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목들을 좋아했던 이유 + 생활속 가까움을 보여주는 작은 장면들

전 오글거리는 재판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8회까지는 (이게 수족관 장면이 나오는 회가 맞죠?) 즐기면서 봤습니다. 갈수록 60분짜리 드라마를 동영상으로 15분만에 다 보면서 (지난 회는 무려 10분만에 끝냈습니다!) 아니 뭐 떄문에 내가 이걸 봤던 거지? 싶더군요. 좀 생각해 보니까 지난 번에 썼듯이 아무래도 엄마 때문에! 그리고 제 눈에는 이분이 저희 엄마랑 닮으셨어요. 아무튼 모녀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으러렁 거리다가, 순간 어디 아프냐? 고 걱정하면서 물으시는 모습, 마지막 대화 할 떄도 한번 소리를 높이시죠. 


회가 지나갈 수록, 백허그니 키스니, 연애의 달달함이 많이 나오는 데, 전 별로 그 달달함을 못느끼겠네요. 오히려 전에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 지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훨씬 달달했어요. 마치 오랫동안 연습을 많이 해서 상대방의 육체조차 자신의 것처럼 함께 춤추는 두 무용사들 처럼, 서로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특히 수하가 상대방이 필요한 걸 미리미리 해주는 장면들. 물병을 따거나, 아 깻잎 가져가기 쉽게 젓가락으로 잡아 주는 그런 장면들이요. 엄마 돌아가시고 발로 이불 빨래 할 때, 울고 짜증내고, 위로 할려는 수하의 손길을 뿌리치다가도 수하한테 발씻고 들어와, 안그러면 더 더러워져 하는 장면도 전 굉장히 좋았어요. 


제는 제 생활에서도 이런 장면들을 수집(?) 한답니다. 전 제 친한 친구들이 아주 작은 행동으로 가까움을 표현하는 걸 일기에 적습니다. 친구들이 언제 처음 제 접시에 있는 음식을 먹었는 지 기억하는 건 기본이에요. 제 친구 한명은 제가 '들어와'란 말을 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자기 아파트에 들어온 걸 기억한다면서, 그떄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았어 그러더군요. 뭐 제가 "내 접시에 있는 음식 먹는 친구들"이야기는 여러번 했죠. 그런데 정말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손도 안된 음식 좀 가져가라도 해도 기겁을 하던 친구가 요즘에는 제 물컵도 쓰고, 제가 먹다 남긴 컵케익을 가져가 먹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해요.지난 겨울 친구 H가 집에와서 점심을 먹으러 왔을 떄에요. 친구가 나 탄산수 마시고 싶어, 탄산수 있지? (저희 집에 항상 탄산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더든요) 라고 말하는 데 계속 새우 손질 하면서 그래 라고 대답하니까,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고 찬장에서 컵을 꺼내고 마시더니 갑자기, 이거 알아? 남의 집 냉장고를 여는 거 흔한 일 아니다. 보통은 기다리잖아.  집 주인이 손님한테 꺼내 줄떄까지. 그러면서 굉장히 만족하게 웃더군요. 정말, 너 이제 손님아니다. 


참 메이킹 필름을 보니까, 찰영기다리는 동안 어깨에 있는 이보영 손을 이종석이 장난으로 깨무는 장면이 있더군요. 정말 친한게 느껴져요. 귀여워요. 

    • 말씀하신 그런 장면들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더군요.

      그렇고 그런 인터넷 로맨스 소설이었는데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묘사를 읽고 거기 홀려서 다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서로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상태인 헤어진 연인이었는데 남자가 자기 옛 애인이 새로운 상대와 있는 걸 보고 이제 우리 사랑은 끝났구나 생각하는 장면이었어요. 새로운 남자는 여자의 다음 동작을 읽고 있고, 아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일상적인 행동들이 잘 맞물려 돌아갑니다. 예전 남자는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 자기들의 사랑은 끝난 이야기라는 걸 느끼게 되지요.

      무슨 일인가로 마음이 굉장히 상해서 마음에선 우선 밀어냈지만 표면적인 관계는 유지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몸이 닿을 (맨다리에 뭐가 붙어서 떼 주려고 했던가 그랬죠)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굉장히 조심스럽더군요. 아 내가 얘한테 마음이 멀어졌구나 했어요.


      Kaffesaurus 님은 가까워짐을, 저는 끝남을 이야기하니 뭔가 이상하네요.
    • 고등학생 때는 아니고 아마 대학 다니면서 떨어져 있다가 명절, 아니면 방학에 본가에서 엄마랑 목욕탕에 갔을 때였어요.

      간식 겸 마사지 용도로 우유를 1팩 가져갔는데 엄마가 두어 모금 먼저 마시고 제게 건네셨어요. 근데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도 의식 못한 채 우유를 조금 따라 버리고 꿀꺽꿀꺽 마신거죠.

      엄마가 정말 깜짝 놀라고 충격 받으신 얼굴로 엄마가 입 대고 먹은 게 싫은 거냐고 더러워서 그런 거냐고 묻는데 저도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거 아니라고 했는데 엄마한테 너무 죄송했어요. 딱히 그런 생각과 의도가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무의식중에 나타난 행동이라 더 이상했을 수도 있는 거라 엄마도 충격, 저도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제가 나와 산 지 오래고, 집에 내려가도 같이 목욕탕에 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서 어색해졌던 것 같은데 그 때 그 순간이 잊혀지질 않아요.



      Kaffesaurus 님은 가까워짐을, 안녕하세요 님은 끝남을, 그리고 저는 멀어짐 혹은 어색해짐을...ㅎㅎ
    • 답글들이 다 마음에 와 닿아요. 그런 무의식적으로 하는 작은 행동들이 관계에 관해 많이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나의 동작들을 읽어주던 사람이 사라지면, 그게 얼마나 큰 행동들이었는 지 느끼게 되죠. 너목들에도 그런 장면이 몇몇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인가? 기억은 잘 안나는 데, A가 B와 C가 예전에 연인관계였다는 걸, 단지 B가 자연스럽게 C의 옷깃을 고쳐주는 걸 보고 알아차리죠.
      저는 제 친구들이 이제 제 커피를 가지러 갈떄 뭘 넣는 지 말을 안해도 되는 게 좋아요.
      음 저한테는 하나의 컵을 더이상 물어 보지도 않고 나누는 스웨덴 친구가 세명이 있군요.
      마치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 처럼, 출근해 얼굴 보자 마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억지로 좋은 얼굴이잖아,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이 애랑 포커게임을 절대 안하지만요)
    • 맞아요. 큰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나 행동은 다들 비슷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한 반응이나 태도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고. 말씀대로 그런 디테일한 장면들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후반으로 가서 이야기가 커지면서 그런 디테일이 다 죽어 버려서 아쉽구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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