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부는 여자


(...드와이트의 초록 리코더는 아니지만, 저렇게 부는 느낌은 비슷합니다. 일명 청승.)



마음 돌릴 취미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따로 뭘 배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나지 않아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영화 보고 책 읽었던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집에 오면 그냥 정신없이 잠 자기 바빠서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열심히 불었던 리코더가 생각이 났습니다. 


옥션에서 약 만오천원에 구입한 까만색 아울로스 바로크식 리코더가, 제 리코더 입니다. 


자랑을 하자면, 리코더도 단소도 꽤 잘 불었습니다. 실기시험 매번 만점 받았었지요. 


둘 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큰 맘 먹고 새로 리코더 구매를 했습니다. 


한옥타브 위의 고음도, 그 고음의 반음 처리들도 모두 할 줄 압니다. 배송온 것 운지표 보면서 조금 불다보니 예전 감이 살아나더라고요. 


퇴근하고 십여분 정도 차분히 앉아서 피리 불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이 됩니다. 


또 자랑을 하자면, 굳이 악보가 없어도 멜로디를 들으면 머리속에서 도레미파 등으로 바로 변환이 됩니다. 


절대음감...까지는 아니지만, 미취학 때부터 피아노 배운 사람들이 흔히들 이렇다고 하더라고요.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가 피아노의 하얀건반, 까만건반으로 자동적으로 머리속에서 변환되어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즉, 제가 좋아하며 흥얼거리는 노래들을, 악보가 없어도 바로 머리속에서 계이름 헤아려서 리코더로 불 수 있습니다.





나중에 더 잘 불게 되면, 듀게에 리코더 연주 동영상도 올리고 싶습니다. 


최근 연습하며 피리 불었던 노래는... 이 노래입니다. 쉬워요. 이문세의 옛 사랑.




http://youtu.be/Cekj9VMClew

(링크는 jk김동욱 버젼입니다. 이 분 노래가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야말로 마음 한구석을 후벼팝니다.)





이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제가 이걸 못 해서, 그렇게 매번 괴로웠습니다. 











p.s. 


지난번에 올렸던 글, 160여플이 넘어가던 문제의 그 글이요... 어떤 분이 올려주셨던 리플이, 특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예전에 듀게에 글 올리던 저는 지금처럼 무시무시한 자기연민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영화도 잘 보고 공연도 보러가고 운동도 잘 하고 애완견이랑도 잘 놀고 정치에도 관심 많고 

그렇게 자기 취미생활 충분히 잘 하던, 

그냥 보통의 아가씨였다고요. 

처절하게 짝사랑 실패 한 후 모든게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은데, 결국 이번에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그 점이요.


그렇다면, 난 이곳이 좋으니까...


이곳에 올리는 글들을, 의식적으로라도  내 내면의 약한 이야기를, 자기연민에 중독되어버린 우울한 내 모습을 말하지 않는다면...


염치없지만...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차분하게, 혹은 청승맞게 틈틈히 혼자 리코더 불면서, 그렇게 허한 마음 다잡으면서.



    • 혹시 저 노래를 리코더 부실 분들은 첫 음을 미로 잡으면 됩니다. 미레도~ 레미솔~ 라시도시라도미~ 이렇게요.
      김동욱 씨가 부르는 첫 음은 #파 같지만 이렇게 불면 힘드니... 적당히 조 변환.
    • 어디 가지말고 꽉 붙어계세요 : ]
    • 저 중학생 때 리코더 도대회(?) 나가서 2등 했어요. 크크크ㅎㅎ 중딩 때 음악 선생님과 친했는데 선생님께서 리코더 대회에 나가보라고 쌩뚱맞게;; 권하셔서 잠깐 빡시게 연습해서 나갔던 기억이 나요ㅎㅎ 친구랑 같이 나갔는데 저는 중간에 악보 까먹어서 잠깐 삼천포로 빠졌는데도 상 받고;;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잘 끝냈는데도 못 받아서 친구가 울었어요(..)
      <-- 저 좀 재수없네요, 어디서 자랑을-_-;; 중딩 애기 때 이야기니 곱게(?)봐주세요ㅎㅎ
      학교에 행사가 있으면 리코더를 몇 번 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교장 선생님 퇴임식 며칠 앞두고 어려운 새악보를 주시며 이거 연습하라고 하셔서 나름 열심히 연습했는데.. 했는데!!!! 퇴임식 도중에 진짜 삑사리를 엄청나게 냈어요-_-;; 교장 선생님 아드님께서 아버지 퇴임식이라고 캠코더 들고와서 촬영하고 계시는데 도중에 카메라 접으시더라고요;; 도저히 찍을 수 없다고 느끼셨는지ㅋㅋㅋ 저는 더 당황해서 더 틀리고;; 옆에 앉은 음악 선생님은 얼굴 손으로 감싸시고(..) 끝나고 엉엉 울었어요. 내가 교장 선생님 퇴임식을 망쳤어!! ㅜㅜ 그 뒤로는 리코더 부르라고 시키지 않으시더라고요ㅎㅎㅎ 오히려 전 좋았어요!ㅎㅎ
      고딩 때 리코더 전공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정말 엄청 대단히! 멋졌어요. 리코더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고 실기 시험 등으로 많이 접하니 대단하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그 친구가 연주하는 걸 듣고 리코더 정말 멋지고 역사가(?) 깊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ㅎㅎ 리코더 영상 찾아보면 좋은 음악 많이 있어요.
      결론, 리코더 좋아요!! 아 예전 추억 떠오르네요ㅎㅎ 근데 그 중에 교장 선생님 퇴임식 완전 묵사발 만든 건(...) 진짜 최악이었음ㅎㅎㅎ

      이문세의 옛사랑 좋아하는데 리코더로 부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기대할게요 >_<
      • 다른 분들의 글에 올려주시는 리플에서도 느꼈지만
        봄의 속삭임 님이 매번 올려주시는 애정어린 댓글은, 정말로 봄이 귓가에서 속닥속닥 속삭이는 것 같아요. 정말로 멋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 퇴임식 이야기, 큭큭거리며 읽었습니다. 도대회 2등이면 정말 대단한 실력이세요. 삑사리야 뭐 그럴 수도 있는거죠.
        유튜브에서 리코더로 검색하면 나오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동영상들 중엔 멋진게 정말 많아요. 올해부터 모 사건때문에 돈에 심각하게 강박관념 가질 정도로 저에게 조금이라도 돈 쓰는것이 아까웠는데, 리코더 구입비 만오천원을 결국 체크카드 결제했습니다. 유튜브 덕분에요. 지금도 잘 샀다고 생각합니다.
    • 힘내세요. 돈은 꼭 받으실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짝사랑 실패 따위야 누구나 한번은 하는거 아닌가요.

      그까짓거 신경 쓰지 마세요. 이혼하고 돌아와서도 잘 사는데요뭐. ㅎㅎ
    • 리코더 소리는 누구나 마음을 기울이게 하죠.
      엘튼존이 초록 리코더
    • 부러워요. 전 리코더나 단소를 정말 못했거든요. 특히 단소는 단 한번도 바람 통하는 소리 외엔 내본 적이 없어요;;
    • 악보가 머리에서 그려지다니 대단하세요!

      고2음악시간에 단소를 배울 예정이었는데 칠십 명 가까운 애들 중에서 소리를 내는 애가 별로 없어서 음악선생님이 다른 거로 급선회한 기억도 있죠. 리코더는 불기만 하면 삐익 꽤액 하는 소리라도 나지만 단소는 소리가 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더군요. 물론 저도 바람 소리 외의 소리를 내진 못 했어요.
    • 음악에 젬병인 제가 유일하게 잘 했던 것도 리코더랑 단소였어요. 리코더는 알토리코더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네요. 지금도 연주법을 기억하신다니 부러워요. 그리고 단소는 의외로 못부는 사람이 많더군요. 심지어 플룻 전공자가 소리 못내기도 한다는.. 단소 소리가 난다는 건 아무나 못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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