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브리짓 존스, 홍콩 1998
영국회사에 다닐때 홍콩으로 옮긴 선임이 불러서 한달 파견을 나갔습니다.
중국으로 이양된지 일년이 채 안되어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뒤숭숭한 분위기였어요.
선임의 상사는 금발머리에 하얗고 통통한 영국인 여자인데 드래곤 보트처럼 힘쓰는 운동도 참 열심히 했죠.
짖궂은 홍콩인 영업부장이 네가 탄 배는 네가 너무 무거워서 가라앉을거야 라고 놀리고 도망가면 씩씩거리던 모습도 기억나요.
제가 영어가 짧은걸 알고 친절하게 또박또박 업무지시를 해준 고마운 사람이었죠.
당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 였어요.
선임이 저한테, 쟤 앞에서 브리짓 존스 얘기 절대로 하면 안돼. 쟤가 딱 브리짓 존스거든.
영화 나온다음에 너무 놀랐어요. 살찐 르네 젤위거하고 똑같이 생겼거든요. ㅎㅎ
이 사람이 하루는 저랑 선임한테 저녁을 사줬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장미전쟁 얘기가 나왔어요.
흰장미가 이겼는지 붉은장미가 이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여자분이 자기는 이긴 장미 쪽인데 진 쪽은 아직도 장미전쟁 타령이야 대체 왜그러는지 모르겠어 하더군요.
아까올린 제 글에 달린 댓글에 나오는 일본인 처럼, 한국인은 아직도 임진왜란을, 식민지 시대를 기억하고 있다니 하는 투였어요.
제가 한마디 했어요.. 당연하지, 그들은 갚아주고 싶은거야.
눈이 휘둥그래져서 묻더군요. 뭘 갚아?
그들은 졌고 다 잃었잖아. 그걸 갚아줄 기회가 없었으니 아직도 마음이 아픈거야. 복수 revenge하고 싶은거지.
입을 딱 벌리고 한참동안 저를 쳐다보더니,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어....
식사를 끝내고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이게 타락천사의 여자킬러가 올라갔던 에스컬레이터야 말해주기도 하고
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어요.
장미전쟁이 600년전 일인가요? 식민지 시대는 60년전 일이네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