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인 퍼시픽림을 저도 보고 왔습니다(사실은 어제;;)
느낌은 뭐랄까,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너무나 극명하게 나뉘는 희한한 영화랄까요.
솔직히 드라마적인 면으로 봐서는 한심할 지경이었습니다.
길예르모 델토로가 드라마를 못 다루는 감독이 결코 아닌데 어찌 이런 모양새가 나왔는지... 마코 역의 키쿠치 린코를 탓하는 글을 많이 봤는데 제가 보기에 문제는 키쿠치 린코가 아니라 드라마 연출 그 자체였습니다.
여러 리뷰어들의 리뷰들을 보면 델토로의 이번 연출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되도록이면 감독이 즐기던 옛 일본 거대 괴수 특촬물 및 거대 로봇 아니메의 감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 고의적으로 클리셰를 남발하고 평면적인 드라마 설정과 연출을 했다는 것 같은데 글쎄요...
그러니까 감독 자신부터도 덕후고 이번 영화도 피터 잭슨의 킹콩이 그러하듯 델토로의 2억불짜리 덕후질의 결과고 그렇기 때문에 대놓고 "얘들아! 뭔가를 아는 우리끼리 씐나게 놀아보자꾸나!" 외치며 덕후들을 노렸다는 것이고 뭐 그 의도는 대충 알겠습니다만.
그런데, 왜죠?
왜 덕후들은 죄다 영화의 기본인 이야기가 부실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엉망이라도 실감나는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가 대도시의 시가지에서 치고 받고 빌딩만 때려 부시면 마냥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솔직히 짜증스럽더군요.
제 아무리 커다란 놈들의 무지막지한 막싸움이 이 영화의 존재 이유라고는 하지만 영화인 이상, 이야기인 이상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 뒷받침이 되어야 좀 더 쉽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고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뭔가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보는 저도 마음 속으로 주인공들을 응원하고 덩달아 뜨겁게 끓어오르는 피를 느끼며 함께 필살기의 이름을 외쳐 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거대 로봇에만 몰두했던 감독의 너무나 안일했던 드라마 연출이 그런 감정이입을 마치 원천봉쇄나 하듯이 차단해 버리더군요.
그 바람에 남은 것은 '되도않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빨리 카이주나 나타나라' 하는 식의 짜증만...;;;
-예 뭐... 그래도, 어쩌구 저쩌구 불만이 많았지만 저도 압니다.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드라마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의 만듦새야 어찌 되었든, 기대하던 장면이 일단 스크린 위에 펼쳐지면...
솔직히 이런 표현 싫어해서 잘 안 쓰는데 이번 한 번만 써 본다면, 지리더군요;;
특히 홍콩 시가전은 정말이지... 어찌 되었건 감독이 거대 로봇의 로망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거대한 스펙타클 앞에서는 짜증과 불만으로 댓발 나왔던 입이 쏙 들어가는 것을 넘어 입이 쩍 벌어져 턱이 땅에 떨어질 정도였으니까요;;
뭐... 저도 역시 어쩔 수 없는 거죠ㅋㅋㅋㅋㅋ
유조선으로 카이주 빳따 칠 때 온 몸이 찌릿찌릿하지 않았던 분 계신가요?
안 계시다는데 500원 겁니다ㅋㅋㅋ
하지만 정작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 브리치 장면에서는 또 시큰둥... 맨오브스틸도 그렇고, 요즘에는 클라이막스가 영화 중간에 오는 게 유행인가요...-,.-
-암튼 이 정도로 장단점이 극명한 영화는 또 처음이었고, 또 그만큼 환희와 짜증을 오가며 감상하던 영화도 처음이었네요.
이 멋진 영화에 탄탄한 이야기가 접목되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을텐데... 좋은 부분은 너무나 좋았기에 한층 더 아쉽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도 이런 거대한 블럭버스터 많이 만들지만 그 사람들은 블럭버스터랍시고 드라마를 허술하게 하지는 않잖습니까.
그렇기에 명장, 거장 소리 듣는 거겠구요.
...그래도 혹자들의 말처럼 디워 따위와의 비교는 어불성설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고,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하자면 트포1과 트포2 사이 정도 되겠네요;;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블루레이 나오면 정신없이 지르겠지요... 네 그렇게 되겠지요;;
-이건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불만인데... 예거들이 너무 못 생겼어요;;;
그렇게나 일본 로봇 아니메의 재연이 목표였다면 일본에 잔뜩 있는 본좌들에게 디자인 맡겨도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제 취향엔 그나마 호주의 스트라이커 유레카 정도가 멋지더란...
-역시나 여러 일본 작품들의 영향이 보이던데 울트라맨이나 에반게리온은 말 할 것도 없고, 카이주의 EMP 공격에 예거들이 죄다 다운되어 못 움직일 때 주인공 예거인 집시 데인저만 "니네는 디지털 방식이지만 우리는 아날로그 원자력이라 움직이지롱~" 할 때는 자이언트 로보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만... 그런데 어째서인지 건버스터의 영향을 언급하는 글을 본 적이 없네요.
제가 보기엔 에바나 울트라맨 만큼이나 건버스터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편한 장소 다 냅두고 굳이 태평양 해저에서 힘들게 나타난;; 우주 괴수를 두 명의 파일럿이 거대 로봇으로 막아낸다!
딱 건버스터던데요ㅋㅋㅋ
물론 여기엔 미소녀도 없고 오네사마도 없고 노력과 근성도 없습니다만 아무튼 말이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