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의 문제점은 전부 원작에서 나왔습니다. (약스포)

원작이 국내에 처음 번역 되자마자 본 사람으로서, 걸작 취급 받는 게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원작 만화에서 설정 따지면 지는 거지만) 설정 자체가 그냥 판타지예요. 

열차 따위가 슝슝 잘 다니는데 다른 인류가 생존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지요.

추위에 기밀도 잘 안 될 게 뻔한 열차 보다는, 벙커를 만드는 게 훨씬 남는 장사 아닙니까. 

영구 엔진을 보일러로 두고, 돌침대나 구들장 하나씩 깔아주면 이불 뒤집어 쓰고 120년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대멸망에 대비해서 이런저런 준비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데 게 중에 일부는 살아 남았을 듯. 


원작 만화에 독특한 점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설정도 이상했고 2부는 정말 그저그랬습니다. 

이런 때문에 원작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싫어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열차 자체가 어떤 초자연적인 것으로 묘사됐으면 어땠을랑가 싶지만... 뭐 그게 제 맘대로 되겠습니까?


시작이 판타지이면 끝까지 판타지인 것이 납득이 됩니다. 

판타지가 리얼인 것처럼 이야기가 되면 뭔가 어긋난 느낌이 들어요. 

원작에서는 어떤 상징이나 풍자를 시도했던 것 같지만 그게 성공적이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반대로 리얼->판타지 라면 차라리 납득이 갑니다. 그러면 결국 판타지니까요. 

하지만 판타지-> 리얼이면 배후에 깔려는 있는 판타지에 대한 강력한 쌩깜이 의식되어서 좋게 볼 수가 없어요.  

때문에 감상 후기 중에 "여기에는 어떤 상징이나 풍자가 있을 거시야." 라는 식의 반응이 있다는 것이 이해됩니다. 

저는 꼬리층에서 끌려간 애들이 위대한 엔진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재물로 이용되었다... 라는 결말을 기대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재물이 되긴됐지요. 상상보다 덜 처참해서 충격이 덜 했던 듯도 합니다.  


저는 봉준호나 박찬욱이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에 끌렸다는 사실이 납득이 잘 안 됩니다. 

그분들은... 좋게 본 부분이 있겠죠. 

남자에게 끌리는 남자가 있듯이 그분들도 제가 모르는 원작의 어떤 지점에 끌렸겠지요. 

하지만 이성애자인 저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이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과물이 훌륭하게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원판불변이라고 원작이 맘에 안 들었다면 영화도 맘에 안 들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악평을 했지만 사실은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좋았던 점을 꼽자면 미술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혀를 내두를 정도는 아니지만, 충공깽한 사회격차 때문에 대비가 되어서 그런 효과가 납니다. 

꼬리층에서는 "이게 뭐야. 완전 저예산 ㅋ" 하는데

앞칸으로 갈수록 "오오, 열차 살만하잖아?" 라고 느끼게끔 구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돈을 펑펑 써서 고급스럽게 살아야해요. 


이런저런 부분들을 짬뽕해서 플러스 마이너스하면 보통은 되었습니다. 

봉준호와 박찬욱 이름값을 생각하면 손해보는 느낌도 들지만 설국열차보다 안 좋은 영화들도 수두룩지 않습니까?

결론을 내리면  "너무 기대하지 말긔." 정도가 되겠습니다. 

다른 반응들도 대개 이런 식인 것 같긴 하네요. 


 







    • 그, 엔진 뜯어 보일러 돌리고 벙커를 만들고 구들장을 깔고 어쩌고 할 시간 자체가 없었죠. 빙하기는 갑작스레 도래했고, 달리던 열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가 골자니까요. 지적하신 부분은 왜 하필 열차냐, 판타지다 인데, 열차는 벙커나 우주선이나 방주 대신 선택되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냥 이미 있었던 거죠. 원작에서 말하듯 '마치 빙하기를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듯' 혹한을 버틸 수 있고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게 만들어진 열차가 이미 존재하는데, 그리고 세계는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데, 그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는 것 말고 인류가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 그걸 다 설명하자면 세부적인 부분까지 파고 들어야합니다.

        1. 철도 시스템은 깔아놓기만 하면 영구히 유지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몇개월만에 허물어져요.
        하다못해서 홍수로 일부구간 레일이 끊기면 올스톱인데, 그 혹한에서 레일이 유지되긴 어렵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차체에도 무리가 가지요.
        17년 동안 유지보수 없이 잘 다니는 열차 개발한다면, 정말 노벨상 감입니다. 그런 기차가 있으면 우주공간도 달릴 수 있을 거예요. 농담이 아니라.

        2. 위에서도 간략하게 썼지만, 건물에 비해 기밀이 취약할 수 없는 차량 안에서 사람들이 버티고 있어요.
        오버스펙이라는 언급이 나오지만, 그 정도의 기술을 열차주인(이름이 뭐였드라...) 혼자 독점할리도 없고
        사회에 그에 버금가는 시설들이 여럿 있었을 겁니다.
        그정도 추위라면 훨씬 간단한 조치로도 인류는 생존이 가능합니다.
        당장 남극에서도 버티는 게 인간의 무시무시함이죠.

        3. 이러한 점들을 따지고 따져보면 설정 구멍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설정 구멍이 한두 개면 모르겠는데 스폰지처럼 뻥뻥 뚫려있으니 저같은 사람은 납득이 안 되는 겁니다.
        이것은 개취입니다만, 저는 그렇다는 겁니다.
        • 1. 아, '어떻게' 그런 열차가 존재 가능하냐는 건 논외로 두었습니다. 일단 그 열차가 존재한다는 건 '타임머신'의 타임머신처럼,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처럼, 기타 등등, 이 세계관에 발을 들인 자라면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걸로 보는 거죠.
          2. 제가 언급한 부분은 본문과 2번에 쓰신 '그런 열차가 가능하면 다른 걸로도 생존 가능하다' 부분입니다. 그 대답은 첫번째 댓글과 같고, 설정상 윌포드의 엔진 기술이 독점이라는 것은 1번의 의미로 세계관 안에서 받아들일 부분이 아닌가 싶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2번에 말씀하신 것처럼 윌포드의 엔진 기술을 세계가 공유하고 있고, 그 기술로 어딘가에 드문드문 인류가 살아있다고 해도, 영화와 만화의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열차에 올라탔고, 엔진이 식으면 죽음 뿐이므로 열차는 달린다, 가 훼손되진 않으니까요. 그곳이 그들의 세계라는 점은 변함없는 겁니다. 영화와 만화는 '그' 세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요. -곁가지로, 실제로 원작에서도 외부의 생존자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죠. (특히 3부) 그것은 그것대로, 열차 안의 생존과 계급 투쟁은 또 그것대로 성립된다고 봅니다.
          • 1. SF는 근본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환타지와는 다른 점이, 어떻게든 가설을 세워서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게끔 하는 것이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열차의 테크놀러지를 논외로 두기가 어려워요. 그 기차는 어느 정도는 현대적이고, 어느 정도는 미래적입니다.
            그 갭 때문에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어떻게 보면 기차가 이 영화의 주인공 아닙니까? 그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2. 이것도 결국은 설정놀음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만한 오버스펙 기차에 쌔끈한 통신시설이 없을리 없지요.
            그리고 현대에서는 어떤 기술을 특정한 집단이 모조리 독점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예외를 두자면 암호 기술만은 미국의 모 기관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는군요. 다른 기술도 뭔가 있을까 싶지만...)
            가령 독일이 엔진을 잘 만들지만, 한국도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은 엔진을 만듭니다.
            배, 비행기, 스마트폰... 어떤 나라든 어느 정도 기술만 있으면 그럭저럭 만들어요.
            하이테크놀러지인 핵발전소도 세계 7~8개국 정도는 만들 기술이 있는 걸로 압니다.
            어쨌든 그것을 따졌을 때 다른 생존자들이 이런저런 기술로 생존해있고, 열차와 교신을 할만한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면 설국열차의 세계도 꽤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고의적이든 아니든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을 빼놓고 있지요.
            그런 사소한 지점들이 모이고 모여서 작품의 완성도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닐까요.


            SF에서 테크놀러지와 논리적인 무결성은 꽤 중요한 부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그런 내적 완결성이 높을수록 만족할만한 작품이 되더군요.
            사실 이 자체를 문제시 하느냐, 아니냐가 님과 저의 근본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가끔은 그러한 부분을 내려놓고 영화를 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게 안 되니 이런 평이 나오는 거지요.
            그냥 "요놈은 이렇게 보는구만."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원작 설정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어요.
      멸망 후 세계 그 자체가 되어버린 기차에 계급에 따라 탑승한 사람들.
      그 설정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원작이나 영화나 나쁘지 않았지만 막연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 거 보면 쉬운 설정은 아니었나봐요.
      • 그런 것 같습니다.
        구멍이 많아서 발이 빠지기 쉬운 설정이라고 봐요.
        그 구멍들을 잘 피하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됐던 모양입니다.
    • 아직 영화는 못 봤지만 원작 정말 별로였어요. 그림이 풍기는 분위기로 정말 껍데기 밖에 없는 빈약한 서사를 버티고 서 있는 모양새더라고요. 그 빈약한 이야기조차 작가가 감당을 못 해서 갈팡질팡하는데, 어휴...
      • 원작이 별로였다고 동의해주시는 분이 있으니 어쩐지 기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암튼 꽁기꽁기 하네요. 히히...
    • 아무리 인류가 위기에 처해도 14개월만에 만든 팔천톤짜리 원자력 로봇이 로켓 주먹을 휘두르는거나 한강에 몰래 미군이 버린 독극물 먹고 송어가 괴물이 되는거나 17년을 혹한지에서 보수를 전혀 안해도 무너지지 않는 레일이나 설정은 전부 현재의 과학적으로는 꽝이죠.

      영화의 목적이 시원한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느냐 진중한 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채용하는 배경 장치일뿐?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