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의 세계
올 여름, 별 다른 휴가 계획도 없고 돈도 없는 불쌍한 중생에게
수영복만 챙겨 오면 다이빙 시켜주겠다는 지인의 한마디 말을 철썩같이 믿고
동해바다로 떠났습니다. 정말 수영복과 여벌의 옷만 백팩에 짊어지고 지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샵에 갔습니다. 뻔뻔하게요.
알고보니 그날 교육을 예약한 팀이 있어 저도 슬쩍 끼여 함께 교육받는 거였어요. 그래서 좀 덜 미안하긴 했습니다만.
첫째날 오전에는 무려 '오픈 워터 스쿠바 다이버 매뉴얼'이라고 적힌 책을 들고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이론 교육을 했습니다.
그날 따라 날씨는 무지 덥고, 지난 밤에도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못자서 꾸벅꾸벅 졸다가 얘기를 듣다가, 어서 물에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구요.
드디어 이론 교육을 마치고 5m 풀에 가서 연습 다이빙을 시작했습니다.
쫄쫄이 다이빙 슈트를 입고 6kg 납덩이와 산소통에 BC(부력 조절 조끼), 오리발, 수경까지 장착하고 뒤뚱뒤뚱 입수를 했어요.
처음 다이빙 교육 때, 잘 가라앉고 호흡 잘 하는 사람이 장땡이라고 하던 말이 실감이 나더라구요.
중심도 잘 못잡겠고 중심 잡으려고 허우적 거리면 물위로 뽀르르 떠오르는 겁니다.
싸부가 위로 떠오르는 저를 몇 번 끄집어(?) 내렸는지 모릅니다.ㅋㅋㅋ
그래도 산소통을 메고 거의 30분을 물 속에서 보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더라구요. 태어나서 물 속에서 제일 오래있었던 경험이니까요.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다음날, 보트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와 수영장은 너무나 다르더라구요. 파도도 있고 수영장처럼 시야도 깨끗하지 않구요.
긴장해서 호흡도 제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을 보니 확 두려워지기도 했어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싸부의 손을 꼬옥 잡고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싸부가 겨우 저를 안정시키고 입수 싸인을 보내고, BC에 공기를 빼고 서서히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퀄라이징(코를 막고 귀 압력을 조절하는 것)을 열심히 하며 바다의 밑바닥 까지 내려왔는데.
긴장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바다 세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게랑 해삼은 바닥에 널려!있고 가끔 고기들이 와서 인사도 하고, 갑자기 대왕 해파리가 나타나 기절할 만큼 놀라기도 하고.
수경을 끼고 보면 평소보다 25% 정도 물체가 커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물속에서 엄청 커 보이던 전복도 따 올라와 보니 그렇게 크지않아 실망했습니다ㅋㅋㅋ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산호동굴도 구경했어요. 어두워서 랜턴을 켰는데 그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에 감탄했습니다.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는데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적응이 되더라구요. 바다에서 유영하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물 속의 계절은 지상에서 보다 한 계절 늦게 온다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 지상은 여름이지만, 바다 속은 봄이란 얘기.
물 속 온도가 시원-하다가 서늘하기 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보내며 양 손에 해삼과 소라를 꼭 쥐고 상승 준비를 했습니다.
하강은 속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상승할 때는 급속도로 수면에 올라오면 감압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1분에 10m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올라와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잠수한 동료들과 손을 꼭 잡고 서서히 오리발을 차면서 수면으로 올라오는데.
그 풍경이 너무 예쁜겁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우리가 뱉어낸 공기가 햇빛에 반짝거리고 있더라구요.
그 이후에도 홀린 듯이 몇 번을 더 다이빙을 했습니다.
사실 다이빙 전에 준비해야할 장비들이 여자인 저에게 조금 버겁게 느껴지고 배멀미 때문에 구역질도 좀 했지만.
그런 사전 준비과정이 무색할 만큼 다이빙의 세계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싸부는 이제 너는 큰일났다며ㅋㅋㅋㅋ 얼른 돈을 모아 제 몸에 맞는 다이빙슈트를 사라고 이것 저것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이었던가, 듀게에서 벚꽃동산님의 제주도 다이빙 글을 읽고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그 순간을 맞게 되었네요.
내일은 조금 더 먼 바다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다이빙의 세계는 참,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