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Z 보고 왔습니다 만족스럽네요(스포주의)
마지막 시간은 부담스러워서 그 앞 타임으로 보고 왔는데 객석이 꽉 차더군요.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원래 좀비 영화가 인기가 많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맨 오브 스틸보다 훨씬 재밌고 만듦새도 좋았어요. 제일 최근에 본 영화라 굳이 비교하자면 말이죠.
예리한 비평같은걸 할 깜냥은 안되지만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다면 '이 장면은 들어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씬의 양 정도인데요. 그런 불만이 적은, 타이트하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는 너무 단순해서 별로 논할 것도 없어보이지만 어쨌든 볼거리도 풍성하고 시종일관 서스펜스도 유지되었구요.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없고, 또 평소에 좀비영화에 전혀 취미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기대?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언뜻 보니 좀비영화 매니아 분들의 혹평이 많더군요. 워낙 작품도 많고 하나의 장르로 정착할 정도다보니 다들 깐깐한 기준같은게 있는가보죠. 전 그런게 없어서 그냥 좀비(재난)영화 느낌으로 재밌게 봤어요.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 B동에 병원균 가지러 가는 시점부터 급격히 루즈해지더군요.
그 이전까지는 '압도적인 좀비의 공포'가 굉장히 잘 연출되었는데요. 그게 좀 묘한게, 단지 무서운 괴물떼에게 쫓기는 공포라기보단 '아 이건 너무 불공평한데?'라는 느낌이 주는 강렬한 스트레스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머리속의 좀비 스테레오 타입과 다른 스타일의 좀비더군요. 엄청나게 빠릅니다. 이쪽 입장에선 물리는 즉시 끝장인데 거기에 더해서 좀비가 빠르기까지 하니 전염이 너무 쉬워요. 이스라엘의 거대 방벽이 노골적으로 표현하듯 '이쪽의 울타리'에 구멍 한개만 뚫리면 전멸이라는 너무나 불공평한 싸움이다보니 비슷한 상황이 반복돼도 긴장감이 유지가 됩니다. 기내에서 수류탄 터뜨리는건 생각지도 못한 의외성이 있었고...
그런데 딱 거기까진 좋았는데 WHO에서부터 지루해졌어요.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그 시점부터는 좀비가 (그 이전까지에 비해서) 무섭지가 않아요.
물론 설명은 됩니다. 먹잇감이 없는채로 시간이 지나면 일종의 휴면상태에 들어가서 활동성이떨어진다네요.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연출이 불충분했습니다. 관객 스스로가 '이렇게 지루해진 이유는 이러이러하기 때문인거야'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한다면 이미 연출의 실패인거니까요.
어쨌거나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오랜만에 극장가서 티켓값 아깝다는 생각이 안드는 영화였으니까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좀 유난스러울 정도로 객석에서 폭소가 터지더군요. 물론 약간 블랙코미디 같은 장면도 있고 헐리웃 영화스러운 유머도 간간히 섞여있긴 하지만, 문제는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좀 엉뚱하다는게...
이를테면 좀비가 갑자기 확 들이닥치는 장면 같은데서 픽픽 웃어대는데 영화 끝날 무렵에는 마치 나 혼자 정신병자인 듯한 착각까지 들더군요. 도대체 왜 웃지? 싶은... 굉장히 심각하고 서스펜스가 고조되는 장면에서 픽! 픽! 킥킥킥! 웃어대는데 정말 몰입을 너무 심하게 방해해서 극장을 나서며 저절로 씨X소리가... 종종 좀비의 위협 장면이지만 약간 유머러스한 씬도 있었는데(특히 문제의 B동의 모험 부분에서 좀 웃깁니다) 또 그럴때는 잠잠하고;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에서 눈물바다가 되거나 대놓고 눈물을 짜는 신파를 보며 환호를 지르는 시트콤같은 상영관에서 정말 지옥을 맛봤네요. 전국의 월드워Z 상영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 상황인건가요? 집에 와서 앉아있는 지금까지도 얼떨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