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남동생때문에 걱정이예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휴대폰으로 간밤의 듀게를 훑어내리다

차스키님께서 쓰신 글(남동생 때문에 조금 걱정입니다)에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제 저와 너무 비슷한 상황이었거든요.


저도 남동생과 10년 넘게 차이나고, 물고빨고 업어키웠죠.

현재 군인이고, 요즘 휴가 나와있어요.

어제 저녁 저도 충격의 그 말을 들었죠.


사단은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휴가나온김에 식구 다 같이 밥먹자, 해서 

온 가족이 즐겁게 고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하는 시간을 가지고 

동네 대형마트에서 중산층 코스프레를 한뒤,

행복하게 집으로 오다 무슨 말끝에 성재기씨 얘기가 나왔어요.


고인이 된 양반에게 이런 말 하는 게 좀 껄끄럽지만,

전 성재기씨가 살아생전 일반적인 상식 수준과는 좀 떨어진 발언과 활동을 했다고 보거든요.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제 동생이, 제 동생도!

그런 사람이 죽어서 너무 안타깝다면서 사회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는지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동생은 우선 남성연대의 활동이 매우 옳고, 자신은 그의 활동을 지지하며, 성재기의 활동과 발언은 다수의 여자들도 수긍하는 것이 SNS에 많이 나와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하며, 도대체 하는일이 뭐냐고 얘기하는데, 정말 제 가족이 맞나 싶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여성가족부의 활동들을 다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뉴스에 나는 여가부의 활동들은 오히려 (제 기준에) 실소를 나게 하는 행동들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에 여가부가 존재하는 자체가 남녀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동생에게 했죠.


제가 성재기씨에게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 사실 저 부분인데요,

남성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좋아요, 할 수 있죠, 해야죠.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인권과 권리가 불평등하게 설정되어 있는 구조라면 그 구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느낀 성재기씨는 그러한 고민이 없는 분이었었거든요.

(사실 이런 말 할만큼 남성연대와 성재기씨에 관심을 두었던 것도 아니기에, 글 쓰면서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냥 저는 어버이연합 수준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동생은 이런 저에게 

  • 여성과 남성의 임금 비율 차이가 7:10정도라고 한다.
  • 그래서 여성의 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근데 생각해봐라.
  • 왜 이 수많은 회사 사장들이 그럼 3만큼 싼 7에 여성들을 쓰지 않고 왜 10인 남자 들을 쓰겠느냐?
  • 그건 남자들에게 3만큼의 일이 더 가기때문이다. 

라는 논리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동시에, '아, 얘 큰일났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드는데 답이 없더라구요.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빡침과 경멸이 그대로 묻어나는 얼굴로

'혹시 일베하냐?'라고 물었더니, 일베는 잘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때부터 여성이 배려받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분노같은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뭔가 제 동생도 삐뚤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주는 책이나 동영상, 강연 같은 걸 보여주고 싶은데

더 역효과가 날까 걱정이기도 하구요, 사실 어떤책이 좋은지도 모르겠구요.


제가 불편하게 느끼는 개념들을 사랑하는 동생이 지지하니 

이것 참 멘붕입니다. 

 

    • '일베 잘 안간다 = 일베 한다'

      뭐 결론 나왔네요. 다만 동생분께서 일베에 [우리집 젊은김치가 성재기 열사 씹더라. 역시 김치녀 종특...] 이런 류의 글만 안쓰길 바랄뿐이죠.
    • 보통은 연애하면 고쳐지는 거 같던데요.-_-a 물론 헤어지면 더 답없는 루트로 빠질 수도 있긴 하지만요.
    • 안건은 다르지만 남동생과 가치관의 차이가 심합니다. 그걸 고쳐주려하면 더 막나고 대화가 안되죠. 누구의 말도 들을 귀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제가 하고싶은말을 다하면 아마도 가족의 연이 끊어질수도 있습니다. 긁어 부스럼이 될거라는걸 안 순간부터 그부분엔 터치하지 않습니다. 평소엔 또 그냥 착한사람이니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되는건 알지만 다행히 어떤 사건 사고로 발전되진 않고요,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은 유해진 느낌도 듭니다.
    • 임금 비율 차이 이야기 할 땐
      한 사회의 생산과 분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셔야 되요

      그나저나 동생이 누나에게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 취직하고 여친 생기면 고쳐집니다.
    • 신기한 한편 두렵고 걱정되네요. 제가 대학다니고 사회생활 시작할때인 20년전에는 이런 논리가 사회적으로 당연시됐는데 강산이 두번 이상 바뀌는 동안 남자들의 의식은 20년간 변한 게 없다는 게 놀랍네요.
    • 저는 일베를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듣고 싶지 않는 대답을 할까봐..

      아마 님도 결론은 이런 동생 때문에 열받아요!!!라는 이야기보단 이런 동생 어떻게 하면 올바른 사고를 갖게 해줄까요? 가 요지시겠죠? 그게 제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군대 가면 좀 생각의 폭이 넓어질꺼라 믿고 있었는데 또 그게 아닌가봐요?
    • 지금 군인이라면- 그래서요? 라든지 눈치우는게 재미있다는 편지가 옵니다 라는 등의 동영상이나 캡쳐 영상을 보고 꼭지가 돌 수 밖에요. 제대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보고 배우며 각성하길 기다려야지요 뭐. 군대는 생각의 폭을 넓게 만들어 주는 곳은 아닐겁니다 -_-
    •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는군요.
      21세기가 되면 좀 달라질까했더니 여전히 마인드가 20세기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이 많네요.
    • 여자 형제만 있는 사람으로써 정말 신기한 상황이네요. 누나가 학교나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으로써 느끼는 불편과 불이익을 남동생들은 전혀 모른단 말인가요? 연애로 만나는 이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니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동생들이 모르는 이유는 뭘까요? (누나가 동생을 배려해서 전혀 말을 안해서? 아니면 누나는 (엄마처럼)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 답글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취직하고 연애하면 좀 달라질까요? 현명한 여자친구를 만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그런 애가 제 동생을 좋아해줄까요. -.-
      나이를 먹어가면 유해질 것 같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방향이 더 뒤틀릴까봐 걱정이예요.

      그리고 차스키님, 좀 걱정스런 말씀으로 들리시겠지만, 군대가 사람을 더 넓게 하진 않나봐요. 아무래도 또래 남자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굉장히 더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니까요.

      마지막에 앨리님께서 해주신 말에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저는 제 가족들에게는 관련된 대화도 하지 않고, 가족들은 당연히 저와 같은 사상과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나봐요. 심지어 저는 회사를 옮기는데 결정적 이유가 회사 상사의 성추행때문이었는데, 그건 동생에게 말하지 않았거든요. 아직 제눈에는 애기라 이해도 못할 것 같고, 제 입으로 '남'동생에게 말하기 쑥쓰럽기도 했구요.

      아, 인터넷으로 보던 불특정다수를 한심하게 볼 것이 아니었어요. 차츰차츰 균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야 할텐데, 책도 잘 안 읽는 아이라 걱정이네요. 참을 인자 백스물한개를 마음에 그리고 얘기해나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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