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정원 봤어요

고작 46분짜리 영화를 보려고 개봉관에서 9천원을 주고 보는게 좀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봤습니다.

처음엔 46분짜리 영화라길래 상영시간이 믿기지 않았죠. 잘못본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46분 맞네요.

그래서 지난 번 cgv에서 주리가 상영할 때 단편영화라고 5천원만 받았었는데 언어의 정원도 혹시 그런 가격 배려를 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상가였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도 62분이었고 이와이 순지의 4월 이야기는 67분이었죠.

이런 짧은 중편 길이의 영화를 극장에서 제 값 다 주고 보는건 고민이 됩니다. 장편영화의 최소길이는 적어도 80분은 돼야 한다고 봐요.

아무리 못해도 70분은 넘겨야 장편영화다운 길이라고 보는데 그 밑이라면 뭔가 덤으로 틀어주는 특전영상이 있거나 가격을 인하시켜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니면 언어의 정원 같은 경우는 초속5센티미터랑 같이 상영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두 영화 동시상영해봤자 2시간도 안 되는데 말이에요.

 

언어의 정원은 개봉 첫주 관객 선착순인지 입장하는데 일본판 포스터 브로마이드를 주긴 하더군요.

 

영화가 46분 밖에 안 하지만 체감시간은 적당했습니다. 그냥 70~80분짜리 애니메이션 보는 체감시간이었어요.

감독의 전작들처럼 이번 영화의 그림도 극사실주의를 표방했고 섬세한 감성 드라마였습니다.

신주쿠의 비내리는 풍경과 정원의 묘사 등 일본 만화답게 구석구석 사물과 풍경의 묘사를 놓치지 않고 현미경처럼 세세하게 담아낸것이 일품.

촉촉하고 싱그럽고 아름답고 예쁘고. 보고 나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내용은 아슬아슬했죠. 이건 뭐 대놓고 원조교제 설정이니. 12세 관람가이고 애니메이션 장르로 만들어지면 순화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

묘사가 되고 전개가 이어질지 궁금했는데, 감독은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었지만 설정이 설정이다 보니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한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래도 게운치가 못했는지 자막 끝에 쿠키를 통해 이 둘의 뒷얘기를 더했고요. 끝까지 봐야합니다. 46분 밖에 안 하는 영화지만 46분을 내용과 그림으로 빼곡히 채우고 있거든요.

 

얼핏 보면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반 극영화로 만들어도 무방한 구성이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봤을 때 애니메이션과 더 어울리는 내용입니다.

신주쿠의 장마철을 배경으로 비 내리는 묘사에 공들였는데 그 자연의 묘사가 역동적이고 현실세계에서 이렇게까지 다이나믹하게 포착하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배우 문제도 있고요. 여배우 캐스팅이라면 탈없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요리 잘 하고 살림 잘 하는 조숙한 16살 고등학교 소년을 일반 배우가 맡아 극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오글오글했을듯.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남녀주인공의 행동이나 심리가 중2병 걸린 소년,소녀 같은 측면이 있는데 그걸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이 넋을 잃게 만드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무마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용과 애니메이션 장르의 접목은 훌륭했어요. 초속5센티 미터의 여름 버전을 보는 느낌입니다.

 

.....상영시간 모르고 온 관객들은 너무 빨리 끝나니까 당황해 하더군요.

 

 

    • 저도 너무 짧아서 볼까 아님 나중에 VOD로 볼까 하다가 그냥 예매했어요. 애니메이션은 큰 화면으로 봐야될 거 같아서...한 60분만 채워줬어도 안 망설였을텐데요. ㅎㅎ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진일보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별을 쫓는 아이 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반성도 좀 했고, 묘사도 디테일해서 좋았고,

      주제뿐만 아니라 감독이 만날 쓰던 (좀 냉정하게 말하면 의존하던)

      3d렌더링 후 360도 회전컷이 남발되지 않고 절제적으로 적소에만 딱 사용되어 좋았습니다.
    • 나름대로 감성적인 기분에 휩싸여서 보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사실적인 자막들-공원에서 실제로는 음주가 불가능 등등- 때문에 다들 웃으면서 일어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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