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침묵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
그러나 전혀 결이 다른 언어로 씌어진 말만이 아니라
그 말들이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 침묵을
어떻게 옮기면 좋단 말인가?
글의 침묵/김화영 (장 그르니에 '섬' )
책은 도끼다 를 읽다가 다시 읽고 싶어져서 어제 하루종일 읽었습니다.
줄을 쳐가면서..
책의 첫장을 보니,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엄마에게 생신 선물로 드렸더군요.
요새는 취향이며 뭐며 많이 재다보니 남들에게 책 선물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그 때는 그냥 내키는 대로 , 내가 주고 싶으면 마음대로 책 선물을 하곤 했었죠.
대학때 프랑스 문학수업을 듣고 다시 한 번 읽었던 기억이 나고,
이번이 세 번째 읽는 글인데도 기분이 새롭네요.
'사라져버린 날들'을 읽고는 그 해 여름 제 생일에
완전한 진공의 시간을 만들려고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당시 사귀던 연인에게는 갑작스러운 잠수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책의 첫 구절처럼...
저는 늘 그것이 모네의 그림을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
그 때 일기로 써두고 교보에 달려가서 모네 화집을 사들고
내가 TV로만 보았던 그림이 어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꼭 가리라 다짐까지..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지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모네 그림앞에서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더니
누군가 와서 말을 걸더라구요.
impressive!! 물론이지요.
추운 겨울 셔틀을 기다리며,
메트로폴리탄 인터쉽에 지원할 생각에 두근거리던 어느 아침..
넓은 박물관을 헤매고 다니며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에이브 책 시리즈에 '집 나간 아이' 라는 소설이 있었어요.
가출을 해서 박물관에 사는 거죠.
전 그 아이처럼 박물관에 살고 싶었어요.
폐문시간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마음.
그랬군요.
십년도 넘은 나의 이야기가
김화영 선생이 말한 글의 침묵을 통해
나오게 되는군요.
왠지 주절주절 말하고 싶어졌더랬지요.
이 아름다운 글들을 읽다가 .
나의 뜨거움과 열정들. 지나간 이야기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