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없이 24시간 영업하는 곳은 다같이 안 가면 좋겠어요

어제 24시간 연중무휴 동물병원에 갔어요. 빨간 날은 따로 수의사 선생님 초빙해서 일하는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그냥 월화수 모두 근무하시는 분이래요. 목요일도 근무하고 금요일 토요일까지 일하고 야간 밤새 당직스는 날까지 있다고 하시네요. 노는 날이나 밤중에 일한다고 특별히 근무수당이 나오지도 않고 그냥 원래 일한대요. 다른 곳에 일하다고 오셨는데 여기가 그나마 근무조건이 괜찮다고 허허 웃으시네요.


24시간 365일 동물병원이 소비자는 편리하지만 노동자에겐 고단한 일이겠죠. 노동권을 적극 활용해서 돈이라도 더 받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야근수당, 휴일근무수당 칼같이 받아낼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되나요. 따로 고용없이 부부끼리 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스스로를 자기가 착취하는 것일 뿐 다를 게 뭐 있나요.


24시간 배달한다고 해서 새벽 4시에 족발을 시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장님의 고단한 목소리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제 늦게 자는 경우여도 이제 야식은 12시 전에 미리 주문할 거예요. 병원 응급실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생명을 긴급으로 하지 않는 경우라면 야간진료는 가급적 피하려고요. 저녁먹고도 일하는 간호사분들 너무 불쌍해요.


조미료 안 쓰고 주방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착한 식당을 TV에서 선정하는 걸 봤어요. 하지만 착한 소비자는 왜 선정하지 않을까요? 소비자부터가 착한 소비 운동을 했으면 해요. 좋은 음식 값싸게 먹는 욕심은 얼마나 나쁜가요? 야간이나 휴일에 서비스 받으려는 마음은 또 어떤가요? 다 같이 쉴 수 있는 세상을 착한 소비로 만들어가요.

    • 사실 밤 12시도 늦다는...
      • 그래도 조금씩 노력하자는 거죠.
    • 그런데 가게의 영업시간이 줄어들면 고용주가 기존의 노동자들을 여유있게 돌리는 대신 노동자 수를 줄이고 적은 노동자를 빡시게 굴리는 길을 선택할수도 있다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야근수당 등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더 필요할지도요.
      • 수당을 제대로 챙겨줘도 저런 시스템에선 평소 임금을 적게 주는 편법을 써서 결국 연봉과 노동시간은 똑같겠죠. 근무시간 줄어들면 회사가 망해 직장 없어질 테니 야근하라는 게 그들의 논리 아닌가요? 저녁 있는 삶은 '나'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죠.
        • 맞아요. 단지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소비자의 선택만으로는 사회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가장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수당 이나 근무시간 등을 포함한 기본권을 법적으로 지켜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그래도 지금 당장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중요하죠.
            • 네. 확실히 문제제기는 중요해요.

              그래야 공론화되고 문제해결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 인건비와 임대료를 고려하면 24시간 영업하는게 그나마 남는 장사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땅값 비싼 곳일수록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다더군요.
      • 반대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수록 땅값이 내려가겠네요.
        • 인과관계의 오류네요.
          • 가격은 수요공급이죠.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어들면 지대가 낮아지죠. 땅의 특성상 공급을 늘리기 어려다면 수요를 줄여야죠.
            • 가격은 수요공급 맞지요. 만약에 24시간 운영을 강력하게 규제해서 도저히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아서, 배달음식점들이 도저히 지대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 배달음식점들의 지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겠죠. 그 대신 그 지대를 감당할 수 있는 타업종의 상점이 그 자리를 같은 가격에 입점해서 지대는 유지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지 않나요?

              애초에 높은 지대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위치에서 점포를 운영하려는 이유는, 그 바깥으로 나가면 아예 운영이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인의 노동을 무한정으로 투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듭니다.
              • 시간제근로자 -> 자영업자 -> 임대업자로 빨려들어가는 이윤의 흐름을 막으려면 변화가 필요하겠죠. 만약 노동자의 착취가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라면 다른 업종에게 밀리는 게 맞아요.
                • 다른 업종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착취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시작하면 경제 전체에 경직성을 강제하지 않고서야 토지공급의 과소에 의한 잉여이전(착취)를 막을 수 없죠.

                  그리고 영세한 자영업자는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운영을 하는 형편인데, 그걸 막을 수 있나요? 법적으로 운영을 못하게 해버리면 생계를 위해서 가게문 닫고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텐데 말이죠. 그게 더 바람직한 건가요?
        • 정말 고의적으로 헛소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바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통찰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세멜레님의 통찰에 감탄하며 무릎을 탁!치고 갑니다.
    • 윤리적 소비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논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거칠게 생각할 필요가 있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상황이 복잡하다는것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거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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