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의 장미와 한의학

크림전쟁에서 나이팅게일의 간호사로서의 활약을 모르는 분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가장 뛰어난 가치는 통계죠. 나이팅게일은 위생상태가 사망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워요. 이 가설을 과연 그녀만 생각했을까요?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통계와 도표를 사용합니다. 아래 있는 사진은 이른바 '나이팅게일의 장미'에요. 어떤가요? 19세기 최고의 통계 그래픽을 감상하신 소감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라고 생각해요.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결과를 만들어서 빅토리아 여왕에게 편지를 써요. 그리고 여왕의 마음을 움직이죠. 나이팅게일의 개혁에 의해 전쟁중 사망율은 42%에서 2%로 줄어들었어요. 크림전쟁이후 그녀는 800여쪽의 보고서를 만들어냈고, 1858년 영국왕립통계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으로 선출돼요. 1858년에 남성만 있던 학회에 여성이 들어간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여성을 받아들인 거예요.


'램프를 든 백의의 천사'라는 건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만들어진 신화에요. 실제론 보건 행정 최고의 이론가죠. 박현애 서울대 간호대 부학장의 평가는 이렇네요. “나이팅게일은 통계자료를 표나 그래프로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를 바꿨습니다. 즉 통계를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데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수정하는 처방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나이팅게일의 업적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 그리고 사회를 바꿔나간 추진력. 행동하는 지식인의 훌륭한 사례죠. 안타깝게도 한의학에서는 이런 통계가 제대로 분석된 역사가 없어요. 현대에 와서 조금씩 시도는 하고 있지만 무척 부족하기 때문에 공격에 취약하죠. 아마 한의학에서도 나이팅게일같은 똑똑한 여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면 이꼴이 되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의학계는 너무 보수적이었던 거죠.




    • 인포그래픽스의 선구자로군요.
    • 린다 노클린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
      세멜레 - 왜 위대한 여성 한의사는 없는가
    • 19세기 영국에선 여성차별이 매우 심했지만 의외로 저런 갑툭튀(?)스러운 일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오히려 프랑스보다 더욱.. 프랑스는 마리 퀴리(스플로도프스카)를 끝내 거부했고 여론재판으로 몰고갔지만 - 주류 보수가 자랑의 상징으로 추켜올린 건 사후 몇십 년이 지나서입니다 - 동시대 영국에서는 가끔 이에 대한 반례가 나타나죠. 왕립지리학회의 첫 여성회원이 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예도 있고.
    • 이전엔 단순히 간호사의 상징적 존재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니 간호쪽에서도, 통계방면에서도, 보건위생면에서도 그리고 또 여성의 지위상승 쪽에서도 대단한 인물이군요.

      논점에서는 다소 벗어납니다만, 불과 150여년 전, 근대시대 전쟁병동의 위생상태에 대한 인식이 이정도였다면,
      ( ...나이팅게일의 개혁에 의해 전쟁중 사망율 42%에서 2%로 줄어들었어요. )
      인류사에서 그 시대 이전 전쟁들 (고대 트로이 전쟁, 중국전국시대, 십자군 전쟁, 나폴레용 전투, 미국독립전쟁, 미국 남북전쟁에 이르기까지)
      부상병들은 도대체 어느정도의 의료혜택을 받았던 걸까요.
      싸우다가 다치면, 더러운 환경 속에서 기본 처치 후엔 단순히 상처가 곪지 않길 바랬던 걸까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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