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신자유주의?
일단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 근본주의는 제1금융권을 선호하고, 제2금융권은 배척하는 경제이념이 아니다는 것부터 합의가 이루어져야겠군요.
금융시스템이 있거나 말거나, 있다면 그것이 이쁘게 돌아가거나 말거나 시장에 국가와 공공은 개입 말라는 것이 시장 근본주의의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만, 신자유주의는 시장 근본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시장불간섭 원칙을 그 요체로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따라서 신용도 높고 담보력이 좋은 고객은 제1금융권을 이용하던가 말던가, 신용불량자이고 담보 없는 개털들은 비싼 이자물고 제2금융권에서 빌리던가 말던가 당국은 금융시장에 개입안하고 방관하는게 신자유주의에 부합하는 태도겠죠?
차라리 박정희가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전한 금융시장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화교사채시장을 동결하였다라고 얘기하면 되는거지, 거기다 신자유주의를 끌어들이면 여간 곤란해지는 게 아닙니다. 무덤에 있는 하이에크, 프리드만, 댓처, 레이건한테 귓방망이 쳐맞습니다. 물론 박정희가 임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것에 신자유주의를 끌어들이면 댓처와 레이건도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지을테지만요. 댓처와 레이건같은 정치가는 글타쳐도, 고전경제학의 거두들은 임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제한마저도 불편해 할 겁니다. 정부가 왜 껴드냐?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에 맞기고, 둘의 협상력에 맞기는게 답이다고 할테죠.
제1금융권 시장에서도 국가 간섭 노노, 제2금융권 시장에서도 국가 간섭 노노. 이것이 올바른 신자유주의적 자세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전통적으로 제조업과 은행, 고금리 정책을 폈고 케인지언은 레버리지를 좋아해서 대출 좋아하고 신용 좋아한다? 투기를 사랑하고 증권회사를 사랑하고 파생상품 고안에 열을 올리고 저금리를 좋아한다? 뭔 개소린지 모르겠습니다.
부시2기 집권 말기에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감독에 실패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불거진 것을 마치 뉴케인지언의 실패로 엮으려 드는데, 물론7,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월가를 살린 것이 시장 근본주의에 한참 어긋나는 행위인 건 맞습니다. 따라서 이걸 고전경제학의 시각으로 공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케인지언의 기본개념-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유호수요를 창출해서 실업과 불경기에 대처한다.-와는 결이 다른 정책이지요. 아, 소수 월가 주식쟁이들의 실업은 막아드렸군요. ㅋㅋㅋ그러나 이것이 유효 수요라고 불릴만 하지는 않겠죠? 그 돈으로 다른 수요를 창출하여 더 높은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케인지언 주류의 자세죠. 이런건 케인지언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불건전한 시장개입의 예이지, 이걸 예시로 케인즈주의 경제학을 공격하는 경제학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소홀 즉 금융시장에 대한 지나친 방임주의를 비난한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신자유주의 등이 기본적으로 정부주도 경제정책이라는 것과 별로 안친하다는건 경제 상식일 겁니다. 굳이 고전파계의 경제정책을 예시하려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정책을 낑겨넣을 수 있는데, 프리드먼조차도 통화정책에 이자율 지표는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했지요.
시장이자율이 고금리던 저금리던 간에 국가는 가만히 자빠져 있으라는 것이 신자유주의-시장 근본주의-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본입니다. 레버리지 좋아하고 대출 좋아하고 신용 좋아하고 투기 사랑하고 파생상품 고안에 열을 올리든 말든 그건 시장참여주체들이 꼴린대로 하라는거지 은행, 제조업, 고금리를 선호하고 자시고 하는게 없다 이 말입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배제, 자유무역, 민영화 등이 신자유주의계열이 추구하는 방향이지 금리가 어쩌고 나불대는 건 신자유주의가 아니죠.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고전경제학에 대한 기본 개념탑제가 안되어있다보니 박정희의 사채동결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이다는 희대의 뻘소리가 튀어나오나 보십니다. 금융과 상품의 장벽없는 이동을 추구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인데, 화교 사채업자들이 제1금융권 아니라고 규제해버리는 것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됩니까?
한국 좌-우의 진영논리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케인즈이래 100년 가까이 벌어진 케인즈 대 고전파간의 대립마저 멋대로 재단해버리면 매우 곤란합니다.
p.s.
극단적 시장 근본주의의 세계관으로 좌-우를 나눠보면 케인즈주의도 좌파가 되는 해괴망측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보수 진보진영을 막론하고 일부에서는 케인즈주의-분배 , 고전경제학 - 성장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간혹 보이는데, 주류 케인지언들은 고전파보다 성장에 더 주목하고 분배에는 별 관심없어 합니다. 박정희 경제성장모델 역시 전형적인 케인즈우파의 견해에 따른 것들이고요.
보니까 키리노님은 고전파 경제학을 추종하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케인지언도 아닌 것 같고, 스스로는 우파에 우호적인데 정작 우파의 경제이념에 대해서는 이해력이 딸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