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SF클럽] 칠드런 오브 맨
세 번째 모임에서 오간 내용입니다:)
영화 스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13.07.12 6p.m. @미플
<칠드런 오브 맨>
10명.
-‘아이디어 하나로 후려치려 하지 말고 돈을 들였어야’. 그런데 다시 보니까 돈을 안 들이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고양이가 많이 나오더라. 사랑스러운 느낌. 생명에 대한. (아기고양이가 나왔죠.)
-(고양이 나오는 장면만) 행복하더라.
-감독 예상 못했다. 시각효과 화려한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즈카반의 죄수, 소공녀.
-알폰소 쿠아론 차기작이 그래피티. 기대.
-극과 극을 달린다. 공통점은 주인공을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느냐.
-고생을 하더라도 블레이드 러너 같은 곳에서는 몰입이 되는데, 여기서는 주인공이 계속 고생하는 것은 비슷한데, 디스토피아적인 것과 따로 놀아.
-제가 본 디스토피아물 중에서는 가장 그럴 듯해. 세계관 축조를 잘 했다. 이민자 등. 지금도 있을 법한 이야기. 게다가 주인공은 전직 운동권. 자기편이 아무도 없는 입장에서 저런 사람이 선지자적 역할을 맡으면 계속 구르면서 주구장창 도망가야 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영화관에서 보고 복습하면서 다시 한 번 봤는데,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현실적인,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시 정부 이후에 이게 완전 우리의 화두이지 않았나, 이민자 탄압과 테러, 그런데 지금 봤더니 그때 참 세상이 이랬었지, 이런 느낌. 지금도 물론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로 넘어온 이후 이런 것들이 화두는 아니지 않나.
-딱히 미국이야기라기보단, 배경이 영국이지 않나. 얼마전 영국에서도 대규모 폭동 있었잖나. 거기서도 경찰 탄압 문제, 이민자 문제, 슬럼 문제 등. 배경은 영국이지만 지금 서구국가, 나름 문명국가로 분류되는 나라에서 요즘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을 다 풀어내려고 한 게 아닌가.
-(예전에 처음 영화 봤을 때는)이민자들을 정부에서 악의 축으로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우리 아군이었던 정부의 짓이고, 이런 반전들이 부시정부 이후에 우리가 느꼈던 것들. 굉장히 노골적인 메타포로 읽혔었다.
-이 영화가 장르가 SF인가. 사실 이 영화에서 아이를 못 낳는다는 설정만 빼면 전혀 SF 같지 않아. 더로드 같은 영화와 다를 게 없지 않나.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 아이가 안 나오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으면 했는데.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전혀 없어.
-유기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 것 같지는 않아.
-내가 하고 싶었던 생각을 못 하게 하는 듯.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않아.
-미리암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 대사 기억 나. 운동권을 떠나게 된 계기가 아들이 죽은 것이었는데 그게 불가항력인 것이었다고.
-재밌었던 부분은 다비드상 다리가 파괴돼 있던 부분. 중간에 회개파가 등장한다. 너희들이 이렇게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벌어졌다고. 각자 생각해보라고 던져준 게 아닐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감독이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지난 시간에 읽었던 불사판매주식회사, SF에서 미래를 이야기할 때 서브장르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 이 영화는 전자에 해당. 우리세계에서 계속 이대로 문명이 발전해 나가는데 문명 자체가 인간성을 파괴하는 게 디스토피아적. 아포칼립스는 지금 이 세상과 미래의 어떤 세상과의 단절을 그려. 디스토피아가 연속성이라면 이 작품은 단절. 어떤 재앙이 일어나서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문명을 무너뜨리고, 그래서 다시 인간이 야만성으로 돌아가는. 이 영화에서 SF에 해당하는 것은 생물학적 아포칼립스.
-2008년에 독감이 돌아서 주인공이 아이를 잃고, 운동권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 게 그런 것?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왜 이렇게 해서 불임이 됐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결말을 추리하면서 긴장과 기대를 갖는데 그럴 요소가 없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생물시간에 배우지만,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할 때 그 중 하나가 유전. 유전을 못하면 생물이 아니야. 생물체가 가져야 할 다섯가지 조건 중 하나가 없는 것. 저 때부터 우리가 생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거냐, 그런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자체적인 세계관을 해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지난시간에 얘기했다. 이 영화는 미래상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지금 이 현실의 문제를 미래의 얘기에 포함시켜서 얘기해주는.
-줄리안이 죽기 직전에 성모를 부르짖던 미리엄이 나중에 옴마니반메홈을 중얼거리는데.
-약간 유행 같은. 처녀수태라든지. 마굿간에서 예수가 태어나듯 소 외양간에서 자신의 임신 사실을 밝히는 부분이라든지. 시드가 아기를 처음 봤을 때 지저스크라이스트라고 외치는 부분 등. 그런 성서적 메타포들을 하나씩 파괴하면서 인간 윤리만 남기는 그런 큰 줄기도 하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영국군만이 버티고 있다는 건 무슨 뜻?
-다른 곳들은 다 무너졌다고. 다행히 영국만 강력한 국가권력체계가 남아있다고. 영화 안에서 현 체제는 정당한 것이다, 이런 프로파간다. 그런데 그게 페이크인 게, 국가에서 자살약 광고하지 않나. 영화는 경찰체제라는 권위주의를 까는 식.
-옴마니반메홈 말인데, 여자들에게 주술적인 역할을 줬다.
-기독교적인 일신론을 파괴하고 동양의 불교, 제스퍼는 히피, 나중에 등장하는 여자는 히피.
-종교적 캐릭터로 나오는 여자, 작품 안에서 중간에 밀수 도와주는 척하다가 배신하는 사람 나오지 않나. 시드. 그 사람은 현 체제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고, 처음에 도와주다가 뒤통수 치는 반군은 지금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다른 시스템 추종자들이고. 체제라든지 큰 이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인공과 키를 도구적인 것으로 이용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그런 결론에 이른다. 반면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주술하는 여자, 집시. 낡고 오래되고 뒤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적인 선의나 휴머니즘이 좋은 결과 이끌어 온다.
-굉장히 존레논적인 이상향.
-마이클 케인 자체가 존레논 복구한 것 아니냐.
-예술품 보존하는 역할 하는 사람이 “인류는 어차피 종말할텐데 이런 것을 왜 모으냐”는 질문에 “난 미래같은 것 상관없어”라고 하지 않나.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미래와 인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종말한다는 사실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 것. 그것은 무너지면 안 되는 성역이니까. 그러나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고 오늘 하루를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영향 받지 않아. 그런 세계에서도 오늘 하루하루를 그냥 사는 것. 내가 좋아하는 예술작품 모으면서.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가치와 체제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그럼 남자주인공의 위치는?
-남자주인공은 갈등. 신념과 운명 사이.
-(남자주인공이)처음에는 탐탁치 않아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선지자처럼 수용하지 않나. 일부러 중도적인 캐릭터로 설정하지 않았나.
-그 아이가 인류의 구원이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 앞에 아이가 있으니까. 눈 앞의 일들이 중요한 것. 그리고 그게 결국 인류의 구원이 된다. 결국 남자주인공이 미래가 오기 전에 죽지 않나. 그런데 죽기 전에 개인적인 구원을 얻는다. 아이에게 딜런이라는 이름 붙지 않나.
-영화를 계속 끌고 나가는 문제가 이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건데, 그 해결방식이 도피적이라는 생각 들어. 집시들과 주술 외우는 산파들이 최후로 남은 인간적인 면을 다 가지고 있지 않나. 그런 쪽은 아예 규정이 안 돼 있어.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 우리가 모르는 종교, 그런 것들을 다 이들에게 투영시킨 게 아닌가. 영화에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안 나온다. 설명하기가 귀찮으니까 이들에게 쏟아부은 듯.
-오리엔탈리즘 같은 것을 느낀 것?
-(감독이)진부한 환상을 갖고 있는 듯. 우리가 갖고 있는 환상 중에 그런 것 있지 않나, 바보들은 착할 것이다.
-그게 세계관의 빈틈이라고 볼 수도 있고,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토록 하기 위해 그렇게 설정했을 수도 있어. 의도인 것 같다.
-시스템 자체가 워낙 믿을 것이 못 되니까 주술을 믿는 게 아닐까.
-더로드를 읽을 때도 같은 불만이 있었는데, 결국 종말의 혼돈 속에서 굉장히 개인윤리에 기대서, 운에 기대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잖아. 그건 읽으면서 아, 이런 것 너무 많이 보지 않았나 하는 느낌.
-너무 감상주의적이야.
-영화 끝에 보면 초국적과학자집단(투모로)결국 나오지 않나. 과학자, 기술자,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일 텐데 참치선 말고 항공모함 같은 것 끌고 나오지.
-휴먼 프로젝트가 계속 나오는데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럴싸한 배가 올 줄 알았는데 오징어잡이 같은 배가 나와서 당황스러웠어. 왜 굳이 저런 컨셉을 잡았을까.
-내가 기억하던 마지막 장면은 안개속에서 커다란 배가 오는 것이었는데.(웃음)
-내가 지난번 모임 때 칠드런오브맨 좋다고 약을 좀 쳤는데, 집에 가서 4번째로 다시 봤다. 도입부, 설정, 디스토피아 다 괜찮은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사이언스는 날아가고 계속 픽션만 나오더라. 결국은 종교수난극으로 끝나.
-배경이 굳이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봐도 상관없을 듯. 비슷한 게 전도사에 바치는 장미, 나는 전설이다. SF는 미끼고, 수난극을 하려 했는데 감독이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는 임팩트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듯. SF도 아니고 휴먼도 아니고. 감독이 말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 현실의 비판은 뚜렷하게 나오지만.
-우리가 어느 범주까지 SF로 용인할 수 있는가. 신기술이나 제3의 길이 나와야 한다고 우리가 너무 천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눈에 띄더라.
-인류의 마지막 아이가 남았을 때 그 아이가 어떤 배치 속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욕망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영화는 그런 것을 잘 못 보여줘. 집시에 아이가 들어가 있을 때는 가정에 회귀하고 싶은 의미. 반정부 집단 사이에 들어가 있을 때는 또 아이의 의미가 전혀 달라지지 않나. 그것 외에 별다르게 떠오르는 게 없어.
-저도 보면서 서로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반정부가 아이를 데려간 뒤에 어떻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또 정부 쪽에 맡기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뚜렷하게 안 나와.
-정부 쪽으로 가면 부자 아이로 둔갑시켜서 체제 공고화에 쓰일 것이라고 중간에 나오긴 나와.
-반정부쪽으로 가면 “우리의 희망은 우리가 그동안 배척한 약자들에게 있었다”는 식으로 쓰이지 않을까.
-어쨌든 한 인간의 존엄과는 무관한 방식으로 쓰일 것.
-불임의 사회면 정부 쪽에서 분명이 어떤 행동 강령이 있었을 것.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해라. 그런데 그런 것이 없지 않나.
-저는 그 정도는 그냥 영화니까, 시적허용으로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
-롱테이크 좋았지.
-월드 인베이젼이라고 총질만 하다가 끝나는 영화 생각나더라.
-(아기가)유니콘 같은 존재지.
-젊은 군인들이 성모 긋는 장면.
-아기 들고 건물 나오는 장면부터는 종교서사로 완전히 바뀌어. 성경에서 소위 말하는 ‘낮은 곳에 임하셔서’. 사람들이 떠받드는 통로로 나와서 기존 독사의 자식들까지 감화시키는. 심지어 엄마 이름은 열쇠다. 키. 거기서부터 감독이 사이언스는 놔버렸구나 했다.
-성서적인 메타포가 강하면서도 기독교적인 강령들을 다 깨뜨리면서 그 지점까지 왔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
-내 생각에는 그게 해체가 아니라 재구축. 기독교적인 것을 쳐내고, 결국은 휴머니즘적인 것으로 재구축.
-감독이 기독교의 공고한 강령들을 깨부수고 인류 보편적인 것만을 남기는 그 과정 자체가 휴먼 프로젝트라고 생각.
-키는 어떻게 되는 것?
-아이 낳게 만들려고 가둬두는 상상 했는데.
-키가 또 남자와 아이를 낳으면 해피엔딩이겠지. 인류는 다양한 유전자를 요구하니까 여러 명과 자고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수도.
-내가 관리자의 입장이라면 키를 존중해서 가만히 둘 것이냐, 아니면 공리주의적인 차원에서 집단을 위해 설득이라고 한 마디 더 해볼 것인가. 생각할 법해.
-아이가 안 나오는 게 여자 잘못으로 그려지나? 유산했다고 설명하던데.
-아버지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가 대립. 남자들의 전쟁으로 세계가 황폐화될 때 여자들은 울고, 아이를 낳는다.
-세상이 저렇게 되면 결혼제도가 지금처럼 유지가 될까? 우리가 결혼제도를 계속 이어나가는 근본 목표가 아이를 낳는 게 되지 않겠나. 아이를 낳는 게 결혼의 목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가족혼이라는 게 나온다. 인구 비율 때문에.
-만화 <불새> 에피소드 중 지구가 폭발했나, 우주선에서 불시착했나 해서 엄마와 아들만 떨어지는데 자손을 이어야한다는 의무감에서 엄마와 아들이 잔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난다. 이 아들이 또 생식을 하려면 여자가 있어야 하니까, 엄마가 아들을 낳고 난 뒤 냉동수면에 들어가서 처음에 결혼했던 아들이 죽은 뒤 낳은 아들이 크면 해동해서 또 아들을 낳고. 그 세계에서 엄마는 유일하게 남은 여자니까.
-SF에서 자주 사용하는 설정.
-성경에도 나와. 소돔과 고모라에서 소돔이 불바다가 됐을 때 딸 둘이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시녀 이야기>라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가 얼마 안 남게 되자 국가가 통제하는.
-다음 작품은 <여름으로 가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