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들은 노력을, 가지지 못한 자들은 운을.
우디앨런의 매치포인트를 보고.
스포일러 없어요.

누군가 '착함(good)보다 운(lucky)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다. 두려울만큼 인생은 대부분 운에 좌우된다. 그런 능력 밖의 일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면 무서울 지경이다. 시합에서 공이 네트를 건드리는 찰나, 공은 넘어갈 수도 그냥 떨어질 수도 있다. 운만 좋으면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이긴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
우디앨런의 영화 매치포인트는 이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해요. 주인공 크리스는 운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죠. 그는 신분상승과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클로에, 그리고 강렬한 성적매력을 느끼는 노라사이에서 갈등하죠. 성공과 사랑을 모두 갖고 싶지만 결혼은 한 명밖에 못 하니까요.

영화 초반 부분에서 크리스가 운이 중요하다 말할 때 클로에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이 부분은 두 인물이 가장 극적으로 대비되는 장면이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클로에는 노력만 더해지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힘든 환경에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성장한 크리스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요. 태어날 때 좋은 배경이란 운을 갖지 못한다면 노력으로는 한계가 뻔하니까요. 부를 가진 클로에는 사랑만 찾아가면 되었지만 크리스는 사랑을 택하면 부까지 가질 순 없었어요.
결혼상대로 상대의 재산을 많이 보면 속물이라 욕먹죠. 하지만 청담동 앨리스에 나오는 그 대사처럼 정략결혼과 꽃뱀의 차이는 돈이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일 뿐이에요. 이왕이면 내 결혼상대가 부자이면 더 좋겠다고 내심 바라는 게 평범한 욕망 아닌가요?
자력으로 부유해지기엔 양성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유력하죠. 기득권도 적고 차별도 많이 받는 남자보다 여자가 주인공이 되었어야 더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상황이죠. 그래서 핍진성이 부족한 점이 이 영화에서 아쉽죠. 대신 남자도 비슷한 고민이 존재한다는 섬세한 시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