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산행은 무리 - 홋카이도 등정기
홋카이도에서 살아 돌아왔습니다.
가기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토요일 출발인데 목요일 밤에야 등산배낭과 등산화까지 들어가기엔 제 기내용 캐리어가 형편없이 작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급 상사분께 SOS 쳐서 금요일 밤에 간신히 짐꾸리고
카메라를 사겠다고 오빠한테 얘기해뒀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중간에 뻐그러져 사지도 못하고 급 전날 친구 카메라를 빌리고
면세점에서 점찍은 시계는 선배가 생일선물+졸업선물+ETC로 선배가 결재..
완전 거지 모드.. 그나마 인간관계 괜찮은 거지 모드로 여행은 시작되었죠..
한가로웠던 첫날의 입국-이동-온천욕의 과정은 다음날을 위한 폭풍전야..
이틀째날 아무리 케이블카와 로프웨이가 산중턱까지 데려다 주지만 그래도 저같은 산에만 올라가면 장애인이 되는 제겐.. 무리
홋카이도 최고봉 2290미터의 아사이다케를 죽을 힘을 다해 기어오르고(말그대로..기어오름.. 경사가 45도도 넘어보임.. 나는 직립보행하는 인간인데 왜 네발로 기고 있는가..회의가..)
다음날 일어나니 출국전부터 션찮아서 출국전부터 다녀오면 임플란트 해야 될거라던 어금니쪽 잇몸이 전날 무리한 몸에 성내듯 제 어금니 하나만큼 퉁퉁 부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바람에 아~~이러다 홋카이도에서 이뽑게 되는거 아닌가 싶어 차창밖으로 보이는 치과 간판만 보면 유심히 보게되고
3일째 등산일정인 토가치다케는...
전날 아사이다케를 등반하면서 이미 소진한 체력의 한계로 시작부터 몸이 삐걱대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산도 화산암들이 어찌나 많이 깔렸는지 죽죽 미끄러지고 산행에 극히 힘든 길이었었죠.
그런데 어쩜 그리도 딱 적절한 시간인 일행이 산중턱 대피소에 도착한 시점 폭우가 쏟아져서..다행히도 일행 중 절반과 함께 추가 산행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간 일행 중 제가 가장 젊은 축이었는데 어찌나 어르신들이 의욕이 팽배하신지..비만 안왔으면 저만 낙오하여 대피소를 지키고 있었을 뻔..
올라가신 팀들은 하산 후 얼마전 일본알프스에서 저체온증으로 돌아가신 분들.. 어떤 상태였는지 알만 하다고 하실 정도로 산위는 변화무쌍했다더군요..
아래쪽에서 반팔로 시작한 산행에 오리털점퍼까지 등장했다더군요.
안올라가길 천만 다행...
그렇게 빡센 산행을 하고 나서
다음날도 관광일정이 있을거래서..한껏 멋을 내어(봤자...) 원피스를 입고 바닥이 얇은 샌들을 신었는데..자갈길 도보..포함..관광...
아~~현기증 납니다..
여행전날 샀던 샌들 뒷축이 어제 급기야 부서져버렸어요..ㅠㅠ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밤.. 저는 충격적인 얘길 접했습니다..
"자!! 우리 우리 다음여행은 알프스를 등정해보자고!!
아시아는 너무 좁아!!
내가 내년에 먼저 선발대로 가서 일정을 짜올께!'
하시던 올해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완주하신 커플 중 남성분의 외침이 지금도 귀에 맴돕니다.. ㅠㅠ
컥!! 저는 아무래도 2년간 총무를 열심히 하고 적금들고 예금들어 목돈 만들어 어르신들 알프스 보내드리고 방콕하게 될 듯..
원래 등산좋아하시는 분들이 내려오면 술도 좀 많이 드시고 하더만..
함께간 멤버들 15인 중
5인은 보리밭 근처만 가도 기절
5인은 맥주잔에 1/3잔 따라드리면 절반은 남기심
3인은 맥주 두어잔에 얼굴에 불을 지르시고
나머지 2인 중 1인은 맥주 킬러.. 그리고 소주파인 본인..
본의 아니게 금주한 1주일..힐링캠프 휴가였더랬습니다..
2000미터가 넘는 산에서 구름을 아래로 두고 내려다 보는 경치는 쥑이더군요.
그 사진을 좀 올려야하는데..
등업고시 이후 사진은 한번도 안올려봤으니...
일단 생존보고부터!!!
회사 업무 좀 정리되면 사진 올리기를 시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