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연대를 생각한다

김고기@Demagogy님의 트윗을 팔로하고 있는데 제법 본질을 꿰뚫는 분석이 있어요. 루저 남성들을 위해 다같이 건배하죠.


기본적으로 일군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소한 그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남성연대의 활동은 분명히 이러한 남성과 비남성의 전선에서 낙오된 비남성들의 울분과 조직을 확인시켰다고 본다. 


어쨌건 간에 분명히 그들을-우리를-나를 위한 남성단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역할을 강요하고 고착화하는 구조를 돌파하자. 사회가 요구하는 남자다움에 따귀를 때려라. 


남성연대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 찌질하기 그지없는 남성과 비남성의 전선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는 것이고, 실패를 묻는다면 '압도적인 능력'에서 낙오되었음에도 있지도 않은 '남성성'을 지키기 위해 역으로 여성을 격하해버렸다는 것이다. 


네가 압도적인 능력 갖추고 군림하는 마초 남성이라고 생각해봐라. 인권이다 뭐다 하면서 저깟 '여성'들이랑 토닥대는 자칭 '남자'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보이겠는가? 그들의 표현대로, 그것은 얼마나 '남자 답지 않은' 행동인가. 


이러한 남성과 비남성의 대립에서 비남성은 '남성'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되, 마초이즘은 그 과정에서 개인의 압도적인 우월함을 요구했다. 그렇기에 비남성들은 '남성'들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남성 단체를 만드는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 


남성 단체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역사적으로 남성은 표준적인 시민이자 보편으로 여겨졌고, 그 근간에는 여성에 비해 압도적인 능력(주로 경제력)이 있었다(물론 이것은 구조적으로 조성되었다). 이 맥락에서 패배한 남성들은 '남성'에서 배제되었다.



    • 남성연대는 가난한 남자들의 모임이라는 결론이군요.
      • 압도적인 능력이 없는 남자들의 좌절감이 남성연대를 만든 기반이 되었겠죠.
    • 김고기 님의 의견은 성역할의 전통성을 기초로 왜 남성 운동이 힘을 얻을 수 없는가에 대한 분석이군요. 전통사회는 남녀 모두에게 고정적인 성역할을 강요했습니다.남성에게 수많은 사회적 권리가 있는 대신 사회적 의무와 책임도 같이 주어졌죠. '여성을 보호하고, 배려할 것' '가정의 경제를 책임질 것'과 같은 의무는 남성이 전통적으로 짊어진 의무들 중 하나였죠. 반면 여성에겐 '남성을 존중할 것' '가정의 비 경제적 영역을 책임질 것'과 같은 역할이 부여되었고요.

      이 상황에서 여성주의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부정하고 남성이 차지하던 경제적이고 정치-사회적인 영역에 대한 권리를 늘려갔습니다.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지난 수십년간 이전에 비해 많은 부분 여성의 영역이 늘어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여성주의의 이런 운동은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된 의무 (가사,육아와 같은)가 그대로 유지된 채 일어났다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로인해 맞벌이 부부 중에서도 여성이 더 가사 노동에 노출되고 강요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죠.

      전통적인 성역할의 붕괴는 남성에게도 비슷한 어려움을 가져옵니다. 과거에는 경제적 영역이 남성의 몫이었으므로 그것만 어떻게 해결하면 그럭저럭 남성으로서의 대우가 있었죠. 하지만 이젠 경제-사회의 영역에서 여성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죠. 이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의지가 없는 남성들은 이른바 '약한 남성'으로 분류가 됩니다.(저는 '루저 남성'이란 표현이 '루저 여성'이란 표현과 마찮가지로 인격적 모독의 여지가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약한 남성들에게도 가정에서만큼은 나름의 권력이 있었을 테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진 거죠. 이들을 원하는 여성도 없을 뿐더러, 어떤 경우 이들은 철저히 아웃사이더로써의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됩니다. 이건 단순히 특정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사와 육아와 직장에 시달리는 게 특정 여성의 일이 아니듯, 가정 내에서 경제적 권력을 가진 남성이더라도 더 높은 경제적 능력과 더 활발한 가사노동의 참여에 시달리게 된 거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남/녀 모두 영역에 대한 혼란이 생기고 마찰이 심해집니다. 이건 현재 대한민국, 그리고 의외로 많은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죠.

      여기서 이른바 '약한 남자'라는 집단, 그리고 약한 남성성이 등장합니다. 전통적인 성역할과 그것이 파괴되고 해체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이 약한 남자들은 아직 남아있는 의식과 새로운 의식 사이에 가장 이상한 존재들 중 하나가 된 거죠. 말하자면 전통적으로 남성은 강해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며, 어떻게든 가정의 경제력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통적인 남성적 대우를 얻지도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거죠.

      말하자면 지금의 시대는 전통적인 성역할과 새로운 성역할의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 어중간함이 여성에게 직장과 가사의 이중부담을 탄생시켰다면, 남성에겐 더 높은 경제적 능력을 강요하게 된거죠. (결혼시장에서도 여성이 자신보다 더 높은 경제력을 가진 남성을 원하는 건 수많은 결혼 정보회사의 자료와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죠 ) 더군다나 전통적인 남성성은 약함을 드러내면 안되죠. 그래서 약한 남자들은 불만이 생겨도 그것을 쉽게 드러낼 수가 없게 됩니다. 기껏해야 인터넷에서의 푸념 정도죠. 결국 남성운동이 여성운동에 비해 힘이 없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들은 약해서도 안되고, 약하다면 강한 척이라도 해야 하거든요.


      혹시 남자가 피해자임을 강조하면 힘을 얻게 되지는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남자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징그럽기만 할 것이다(『남자 만세』. p. 271).

      사람들은 여자에게서 약한 면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 한다. 반면 남자에게 약한 면을 보면 밟아버리고 싶어 한다(『548일 남장 체험』. p. 240).
    •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남성연대 그 자체였죠.

      새 남성연대는 기존의 남성연대에 끼지 못한 (혹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연대고요.
    • ANN'S 440_ 저.. 역활이 아니라 역할.. 수정하시면 이 댓글은 지우겠습니다.
      • 수정했습니다. 댓글은 안 지우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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