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에서 벌레 잡은 이야기
(※곱등이 등장에 주의)
아까 책상에 앉아 있다가 무심히 고개를 돌리니 바닥에 거대한 뭔가가 '안녕?'하는 느낌으로 더듬이를 쫑긋거리고 있더군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곱등이인가! 과연' 이라고 생각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한 것은 물론 아니고, 조금 놀랐습니다.
원래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는 등의 큰 리액션을 잘 안 하기 때문에(엄청 놀라면 그냥 목소리가 안 나오고 동작정지)
처음 만난 곱등이의 비주얼에 그렇게 굉장히 놀라면서 길길이 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좀 놀랍긴 하더군요. 거, 거대하다...더듬이가 짱길어...
풀벌레나 뭐 이런 건 손으로도 잘 잡을 수 있는데, 음, 곱등이는 좀 그렇더라구요.
너무 거대해서 제 아무리 날뛰어 봤자 작은 원룸에서 이 놈을 놓칠 것 같진 않았지만, 워낙 악명을 많이 접한지라 조금 떨리는 심경으로 사냥을 준비했습니다.
재료는 깜장비닐봉지-_-
한 차례 뛰어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오감을 예리하게 닦은 뒤 포획 성공.
두 겹으로 묶은 후 현관 근처에 던져 놓고 얘를 어떻게 치울까 리서치를 해보았습니다.
저와 같은 사냥방법을 사용한 사람들은 '비닐봉지 속에 넣은 채 (뭔가로) 패서 죽이는 것', 즉 박살搏殺을 권하고 있었습니다만,
전 벌레는 잘 잡는 반면 잘 죽이지는 못하는 관계로, 더 잔혹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걍 밀봉한 비닐째로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려버렸어요.
미안하다. 죽여 주는 게 너에겐 더 편했을 지도 몰라.
바이바이. 내 첫 곱등이(....)
집에 잠자리가 들어와서 오래 머물렀던 적은 있지만, 바퀴나 기타 해충은 별로 없던 집인데
여름이라 집이 워낙 습해서 벌레가 꼬였나봐요.
제습기라도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네요.
이럴 때는 아파트살이가 그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