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체가 아니라 영화 보고난 뒤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던 경험(영화 코스모폴리스)

보는 순간 재미있는 영화도 좋지만,

영화가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면서, 보고 나서 같이 본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해주는 영화도 참 좋아하는데요.

어제가 그런 비슷한 경험이었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코스모폴리스'라는 영화를 시사회로 보았는데요,

사실 .. 보는 동안은 좀 지루했습니다.

배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정도?

친절하지 않은 영화라 '저게 무슨 의미일까?'하고 열심히 머리굴리며 보긴 했죠.

 

다 보고 나서도 '흠 대충 이런이런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네...'라고 대충 결론을 지으려는데

같이 본 친구가 신선한 해석을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이정도면 별로 스포일러까지는 아닐 듯)

영화는 주인공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그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상징'으로 쓰였다면서

이 사람은 무엇을 상징하고, 저 사람은 무엇을 상징하고... ('그럴듯한데..?')

저도 덩달아 상징맞추기에 동참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눴죠.

 

사실 다른 리뷰나 블로그를 살펴봐도 딱히 그런 해석은 없고,

작가의 의도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만,

어제의 대화 이후로 '적당히 지루했던' 저 영화는

갑자기 꽤 흥미로운 영화로 기억에 남았습니다ㅋㅋ

 

'보는 동안은 그저 그랬는데 보고나서 더 재밌있었던' 영화는 또 어떤게 있을까요?

제 경우는 영화는 아니고 연극이지만, '에쿠우스'가 이 분야의 최고봉이었습니다. ^^

 

    • 상징으로 보는 시선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저는 개봉 안할줄 알고 미리 좀 당겨봤는데 딱 크로넨버그가 심리학 다루듯 만든 영화더라고요.
      개봉했다니 기회가 되면 다시 함 봐야겠어요.

      보고 나서 더 재밌었던 영화로 크로넨버그의 다른 작품들과 린치의 몇 영화들이 떠오르네요. 그나저나 린치는 영화 이제 안만드는건가....
    • 순수의 시대요. 영화 먼저보고 원작을 봤거든요.
    • 영화에 대한 대화나 비평이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통하는 사람이랑 영화를 같이 보러 가면 훨씬 더 즐거워요. 보는 순간의 즐거움 뿐만이 아니라 보고 난 후의 즐거움도 얻으니깐요. 물론 거론조차 하기 싫은 졸작들도 있긴 합니다.

      볼 때 좀 지겼웠는데 대화로 풍부해진 영화는 <그 여자, 정혜>와 우디 알렌의 <매치 포인트>가 우선 떠오르네요.
    • 좀 다른 이야기긴 한데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은 영화도 좋았지만 영화 끝나고 밥 먹으러 가는 길이 더 좋았지요. 시네코아에서 봤거든요ㅎ
      극장 문을 열고 나서는데 뭔가 초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느낌.
    • 비포 선라이즈요. 그 영화 보고나니 마치 세상에 연애 기회가 지천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몇 달 행복하더라고요.
    • whytoday/ 그.. 그랬군요. 대단한 내 친구!
      닥터슬럼프/ 저도 느낌은 좀 다르지만 보고 나오는 길이 좋았던 기억은 허우샤오시엔의 '카페 뤼미에르'.. 주말 오전에 혼자 보러간 영화, 추운 날씨에 눈부신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데..그냥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저는 하이퍼텍 나다였어요 ^^
    • 음 코스모폴리스 담주에 개봉한대서 기다리고 있는데 썩 재미는 없나보군요
      • 못만들어서 재미없다..기 보다는.. 친절하지 않은 영화? 굳이 재밌게 만들려는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은 영화랄까요. 무척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배우들은 진짜 좋았어요.
        그냥 친구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지만, 이런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한번 봐도 괜찮을듯?'이라고 얘기해줄 것 같아요 ㅎㅎ
        친구는 원어 대사가 무척 특이하다고 하더군요. 반쯤 알아듣는 저도 원 대사에 비해 자막은 무척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제 기분에서는 매우) 좋은 영화 같네요. 생각거리 이야기거리 없는 영화는 그냥 집에서 혼자 보는게 났다고 생각하는

      제 경우에는 타르코프스키의 모든 영화들이 그랬어요. 모호하기 그지 없는 영화적 상징들로 가득차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게 되죠 ㅋㅋ
      겐로치의 영화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회, 역사적 맥락과 감독의 시선 때문에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다르덴의 영화 특히 '자전거 타는 소년'도 그 단순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장면 하나 하나까지 선명하게 떠 올리며 수다를 떨게 해주더군요.
      그리고 한국영화에서는 단연 홍상수의 모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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