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서 뭔가 속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장본이 책장 한 구석에 있지만 아직 다시 꺼내들 만큼 생각나는 건 아니구요.(다른 거 다 참더라도 그 행간의 폭는 진짜... 너무했어요.)
발자국없는 여신은 나가에게 이름을 주었고
자신을 죽이는 신은 도깨비에게 불을,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레콘에게 무기를 주었고
어디에도 없는 신은 인간에게 '나늬'를 주었죠.
나가에게 부여된 신명은 나가와 여신 간의 연결고리일 테고 도깨비에게 주어진 불은 자기 종족을 믿는 신의 신뢰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레콘의 무기는... 네 레콘이니까요.
그런데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이 '나늬'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책을 다 봤을 때도 왜? 하는 생각이 계속 되었고 요 몇주 계속 맴도는 생각도 왜 나늬인가네요.
나늬는 모든 종족에게 미인으로 보이는 존재, 이 미인이라는 게 외모에 대한 얘기라기 보다는 모든 종족이 결국 합의하고 아낄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종족 간의 갈등 속에서도 나늬의 존재는 화합, 희망의 씨앗같은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나늬는 인간이 아닌 모든 종족에 대한 선물이 되지 않나 싶거든요. 그래도 나쁘진 않겠지만 같은 설명으로 왕이 그 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또 케이건의 부인 여름 역시 나늬였는데 이 사람이 나가들에게 잡아 먹혔던 걸 보면 나늬의 의미는 다른 건가 싶기도 하구요. 물론 어딜가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두의 희망을 짓밟는 사람들은 있지만요.
관련해 작가의 해설같은 게 없을까 싶어서 글을 좀 뒤져봤는데 별 게 없네요. 이 사람은 책에 없으면 결국 독자의 상상이 채워야 하는 거라고 얘기하는 사람이고 또 그 말이 맞긴 하지만요.
그래서 현세의 나늬-데오늬 달비는 미모가 아닌 달리기로 모든 종족을 따라오게 만들었죠. 달비는 나가, 레콘, 도깨비 마저도 어찌 할 수 없었으니까요.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인간,레콘,도깨비Vs.나가의 구도가 아닌 나가,레콘,도깨비 Vs. 인간의 구도였기 때문에 그런것 아닌가 하는 내가 해놓고도 도대체 뭔지 알수 없는 이상한 소리...
이인/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어요. 보늬는 모든 종족에 있지만 나늬는 인간에게만 있다는 것도 그렇고. 왜 인간인가 한다면 역시 네 종족 중 가장 사고도 잘 칠 거 같고(나가는 잠잠하다 몇백년에 한번씩 큰 사고를 치지만) 가장 부실한 종족이라 그런 건가 싶기도 한데.. ㅎㅎ 결국 다른 종족들은 인간이라는 기준에서 비틀어 정체성이 주어진 거기도 하고. 이 책을 보는 건 결국 인간이고... 응? 횡설수설하네요.
룽게/ 글 좀 뒤지다 보니 그럼 여름의 능력, 매력은 식욕유발이었냐는 우스개가 있었어요. 어떻게 모두의 눈에 미인인 자를 잡아먹을 수 있냐는 거에 대한 대답은 그거 밖에 없다고 ㅎㅎ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 요거의 반전을 처음 봤을 땐 정말 놀랐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암시가 참 많았는데 저는 잘 속는 타입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