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_-;

듀게에 잠시 (찻잔 속의) 태풍처럼 몰아친 극찬과 추천의 글들을 스포일러를 피해가며 대충 훑어 보았고,

결정적으로 그 추천 글들에 꽂힌 가족분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iptv로 며칠간 몰아봐서 끝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_-;;;


듀게에서 이 작품을 칭찬하신 분들이 대체로 제 취향과 비슷한 작품들을 많이 좋아하시던 분들이라 '최소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울 거라는 기대를 좀 품고 시작을 했는데.

시작이 기대와 달리 그냥 무난무난해서 중반쯤부턴 좀 달리려나 싶었는데 중반도 그냥저냥. 그럼 결말에 뭔가 뒷통수를 강렬하게 후려 갈기는 대단함이 있을까 싶었는데 끝을 봐도 뭐...;


'마법 소녀인데 잔혹해!' 라는 건 옛날 옛적 클램프 만화들과 뭐가 그렇게 다른지 잘 모르겠고;

큐베란 놈이 가장 나쁜 놈이라는 건 첫 회만 봐도 너무 뻔한데다가. 마법 소녀들이 외계인의 에너지 뭐시기라는 설정도 이런저런 다른 작품들에서 본 것 같고.

뒤로 갈 수록 점점 더 격한 딜레마와 불행, 좌절이 넘쳐 흐르며 극단적으로 치닫는 분위기 같은 건 '보쿠라노'에서 이미 볼만큼 본 것 같았구요. (전체적으론 '보쿠라노'보다 이게 훨씬 낫긴 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재미 없고 별로라는 것까진 아닌데, 그렇게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분위기에 공감하기 좀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오히려 다 보고 나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는 뭐 그런 결론이;


스즈미야 하루히와 이 작품이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둘 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등장 인물들의 성격 설정, 기본적인 줄거리까지 모두 '덕후에게 팔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작품인데, 동시에 '하지만 그냥 흔한 덕후물과는 분명히 달라요'라고 선언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우엔 중반 쯤에 숨겨진 진상을 밝힌답시고 '덕후들을 위한 종합 선물 셋트' 같은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정당화하는 부분이 꽤 재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야기 결말 부분의 과도한 거창함이 학원 연애물이라는 작품의 기본 장르에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꽤 유쾌하고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숨겨진 진상과 거대한 마무리는 그 거대한 스케일과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좀 식상하단 생각만; 마도카도 사야카도 하는 짓들이 짜증만 나고 그나마 응원할만했던 호무라는 어쩜 그리도 하는 짓이 '에반게리온Q'의 미사토 같은지. 대화를 해라!! 설명을 하라고!!!!


그리고... 이건 작품 자체에 대한 평은 아닙니다만.

작품 배경의 작화와 설정이 격하게 환상적이고 등장 인물들의 성격들이 모조리 다 단선적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사고 실험(?)을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더욱 이입을 못 하고 주인공들에게 무슨 비극이 닥치든 거리를 두고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 

딱 한 가지 아주 맘에 드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모두들 극찬하는 마녀와 마녀의 결계 속 표현은 저도 아주 좋았어요. 이 부분만은 확실히 특별했고, 매력적이었네요.

그리고 머리통 냠냠 씬의 연출도(...)


그래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다시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이상한 결론입니다.



+ 아마도 제가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의... 도 아니고 전혀 보지 않고 사는 노땅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_-;

++ 근데 대충 적어 놓고 생각해보니 '보쿠라노'와 정말 많이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우로부치의 마력 + '마미루'(...) 임팩트 때문에 좀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고 봅니다. 다들 1,2화까지만 해도 귀여운 그림체와 밝은 분위기를 가진, 간만에 나온 정통 마법소녀물(프리큐어는 격투물인지라...=_=;;)인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겼는데(여기에 각본가인 우로부치도 이번엔 희망적인 내용이라며 뻥카까지) 3화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마미루' 장면이 나오며 오덕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죠. 특히 '마마마' 방영 즈음이 만화나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들이 유독 많았던 즈음이라 새로운 전개에 놀랄 일이 굉장히 드물었던 시기였고요.(이미 다 아는 내용이다보니 다들 팔짱끼고 '얼마나 원작을 잘 재현했는지 지켜보겠어' 하는 분위기) 그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덕후들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치고 눈알이 튀어나올만큼 놀라게 한 작품이 '마마마'였죠.
    • 훈훈계일 줄 알았는데 고어계였다는 반전은

      저한테는 아주 부차적인 것이 불과했습니다.

      마지막 결말까지 다 알고 봤는데도

      완성도에 크게 놀랐습니다.

      소녀들의 운명의 잔인함과 그걸 풀어내는 연출이

      온전히 유기적으로 뛰어나게 조직되지 않았나요?

      그에 비하면 마녀 결계의 아방가르드 연출도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 2010년대 작품 중 주제의식이 선명하고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작품이란 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리도 단기간에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것은 좀 예상 밖이었죠.(에반게리온조차 첫 방영 때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방영시간 조정되고 재방영된 이후부터 달아올랐죠.) 우로부치는 원래 대중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양반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의 3화가 오덕들의 뒤통수와 뺨따귀를 한번씩 후려갈긴 뒤 픽시브 등 팬아트 사이트가 마미성님(...)에 점령되며 그 후부터 정밀한 분석에서 온갖 패러디 개그짤까지 넘쳐나는 오덕들의 화끈한 불판으로 진화... 그 이후에는 새로운 화가 나올 때마다 오덕들의 성대한 파티가 벌어지며 판을 더욱 키웠죠. 3화 임팩트가 없었다면 평가는 굉장히 좋았을지언정 지금만큼 널리 회자되는 작품은 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엔하위키 등지에서 작품 속 떡밥과 암시들에 대한 분석들을 읽어보니 그런 걸 박아 넣은 작가도 대단하고 또 분석해낸 팬들도 위대하단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작가 생각이 아니었는데 제작진이 집어 넣었다는 떡밥들이 작가가 만든 스토리랑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도 많더라구요. 작가도 집요하고 제작진도 집요하고 참. 하하.
    • hermit/ 제작진의 훼이크(!)가 있었군요. 재밌는 사람들이네요. 하하. 큐베란 놈이 워낙 노골적으로 나쁜 놈 생김새라 왜들 놀랐나 했더니 그런 사연이... -_-;

      centrum/ 유기적으로 뛰어나게 조직... 부분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태클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저에겐 그냥 흔한 전개와 연출로만 보여서;
    • 저도 불과 며칠 전에 IPTV에 무료로 올라온 것을 봤는데, 저는 초반 모에 그림체의 엄청난 압박(...)을 제외하면 꽤 괜찮게 봤어요.

      솔직히 마지막 회에선 질질 짜면서 봤다능;;

      내용이고 뭐고 다 떠나서 그냥 성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절절해서 말이죠ㅎㅎㅎ;;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사실 대단한 거 없고 그냥, 에바 이 후로 유행처럼 이어져 온 장르 비틀기 때문인 것 같네요.

      로봇과 괴수물을 비비꼬아 봤으니 이제는 마법소녀다!

      설마 마법소녀까지 꿈도 희망도 없는 지옥도를 달리게 할 줄은 몰랐겠지!

      라는 노림수가 느껴진달까요... 실제로 초반의 어떤 장면은 제법 충격적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거 꿈과 희망의 마법소녀물 아니었어?! 싶은;;;

      그러다보니 작품의 모든 것이 신선해 보이고 또 그러다보니 뭔가 대단한 것을 품고 있는 작품처럼 느껴진 것은 아닐런지... 하고, 마법소녀라고는 리나 인버스와 세일러문 밖에는 모르고 살다가 우연히 마마마를 보았던 저의 느낌이었슴돠ㅎㅎㅎ
    • 저도 듀게 폭풍추천에 전 화를 받아놓고 봤는데 3화 이후로는 그냥 오덕님들의 정성 쩌는 리뷰만 보았스빈다.
      이 애니에 대한 저의 감상을 한마디로 하자면 '그...글쎄요...'였음. 그러니 centrum님의 '유기적으로 뛰어나게 조직'부분에 대한 팬심어린 감상이 궁금합니다.
    • 스즈미야 외에 언급된 것들 중 제가 본 건 없군요; 그래서 전 설정이 신선하게 느껴진걸까요. 제가 좋았던건 작화, 오랜만의 높은 퀄리티의 백합, 마법소녀, 여고생, 마녀-마법소녀 연관을 설명할때의 대사와 연출의 쫀쫀함, 일상의 작은 소원과 불행이 모여 커다란 어떤 것-리스크가 되어 돌아온다는 모티브를 이런 퀄리티의 쫀쫀한 연출로-애니- 가시화된걸 보았을 때의 전율, 아주 작은것에만 집중하거나 큰것만 다루는 게 아니라 아주 소소한 개인의 일상에서부터 전 역사의 지구, 나아가 우주까지 제겐 신선하고 공감이 가는 설정으로 다룬다는 것 등이 좋았어요ㅎ
    • 마법소녀물을 거의 안 봐서 그런가 감상은 '조낸 불쌍한' 마법소녀들.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도대체 마기카는 언제 나오나....'
    • 저도 그냥 저냥 봤습니다.
      예전에 마마마 관련 글에 댓글로도 달았지만, 마법소녀가 죽거나, 마도카와 같은 운명을 가지는 건 세일러문이나 다른 마법소녀류에서도 못 보던 설정은 아니었구요.

      다만 차이점이랄까 비교되는 점은, 예전의 2000년 이전 애니들 4쿨이 거의 기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이나 개그류 같은 부분들이 꽤 많았던 거 같고
      반대로 마마마는 짧고 굵게 12회만으로 압축해서 귀엽게(저는 그닥 귀엽게 보진않습니다만) 생긴 여자애들이 전형적인 마법소녀물 옷을 입고 점점 더 불행하고 잔혹한 운명 속에서
      발버둥치는 ..(그리고 결말 마저 행복하지 않은) 내용을 보여준게 나름 차별화랄까요. 저도 2000년 이후 애니는 로봇물 위주로만 봐서.. 잘은 모릅니다만 개인적인 느낌은 그랬습니다.
    • 본지는 오래되서 세계관을 아주 치밀하게 잘 짰다고 단언할수는 없는데요. 당시 봤을땐 이런저런 달콤하거나 자극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그 밑의 뼈대(설정)을 알게 되었을 때 감탄했어요. 무턱대고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게 아닌 이런저런 개인들의 욕망, 비탄, 소원, 의지가 모여 평온하게 고인 에너지에 파문을 일으키고, 빚처럼 쌓인 대가가 모여 파국을 이루지만 이를 막고자 고군분투하다 못해 무한한 희생을 하게 되는 소녀이야기.. 종교적인 이야기를 환상적 작화와 더불어 본격 모에화(..)한 느낌이었죠. 값싸고 친근하고 대중적인 그릇에 귀한 물을 담아놓은 느낌.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토핑까지 얹어서요(여고생, 백합, 마법소녀, 작화, 총쏘는 소녀, 인형, 고양이..가 아니고 큐베 등등)
      • 내 페티쉬 포인트가 이정도 퀄리티의 작품 안에 있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감동이야ㅠㅠ라는 것도 크긴 했어요. 특히 백합쪽은 어째 컨텐츠풀이 작거든요..
        • 곁다리 이야기지만 흠. 백합에 대응되는 bl쪽은 여덕파워로 컨텐츠 자체가 넘치다보니 확률적으로 괜찮은게 많이 나오지만 백합은 생산자도 소비자도 대개 소수의 여자라..orz
          • 백합이라고 하면 기억나는 작품이 '우테나' 밖에 없어서(...)
            클램프 만화에도 단골로 나오는 소재이긴 한데 그 쪽은 또 본격 백합은 아닌 것 같고 그렇네요. ^^;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매력: 호무라
    • Mk-2/ 이 것 저 것 찾아보다 보니 성우들 칭찬이 많긴 하더라구요. 전 오히려 모에 그림체는 괜찮았습니다. 뭣보다도 거대 가슴-_-캐릭터가 없어서 부담이 없더군요.
      근데 마법소녀를 그것 밖에 모르신다니. 밍키, 샛별 공주를 정녕 모르신단 말입니까? 의외의 비극과 냉정함은 마법소녀물의 기본이라구요. ㅋㅋ 레이어스도 그렇고 하다 못 해 카드캡터 사쿠라 마저도...;

      Paul./ 제가 좀 매정하게 적어 놓긴 했는데 작품 자체는 괜찮게 봤어요 전. 만약 극찬 러쉬를 겪지 않고 봤다면 오히려 칭찬 위주의 글을 적었을 겁니다.

      kamome/ 결정적으로 마지막 마도카의 선택/희생이 결국 호무라에게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개인적으론 좀 그랬어요. 그렇게 되는 과정까지 마도카라는 캐릭터가 제게 별 매력을 주지 못 했다는 것도 이런 매정한 평가의 원인이기도 하구요. 작품 제목에 이름까지 박아 넣고서 하는 일이 망설이는 것 밖에 없... (신지군!?) 나중에 호무라가 회상하는 미래(말이 괴상하네요;) 세계의 마도카가 훨씬 낫더라구요.
      그래서 제 결론은 '호무라가 불쌍해' 정도가 되겠네요. 쿨럭;

      독 짓는 젊은이/ 하하하. 근데 원래 마법소녀들이란 불쌍해질 팔자들이긴 합니다. '난 이게 옳은 일이라고 믿고 열심히 해 왔는데 아니었네염' 과 같은 전개가 기본이라서.
      마기카... '매지카'의 일본식 발음일 것 같으니 마법사란 얘기겠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전에 그런 단어가 없더군요. -_-;

      이사무/ 네. 짧고 굵게 휘몰아치는 구성은 맘에 들었습니다. 근데 어찌 생각하면 좀 잔잔한 일상과 개그를 넣어주는 게 마지막에 감정 이입을 시킬 수 있는 길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렌즈맨/ 맘에 드는 캐릭터는 정말 호무라 뿐이었네요. 쿄코도 좀 애잔했구요.
    •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글에 발끈하다니, 저에게도 팬심이라는 게 없지는 않나보네요. 흠흠, 죄송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지는 평과 느낌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마마마는 표면적으로는 마법소녀의 클리셰를 철저하게 추구하면서 속 내용은 또 철저하게 그 안티테제를 가져오고, 요런 점이 애니는 좋아하지만 묽은 서사는 싫어하는, 덕후라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저에게 매력을 끌지 않았나 싶네요.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대충 이야기가 형성되는 구조를 알 수 있는데요. 마법소녀가 상징하는 인생의 꿈이나 희망에 대해 나이브한 동경을 갖고 있는 마도카가 그 꿈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가면서 아름답지만 추악한 면도 있는 희망의 실체를 알아가고, 그것을 초월하여 일종의 궁극적인 답을 내놓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호무라가 답답하게 군건 어설퍼서라기 보다는, 설명을 한다던지 하는 걸 뛰어넘은 온갖 방향의 해결을 시도하지만 그 모든 모력이 수포로 돌아갈 뿐 아니라 시도를 거듭함에 따라 문제 자체가 더더욱 심해져서, 온갖 노력을 했지맘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피로를 갖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야 그 이야기를 처음으로 보는 거지만 호무라의 입장에서는 몇백번 되풀이된 이야기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겠죠.



      일본의 시의원이 마마마의 마법소녀를 정치인에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한 단독자로서의 인간을 넘어 다수의 타인의 삶에 책임을 지는, 인간 이상의 존재로 산다는 것이 아름답기만 한 일은 아니죠. 그런 능력을 발휘한다는 건 '언제나' 한 인간이 가진 범위를 넘는 일종의 남용이고, 뒤에 따라붙는 정당화로서 그게 비교적 옳았나 글렀나 저울질되는 거죠. 항상 옳고 선한 판단을 하더라도, '인간 이상의 존재'로서의 역할에 익숙해져서 자신이 단순한 한 인간일 뿐임을 잊어버리면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또 다수의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던가, 하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런 권력과 인간성의 관계를 마법소녀물이라는 틀을 표면적으로 철저하게 지켜가면서 나름 깊이있게 표현한 점이 괜찮았다고 봅니다. 마마마의 세계는 힘에 미친 타락한 영혼들이 들끓는 세계이고, 이 마물들을 저지하고 세계를 지키려는 자들의 말로는 결국 힘에 미친 타락한 영혼이 될 뿐입니다. 쿄코와 같이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을 분리시켜도 구원은 오지 않고, 사야카와 같이 개인적인 소원을 위해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자신을 희생시켜도, 희생의 고통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 보다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고 그 소원이 달성된 것을 기뻐하는 마음도 고통에 먹혀버립니다. 고민을 멈추지 않으며 올바른 길로 가려했고 꽤 좋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던 마미마저 삐끗하는 순간 목숨이 끝나버리죠. 여기서 마도카는 사회에 들어오기 전 바르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을 꿈꾸는 어리고 젊은 사람의 역할을 맡습니다. 조금은 나이브하던 꿈을 꾸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려야 이해해줄 수 있는 캐릭터죠(하하). 마도카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던 삶과 이상이 농담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다른 사람들의 실패들을 보고, 큐베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록, '세상이 잘못된 것은 그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어버리죠.



      네, 진상이 그렇습니다. 온갖 이해가지 않는 사건들을 꼼꼼이 되짚어나가면, 바보같은 캐릭터들이 바보같은 판단을 하는, 전자렌지에 넣고 3분 돌리면 원상복귀될 것 같은 희극적인 세계가, 따져보면 띠져볼수록 잘못되었기 때문에 잘못될 수밖에 없는 치밀하고 부조리한 세계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마마마는 그런 절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권력과 인간성의 관계라는 말을 위에서 했는데, 한 인간 속에서 양립될 수 없는 권력과 인간성의 불화는, 권력을 사용하기 위해 억압되었던 인간성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타락으로 끝나게 됩니다. 고집쟁이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세계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소유하려고 했던 히틀러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는 모든 전치인, 모든 행동가, 모든 책임자가 지는 멍에와도 같은 것입니다. 현실의 책임자들은 몰락하거나, 몰락하기 전에 은퇴하여 자신의 선행에 희생되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욱신거리는 상처를 되씹고 있을겁니다. 가장 좋은 경우가 이 정도고, 때때로 이런 고통은 한 사람을 자살로 몰기도 하지요. 마마마에서 능력을 쓰면 누가 희생된다던가 하는 묘사는 없었지만, 힘을 쓸 수록 영혼이 더럽혀진다 하는 설정으로 권력과 인간성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없다면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사용하면 그 사용자는 언젠가 반드시 타락합니다. 이는 아주 지독한 딜레마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세기 호된 타락을 맛본 현대 세계는 권력을 거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개개인의 단절과 교감불능 현상으로 발전하는것 처럼 생각되는데... 헛소리입니다 ㅎㅎ)



      후반부의 호무라의 사정이라는 반전을 통해 '할 거 다 해봤지만 결국 망하는 세상'이라는 진실을 드러낸 마마마는, 놀랍게도 그 나름대로의 해답을 제시하기까지 합니다. 자기희생이죠. 하지만 이 대답은 들리는 것 만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온갖 종류의 자기 희생의 실례를 마마마를 통해 봐왔기 때문이죠!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는 사야카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희생을 할 수 없숩니다. 물리적으로 그렇죠. 쿄코의 '일이니까' 프로페셔널리즘도, 마미의 절제도, 호무라의 끈기와 치열함도 나름대로의 자기 희생이라 할 수 있지만, 그 행위들은 그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실패의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 행위들은 자기 희생이 아닌 자기애입니다. 사야카의 선택 또한 그렇고요. 그렇다면 마도카의 결론은 무엇이 다르냐? 하면, 권력과 인간성의 끔찍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권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기희생을 가장한 자기애로서의 인간성 억압을 그만두고, 인간성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선택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자살(죽음)이나 사회적 자살(증발)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 갖는 공포와 부조리를 모두 포용하고 세상 속에서의 한 도구로서의 자기 인식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작중에서 이것은 마력을 통한 마법으로서 묘사되지맘, 현실세계에서 이것은 하나의 사상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정치 체제일 수도 있고, 혹은 핵전쟁을 막았던 어느 포로의 비이성적인 침묵항거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건, 그 시작의 당시는 잊혀지지만, 그 영향은 현재까지 남아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호무호무... 이런 고군분투하는 캐릭터에게 찡해지는 게 저에게 있어요. 그게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종류의 것일 때 특히 그렇고.



      개인적으로 '하루히'는 이와 반대로 sf설정을 집어 넣으면서 아닌 척 하고 있지만, 결국 기호화된 캐릭터쇼라는 점에서 마마마와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별로 안 좋아해요(하루히 팬들에게 욕먹겠군요;).



      괜한 게시물에 괜한 이야기 늘어놓은 것 같네요. 사실 감상자체는 재미있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마마마를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마법소녀들의 잔인한 운명 - 에 대한 묘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대단히 치열하고 깊이 있는 알레고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법소녀물에다 풀어놓은 점에 감탄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탑티어급 세계문학 작품들에도 뒤지지 않는 깊이와 완성도라고 생각했구요.

        근데 님이 쓰신 것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몇 발자국 쯤 더 나가 있으셔서 크게 배웠습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 음 호무라의 호무호무함을 보시고도 매력포인트를 모르시나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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