됐고(저+동생+친구 합쳐서 25장 주문 완료!) 상영작 정보도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이제 다음 주말쯤 되면 프로그램 책자가 배포될 거고 그럼 제가 영화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시작되겠지요.
빳빳한 새 책을 들고 여기저기 열심히 뒤적거리면서 마음에 드는 영화에 동그라미를 치고
동생이랑 친구랑 같이 볼 영화를 정하고(물론 절반 가까이는 혼자 봅니다) 시간표를 짜서 형광펜으로 칠하고,
예매권 코드랑 영화 코드를 적은 파일을 만들고 간신히 추려낸 열편 남짓의 작품들로 예매 순위를 정해서 26일 예매 전쟁을 준비하는 거요.
이렇게 해도 1/3쯤은 실패할테고 그럼 못 끊은 영화들 코드를 포스트잇에 적어서 사무실 모니터 한구석에 붙여놓고
업무 시간 중간중간 예매홈페이지를 들락 거리면서 혹시나 자리가 났나 살펴보는 일을 반복할 거고요. (그렇게 몇번하면 코드 저절로 다 외움)
실제 영화제 기간에는 서울 말씨를 쓰면서 커다란 백팩에 어느새 나달나달해진 프로그램 책자를 한손에 말아쥔,
영화제 때문에 부산에 온 게 분명한 타지인들도 심심찮게 마주치는데 가끔씩은 내가 부산 사람이 아니라면 부산국제영화제를 더 거창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커다란 연례행사지만 만약에 제가 다른 곳에 살았더라면 영화제 기간에 맞춰서 기차표를 끊고, 숙소를 정하고, 맛집을 찾으면서
기껏해야 2박3일짜리 여행 계획을 세운답시고 열흘은 족히 잡아먹을텐데 제가 또 이런 걸 굉장히 좋아한단 말이죠.
어느 정도냐면 스스로를 타지인으로 가정하고 부산 가면 밀면 먹고 옵스랑 BNC에서 빵 잔뜩 먹고 하룻밤은 무리해서라도 꼭 토요코인에서 자야지! 라는
계획(네 저 밀가루랑 좁고 깨끗한 일본식 비지니스 호텔 엄청 좋아해요)을 세우는 상상만 해도 들뜨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한달 후에 영화제가 시작되면 엄청 피곤하기도 하고 영화 보다가 깜빡 졸기도 하고 내년엔 욕심 부리지 말고 하루에 두편만 봐야지 이러겠지만
그래도 영화제를 한달 앞둔 지금은 그 기간동안 영화 보러 다닐 생각을 하니 상당히 행복할 뿐이예요.
더 늙기 전에 올해는 미드나잇 패션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확실히 부산영화제 갈 때와 부천이나 전주, 제천 갈 때의 느낌이 다른 거 같긴해요. 전주나 제천은 정말 휴가가는 느낌이고 부천은 늘 부산 뺨치게 빡빡해서인지 휴가 느낌은 없지만 어쨌든 모르는 동네 탐방하는 재미가 있고.. 근데 이것도 몇 해 하다보면 마치 제2의 고향(?)처럼 아는 동네의 영역으로 편입하게 되는 재미가.. 아마 부산영화제도 몇 해째 오는 분들이 많아서 그럴 거 같네요. 근데 어딜 가나 타지역 영화제 갈 땐 숙박비가 제일 아까운 거 같아요. 늘 지인들과 '로또 당첨되면 영화제 열리는 도시들마다 별장 좀 지어!!' 라고 농담하지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