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만일 코끼리들에게 전생이 있다면,
그들이 전생의 기억을 오롯이 끌어안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해가 되지 않니
그들이 왜 그토록 힘겨운 비명을 지르는지
꼭 우리 같잖아
과거를 두고 발광하는 거
꿈 속의 난 코끼리의 무리 속에서
드넓은 평원에 올라
보금자리를 한껏 더럽힌 채 고개를 치켜들고
달아오른 머리를 식혀 줄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 내게 그댄 어떻게 편지 따위를 보내는지
이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나에게...
잊으려 발버둥치는 나를
그댄 다시 오랜 기억 속으로 떠미는데
호랑이가 자식을 지키듯 삼엄한 경계를 뚫고
그댄 어쩌면 그리도 쉽게 내 안에 들어온 건지
어쩌면 나의 보호 본능이 그리도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었을까
나도 모르게 깜박 잠든 밤이 있었을까
꿈 속의 난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어
사냥감을 물고
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었지
내 입술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이빨은 심장 깊이 박혀 있었어
이런 나에게 그댄 어떻게 곧 전화하겠다는 말을 하는지
내게 필요한 건 그대 없는 평화임을 알고 있으면서...
곁에 둘 애완동물이 필요했다면
나보다는 온순한 짐승을 택했어야 했어, 그대
나무 위의 매가 죽은 고기를 찾아 맴돈다면
당장은 살아있다 해도 그대에겐 가망이 없는 거야
얼마간은 한 둥지 안에서 동침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죽음의 무도엔 두 가지 결말만이 존재하지
때를 봐서 상처 입은 채로 도망치거나,
그가 당신을 잡아먹는 동안 가만히 누운 채로
스스로의 몸이 조각조각 찢겨져 나가는 걸 바라보며
피투성이가 된 채 웃음을 터뜨리거나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이들이여
부디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히 온전히 그 사랑을 지키시게
그러나 스스로를 그 위험의 한 가운데에 내던지되
잠들 때도 결코 한 쪽 눈을 감지 마시길
elephants / rachael yamagata
translated by lonegun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