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랑 같이 울어버렸어요.

언니네가 모처럼 집으로 왔는데, 조카 둘이서 싸움을 벌였어요. 

큰 아이가 바둑을 두고 싶다고 바둑판을 꺼내왔는데, 

작은 아이가 같이 놀자고 덤비면서 바둑판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니까

큰 아이가 속이 상해서 떼를 쓰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걸 보고 언니가 오빠가 되어서 동생이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했더니,

'동생은 바둑도 못둔단 말이에요!' 라고 억울한 듯 외치고 울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언니는 동생이 더 어리고 뭘 모르니까, 동생이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면서 놀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거기다 무작정 떼를 쓰고 운다면서 더 아이를 혼내기 시작했어요. 


큰 아이가 평소 문제가 많다고 해요.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공격적이고, 

자기가 싸움을 벌인 다음에 답답한 듯 울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이 언니한테도 뭐라고 한 모양이에요. 

그런 저런 것 때문에 언니도 답답한게 쌓여서 그렇겠지만


지켜보다 보니 큰 아이가 너무 불쌍했어요. 


오빠라도 그저 어린아이이고, 언제나 누군가와 노는 것에 굶주려 있는 아이인데

동생때문에 뜻대로 할 수 없는게 당연히 심통날만한 일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혼나니까 그게 너무 억울하고 억울해서 대뜸 울 수 밖에 없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언니가 혼내고 난 후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달래다가

아이 몰래 저도 같이 조용히 울어버렸네요. 


어른들이, 사람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들은 언제나 있는데, 그걸 하기 힘들 때가 있고

그런데 그걸 잘 못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고 못난 사람 취급을 하잖아요.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힘들어도 꾹참고 해야만 하는데

안될때도 있는 거잖아요. 힘들어서.. 

이런 일이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도,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도 시작된다는게 그냥 너무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힘들지, 오빠라서. 억울하기도 하지.  

라고 얘기해 주니까 점점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너무 슬펐어요. 


제가 요새 좀 힘들어서 특히 맘이 약해졌기도 했겠지만.

약한 사람들에게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저 상황에서 무조건 너는 오빠니까 하면서 큰 애만 혼내는 게 제대로 된 훈육은 아닌 것 같네요.
      주변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보는데 그렇게 할 경우
      1. 왜 내가 잘 못 했는지 모르는데 나만 혼나니까 애가 주눅이 든다.
      2. 어, 그럼 상대방보다 내가 어릴 때는 내 맘대로 해도 되겠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식당에서 뛰고 그릇 엎는 애들이 이렇게 생겨날 수도...
      언니에게 애를 혼 낼 때는 그 이유와 당위를 애 수준에서 설명 해 주라고 하세요.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 다 알아듣고 따르더군요.
      • 2.애를 혼내는거에 있어서 언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 말씀하신대로 아이를 훈육시 어떤 아이들은 잘못한건 동의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동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일이 계속 반복되었을시에 스스로를 자학하고 심한경우는 자해까지 가기도 하지요. 아이들마다 그들의 성격에 따라 훈육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게지요
        • 동생이 언니에게도 말 못 하면 누가 해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기 생각을 말 해 주는 것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인데요.
          성격에 따라 훈육방법이 달라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건 항상 옳지만 역시 하나마나 한 말입니다. 이 경우에 기본적으로 무조건 오빠니까 양보하라는 알맹이 없는 이유를 일단 배제시키고 성격에 따라 경우에 따라 방법을 생각 해 보는 게 맞겠죠.
          어디든 전문가가 필요한 건 맞는데 그 말을 왜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 보통 맏이들이 동생 태어날 때 스트레스 심하게 받는다고 하던데...아직 어린데 동생하고 비교해 계속 큰애 취급 받으면 힘들거 같아요. 요새는 그거 알고 조심하는 경우 많던데요. 그래도 잘 달래주셨네요.
    • 팔락펄럭/ 저도 바람직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니한테 말하기 조금 조심스러워요.
      제가 조카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딱히 조카의 훈육에 참견할 정도로 관심을 보여온 것도 아니라서요..
      그래도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나중에 말은 해봐야겠어요.

      푸른나무/ 사실 언니도 좀 불안정; 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주려고요..
    • 살면서 그러진 못해도 점점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힘들어요 속이 있이 산다는게요.
    • 쓰신 문장 중에
      "어른들이, 사람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들은 언제나 있는데, 그걸 하기 힘들 때가 있고
      그런데 그걸 잘 못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고 못난 사람 취급을 하잖아요.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힘들어도 꾹참고 해야만 하는데
      안될때도 있는 거잖아요. 힘들어서.. "
      이 부분 참 와닿네요.
      씁쓸해지기도 하고, 갑자기 제게 위로가 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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