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지 않는다면 침묵해야 하는가
저는 민주주의 장점중 하나가 다원주의라고 생각해요. 물론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일단은 그렇죠. 살인을 합법화하자는 사람은 용납할 수 없지만 사형제도를 통한 살인을 합법화할 것인지는 토의할 문제죠.
어떤 분이 제 글에 일관되게 행동하지도 않는데 글만 쓰면 뭐하냐고 계속 이의를 제기하시네요. 물론 행동이 좋다고 생각하고 저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어요. 하지만 과연 행동하지 않는다면 입으로도 불만을 표시할 수 없을까요? 여러 사람들의 사정과 가치를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의 상식이에요.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님의 이 시에서 시인은 행동하지 못한 부분을 자책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시에서 왕궁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입으로만(시로만) 하면 뭐냐고 말하지 않죠. 그게 충분한 변명은 되지 못하겠지만 여러 사정으로 행동하는 데는 제약이 따라요. 촛불 집회 등에도 저소득충보단 중산층이 많이 참여한다는 건 유명한 얘기죠. 왜냐면 정말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은 일하느라 밤에도 바쁘시거든요. 저는 그래서 마음만 있고 집회에는 미처 참여 못 하는 분들에게 절대 돌을 던질 수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