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잘린 고양이....





새벽에는 정황이 없어서 질문글을 올렸는데 상황이 정리된 지금 다시 글을 써보아요.


마침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작업을 하던 중이었어요.

새벽 5시정도에 방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어요.그리고 우리집 고양이가 우다닥거리며 방정맞게 제게 뛰쳐왔죠.



의례 있는 일이에요.

매사 매우 조심스러운 몸동작을 유지하며,장난감이 될만한 것들을 제외하면 우아하게 모든것을 장애물처럼 비켜지나가는 고양이지만,

허점이 많아서 번번히 그 큰 엉덩이와 긴 꼬리로 자기도 모르게 책상의 책이나 커다란 악세서리들을 바닥에 떨어뜨려 절 귀찮게 하곤 했거든요.

전 오늘의 그 소리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요.


몇차례 제게 안겼어요.그것도 일상적인 범주였는데, 어느순간, 고양이가 지나간 제 허벅지 위로 묽게 묻어나던 피를 보고 말았어요.

정신이 순간 멍.해지면서 겁이 덜컥나고, 몸이 쏴해지더라고요. 고양이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제가 피 자체에 관한 공포가 좀 있거든요.


고양이를 집어서 살펴보는데, 꼬리 끝에서 10cm가량 위쪽에 커다란 상처가 생겨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칼집을 낸 고기마냥 살집이 벌어져 있었고,안으로 영화소품같이 묽고 조악한 빨간색 피가 뿜어나오고 있었으며,더 깊숙한 곳으로 작게 축소한 척추같은 흰색뼈가 보였어요.

고양이가 움직일때마다 꼬리의 끝부분은 덜렁덜렁 대면서 위태롭게 매달려 흔들렸는데,그건 거의 잘려진 상태와 다름아니었습니다.

그곳 가까이에 손을대면 고양이는 너무 놀라서 발톱을 바짝 세우며 제 어깨위로 올라가려 하는 통에 제 가슴에 상처들을 남겼고, 제가 조심히 안아주면 품속에서 이전엔 

듣지 못했던 숨가픈 숨소리를 내며 긴장했어요.


저에게나 고양이에게나 처음 겪는 상처였거든요. 처음 맞이하는 상처인데 꽤나 깊은 부상이었죠.


갑자기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고양이 머리위로 쏟아내며 저는 경황없이 이동장도 없이 고양이를 들쳐업고 밖으로 나갔어요. 

당연히 생애 처음 도시 거리와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우리집 고양이는 완전히 경직되어 바닥에 들러붙어 울기 시작했죠.저는 다시 갤 업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그렇게 몇가지 우스꽝스러운 헤프닝들을 쏟아내며 결국 집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홍대 24시간 병원에 고양이를 맡기고 왔습니다.


병원에서는 일단 간단한 소독을 하고 테이핑을 했는데 꼬리쪽을 붙들자 피가 빗방울처럼 우두두 병원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겁을 집어먹은 고양이는 제 머리위로 올라가서 제 어깨로 계속 피를 쏟아냈는데, 막 잠에서 깬듯 보이는 당직 의사는 그렇게 고양이를 제 머리에 두고서 치료를 했지요.


일단 소독을 했으니 조금 두고, 몇시간 뒤에 마취에 대한 내성검사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추이를 봐야 한다고 당직의사가 얘기했어요.

왜 당장 시술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마 고양이를 담당할 의사가 아직 출근하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시간은 아침 7시정도..


다른 병원을 찾아 헤메는건 저에게도 고양이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 될 것 같아 그냥 거기에 맡기고 집으로 돌아올수 밖에 없었어요.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그곳 이용평들이 나쁘진 않았거든요.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점심때 갑자기 밖에서 구멍뚫린듯 폭포수를 쏟아내는 그 시점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을 하기 위해 부위를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부위 훼손이 심해서 절단을 하는게 이로울것 같다고요.

'네? 누구에게 이로운거죠? 그냥 두고 봉합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뼈를 다시 맞춰서 조립못해요?'

그러나 소용없을 거래요..


그렇게 너무나 한순간에,경황도 없이 우리 고양이는 꼬리가 잘린 고양이가 되어 버렸어요.

아..뭔가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는 허탈함.


한동안 꼬리를 빨지 못하도록 캡을 쓰고 있어야 하고,매일 제가 집에서 붕대 드레싱을 새로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걱정이 태산같네요.

그 지랄맞은 아이가 캡을 어떻게 견딜것이며...전 과연 갤 붙들고 붕대 드레싱을 해줄수 있을지...


그래요. 꼬리 좀 잘린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 없을지도 모르겠어요.그런데 뭔가 황당함과 함께 짠한마음이 가시질 않네요.



>

새벽의 정황.

우리집 고양이는 집안 온 벽과 바닥에 이렇게 피를 뿌려대며 너덜해진 꼬리를 흔들고 다녔던것 같아요.

늦게 발견해서 미안...쿵 하는 소리에 가보지 못해서 미안...

    • 아휴 말도 못하고 고양이가 정말 아팠겠어요...
      상처 묘사 부분에서 악악 비명 지르면서 글을 읽었네요.
      ㅠㅠ
      • 상처를 제가 발견한 직후, 고양이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 꼬리를 너덜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에 잠시 경악했었어요.
        아무렇지도 않은게 아니었겠죠....
    • 고양이건 강아지건 마취는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피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에요. 님 고양이한테는 어쩔 수 없이 시켜야겠지만. 마취 깰 때 꼭 옆에 있어주세요. 엄마(아빠? 형? 누나? 암튼) 많이 찾아요.
      • 네.병원에서도 미리 검사를 해보고 불가능하다면 치료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그냥 두는 수밖에..

        다행히 고양이는 이상없었고,잘 진행했고,지금은 깨서 있습니다..
    • 헉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다쳤다고 주인한테 후다닥 뛰어온게 짠하면서도 신기해요. 본능적으로 아플 땐 제일 가까운 사람을 찾는거잖아요..잘 아물었으면 좋겠네요.
      • 저를 붙들고 헐덕이던 고양이의 불안한 표정이 자꾸 생각이 나요...
    • 에고.. ;ㅁ; 많이 놀라셨겠어요. 냥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근데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주인한테 매달렸다는 게 짠하네요.
      땀 많이 흘리고 하루종일 신경 많이 쓰셨을 텐데 저녁에 맛있는 거 드세요. 치료 잘 받길 바랄게요.
      • 아침에 정황없이 남긴 글에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고,저도 좀 추스려야 할것 같은데 일단 병원에서 맛있는거 사서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 냥이도 냥이지만 kct님도 많이 놀라셨을 텐데 마음은 좀 진정 되셨나요? 사람이 피 보면 많이 놀란다고 해요. 저도 피보고 기겁한 적이 있거든요.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텐데.. 냥이나 kct님에게나 참 힘든 하루였네요. 오늘 밤은 냥이도 kct님도 푹 주무시길. 냥이 상처 빨리 치유되길 바랄게요.
    • 으악 초반에 읽다가 못읽겠어서 내려버렸어요. 다리에 힘이 쭉빠지네요. 정황은 잘 모르지만 빨리 완쾌하길 빌어요 냥냥씨.
    • 저희 동네에도 꼬리잘린 길냥이가 있어요..오랜만에 집에 왔더니 그리 되었더군요..그녀석의 고조할머니 시절부터 저 집안을 계속 알아 오다보니..
      하지만 지금은 2남2녀룰 낳고 이것저것 가르켜주고 애완견들과 싸우고 닭둘기와 까치와 싸우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더라고요..
    • 그런데 뭐 때문에 다친 건가요? 글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것 같아서... 집 안에서 다친 거면 혹시 모르니 원인을 찾아내서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요.
      꼬리가 잘렸다니 정말 안쓰럽네요 ㅠㅠ 그래도 생명에 큰 지장은 없고, 적응하면 아무럿지도 않게 잘 지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처음엔 좀 상실감이 있어서 우울해할 수도 있는데 많이 예뻐해주고 사랑해주세요. ㅠㅠ
    • 사람도 다치고 아프면 불쌍하지만 동물이 그러면 뭔가 더 짠하고 안쓰러운, 그런 게 있는 거 같습니다. 아픈 녀석도 님도 맘 추스리고 잘 지내길 빌겠습니다. (몇 년 전에 병든 길냥이 새끼를 돌보다 멀리 보냈던 저는 동물이 아프다하면 좀 슬픕니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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