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오후님의 국회 회의 불판을 보고 몇 가지

잔인한오후님께서 올리신 국회의원 덕후(?) 포스팅을 보면서 좀 반성했습니다.

지난 번 안철수 의원이 2시 본회의 시작하는데 혼자 제 시간에 왔다며 올라온 사진으로 촉발된 논의들을 보면서도 그랬지만, 국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가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국회가 하는 일은 사회시간, 정치경제시간에 배웁니다. 민주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이 분립되어 있고 입법부인 국회는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의 예산안을 심의한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죠.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라서 선거를 통해 뽑힌다는 것도요. 하지만 그거 말고 실제 우리 나라 국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매일 뉴스에 국회에서 뭔가를 논의했다는데 그게 어떤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어떤 효과와 영향력을 가지는 건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일반 시민들은 국회 본회의가 2시에 열린다고 하면 오전 내내 판판히 놀다가 오는 줄 아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왜 2시에 열게 됐는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그리고 왜 2시인지 알려하지 않죠. 먼저 화부터 내지. ^^;;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보고 듣고 알게 된 것이 있어서요, 우리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입니다.


지난 연말 국회의원 연금법이 통과됐다며, 연금 폐지한다더니 통과시켰다고 온 언론이 국회를 질타할 때, 사실을 들여다보면 관련 법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고 그러니까 예산이 통과된 거였어요. 그런데 언론은 연금법이 통과됐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쏟아냈죠. 전 듀게에 그건 아니더라라고 글을 썼지만,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연금제 폐지한다더니 연금법을 통과시켰다고 알고 있을 거에요. 


사실 잔인한오후님께서 오늘 올리신 본회의 불판은 언론만 제 역할을 똑똑히, 단단히 하고 있으면 잔인한 오후님께서 안 하셔도 되는 일입니다. 국민 개개인이 회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면 국회의원이 왜 필요하고, 언론이 왜 필요할까요? 국회의원한테 제대로 일하라고 시켜놓고, 일 잘 하는지 일차 감시는 언론한테 시키는 게 민주국가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생활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그 감시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아요. 오늘 통과된 65개의 법률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해설해 주는 곳이 없습니다. 어려운 말로 범벅인-요즘은 그나마 한글표기가 원칙이고, 말도 많이 풀어서 쓰지만 그래도 법조문은 어려워요-법률안인데... 국회의원 연금법 소동에서도 그랬지만, 올해의 나라살림을 꾸려갈 예산안에 관해 진짜 자세하게 해설하는 기사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오늘 하루만 65개, 때로는 100개가 넘게 통과되는 본회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나요. 


그래서 일단은 국회 의사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말씀드리려고요. 아까 올라온 불판 준비글에서 잔인한오후님이 오늘 열린 회의가 "이번년도 9차회의"라고 하셨는데 그 부분을 틀리시기도 했거든요. 이번년도 9차회의가 아니라 "제316회 임시회에 열린 9번째 본회의"이죠. 


국회는 대수가 있고 회기가 있습니다. 대수는 선거로 뽑는 한 텀의 임기에요. 이번 국회는 작년 4.11 총선으로 구성된 제19대 국회죠. 이 19대 국회는 4년의 임기를 소화합니다. 그 임기동안 4번의 정기회와 수차례의 임시회를 엽니다. 정기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통과를 위한 것으로 매년 9월 1일에 개의해서 100일 동안 열립니다. 그리고 임시회는 법적으로 2,4,6월의 짝수달 3번은 반드시 열어야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필요하다고 법에 의한 규정대로 요청해서 열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국회는 법률안을 심사하고, 통과시키고, 정기국회를 위한 예산안 심의를 진행합니다. 임시회의 기간은 30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열린 316회 임시회는 제헌국회부터 따져서 이런 식으로 열린 정기회+임시회의 회차입니다. 


회기가 열리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루씩 합니다. 그리고 대정부질문을 일주일 합니다. 초반의 이 일이 끝나면 각 상임위원회 별로 회의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상임위 결과를 가지고 회기 막판에 오늘처럼 법률안을 수십 건씩 통과시키는 본회의를 엽니다. 


316회 임시회는 법으로 정해져 반드시 열어야 되는 임시회입니다. 6월 1일에 개의됐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하루씩 이틀, 대정부질문도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2,3주간 상임위별 회의가 진행된 뒤 오늘, 그리고 7월 1,2일에 316회 임시회를 끝내는 본회의를 열게 될 겁니다. 그 본회의도 오늘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건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가 주목할 지점이겠죠. 


그 사이사이 무척 많을 일들이 일어나고, 절차가 더 많지만 우선은 여기까지요. 제가 제대로 설명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잔인한오후님께 괜한 오지랖을 편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하고 봐 주세요. 

참 그리고 이런 건 [국회법]에 다 정해놨습니다. 


    • 저도 잔인한 오후님의 국회 불판을 관심있게 봤어요. 조금만 신경쓰면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뉴스 하나 챙겨보기 힘든 처지에 본회의 하나를 다 지켜본다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죠. 잔인한 오후님의 중계를 보는 것만 해도 참 많은 것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데 그런 일은 기자들이 해야할 일 맞는 것 같아요. 잔인한 오후님과 좋은사람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제게 이상은 사람들이 연예 다루듯 정치 다루는 겁니다. 이미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그 경중과 다소에 있어서 둘이 뒤바뀐 기분이 들어요. 매 주 정치 불판이 드라마 불판처럼 올라오는 사회는 괴이하고 변태스럽게 생각되긴 하지만, 그것들이 가쉽인 동시에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이야기들일 테니까요. 재미를 뺀다면 예쁘고 귀여운 누군가의 사생활보다는 정치인의 공생활이 더 이래저래 이야기해볼만 할 겁니다. 그래서 미친척하고 계속 해보려구요. 연예인 중에서도 아직 빠심을 가져보질 못했는데 정치인에게 빠심을 가지려니 이것참, 힘들군요.

      연금법 통과 이야기를 들으니 말인데, 2013년도 예산안이 2012년도 9월달에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이라는게 떠오르네요. 제가 아는 바에는 박근혜 정부가 짠 예산안이 실제 시행되는 것은 아마도 2014년도가 아닐까 싶고, 2013년도의 예산안은 이명박 정부 때 짜놓은 예산안으로 시행될 것이니까, 그 기조를 따지기엔 어려울꺼라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이번연도 9차회의란 것은 불판에는 없고 불판 준비 글에 있군요. [역대 국회 기간 -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회기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더군요. 이것만 알면 본회의 회의록 펼쳐서 번지수 잃을 일은 거의 없겠더랍니다. 흠, 저는 본회의와 임시회가 서로 대치되고 둘 다 합해서 정기회라고 하는지 알았더니 아니었군요. 임시회와 정기회가 서로 배타관계고 그 모두를 (위원회의와 비교해서) 본회의라고 부르는 거였군요. 어쩐지..

      언론에 관한 질타에 대해서는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게 조중동부터 시작해서 한겨레 등등이 언론이 먼저인가 독자가 먼저인가를 구별하기 어렵다 봅니다. 독자와 언론 둘 다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바라, 독자가 원하지 않는걸 언론이 안 쓰고, 언론이 안 쓰는걸 독자가 보질 않는 그런 병향 관계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겨 책임은 양 쪽다 동등하게 가집니다. 다른 무엇보다 제가 오늘 봤듯 현재 웹 문화에 있어서 누구나 1차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죠. (생방 못보면 녹방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6대 국회도!) 귀찮거나, 관심이 없거나, 재미가 없거나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언론 기능 자체로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애저녁에 끝나버렸기 때문에 이런 괴상한 형태가 된 것이겠지만요.

      교섭단체 대표연설 1일 > 대정부질문 7일 > 상임위원회별 회의 > 본회의의 흐름이 흥미롭네요. 재미있는 거 다 끝나고 막바지 관례 쭉정이나 집어먹은 기분입니다. 재미없고 지루하고..

      제가 이번에 본회의를 보면서 느낀 바는 게임에서 밸런스 패치하는 운영자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있는 프로그래밍 코딩 내용 중에 잘못 되거나 오류 나는 것, 버그 나는 거 몇 개 패치하는게 법률 일부개정안이라면 아예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거나 던전 추가 한다거나 커뮤니티 시스템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새로 법안 만드는 것이고 뭐,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미 불판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본회의를 멀리하고 상임위원회 회의를 가까이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안건에 대한 해석을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 선거 따로 법안 제정 따로 놀아요. 그러니까 목회자가 해석한 법안에 대해 다들 찰떡같이 믿고 압력 집단을 형성해서 무엇인지도 모르고 정치 행위를 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대로 되거나, 아니면 객관적으로 해석해주는 곳이 딱히 없으니까요. 얼마나 명쾌하겠습니까. A법안이 통과되면 학교에서 B를 가르치게 된다! 라거나. 이건 종교 관련 외에도 좌우파 양 쪽에서 흘러다니는 왜곡된 소문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런 오지랖 무조건 환영입니다. 시대는 너무나 많은 자료/정보 시대고 정보와 정보간의 맥락을 아는게 중요한데 그런거 누가 공짜로 가르쳐 주지 않거든요. 개인이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영역에 대해 맥락을 섞어 쉽게 설명해준다? 그런 통밥 날로 주워먹을 수 있는 사회는 옛날 꽃날에 끝나버렸고 다들 순진하게 처리된 정보를 자유롭게 나눠주지 않죠.

      국정원 국정조사 건에 대해 이번 회기에 본회의에서 딱히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상임위원회 회의 남은 곳이 법사위, 문체위, 환노위, 외통위인데 실제 관련 있는 법안이나 결의안을 제출할만한 곳은 정보위와 안행위거든요. 상임위에서 통과되지도 못한 안건이 본의회에 올라오지도 않을테니 법안 상정같은건 9월에 정기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나와봐야 5분자유발언 내지는 신상발언하고 말 거 같아요.
    • 언론에 관한 말씀은 새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글 속에 드러나버렸어요. ^^;;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교섭단체별로 하루씩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 대표연설 하루, 민주당 대표연설 하루씩 했어요. 이날은 10시에 본회의 열어서 연설만 30분 정도 듣고 끝납니다. 상임위 별로 회의가 잡히기도 하고, 안 잡히면 다른 일 하고 그러죠. 비교섭단체의 대표는 여기서 차별받습니다. 현 19대 국회의 비교섭단체는 2개 정당입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이 두 정당의 대표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기 전에 하루씩 대표연설을 합니다. 군소정당이라 차별받는 거죠. ^^;; 그래서 이번 임시국회 시작하면서 문재인 의원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루에 다 해버리자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대정부질문이 꽤 흥미로워요. 총리나 관련 장관이 의원질문에 땀을 흘리면서 대답하기도 하고, 폭로같은 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냥 말 이어가려고 던진 질문에 총리가 낚이는 경우도 있어요. 예전 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731부대를 아시죠?'라고 물었는데 정운찬 당시 총리가 '항일독립군'이라고 말해서 난리난 사건이 기억나네요. ^^;;

      그리고 법안 처리하는 본회의는 지루합니다. 최루탄이 터지는 2011년의 한미FTA 비준안 통과 때라든가, 종편설립이 허가된 미디어법 날치기라든가 그런 게 있지 않는 한 대부분 여야 합의 하에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들이거든요. 잔인한오후님께서 파악하신 것처럼 재미는 상임위 회의에서 발생합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상임위를 찍어서 보시는 것도 좋고, 뭐가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 NATV(국회방송)에서 생중계하는 걸 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국회방송은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안건이 올라온 상임위를 생중계하거든요.

      그리고 국회 회의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인사청문회입니다. ^^
    • 참 법적으로 열리는 임시회는 올해 다 끝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좀 있으면 양당 합의해서 임시회를 또 열어요. 8월은 정기국회가 코앞이고 국정감사 준비도 해야 하고 해서 잘 안 열리는데, 7월은 민생법안 처리를 못했네 이러면서 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 7월 임시국회로 검색해보니 열어야 한다고 하긴 하는데, NLL 가지고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한다든가 하면 안 열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임시회-정기회 방식이 임시회 개회 가지고도 여야 정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서 상시 국회 체제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정감사라든가 관련 제도 전반이 죄다 정비되어야 하는 거죠. 이 얘기는 저도 공부를 좀 더 해서 따로 정리해 볼까 해요.
    • 대중이 연예를 다루듯 정치를 다룬다. 대단히 위험한 얘기군요.
      현재의, '스포츠'에 비견할만한 대중의 정치인식으로도 충분히 나쁘지 않나요? :)
      • 그 부분은 저는 정치의 공공영역이 일반 시민에게 좀 더 친숙해져야 한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연예 다루듯이라는 잔인한오후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는 잔인한오후님께서 정치와 국회에 접근하고 계신 지금 방식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저는 노사모에서 시작한 정치인 팬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 그 자체에 대한 잔인한오후님의 접근 방식은 그게 '연예 다루듯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어느 정치인 팬덤이 이런 식으로 국회 홈피를 샅샅이 훑으면서 1300쪽짜리 국회의정사를 찾아 읽고 그러나요. 예전 락에 빠진 남친이 계보 들이파는 걸 보는 것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어요. 그런 면에서라면 연예 다루듯이가 맞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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