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올라온 각 언론사의 노르웨이 여성병역 관련 기사 중 제가 유일하게 발견한 배경을 다룬 기사입니다.
물론 다른 기사들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하긴 했으니 헤드라인을 자극적으로 뽑아 내용이 제목에 묻힌 거 아닌가 싶어요. 이 문제는 이런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니니 넘어가구요.
하나마나한 정리를 하자면
1. 노르웨이 국회가 표결한 건 정부에게 관련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
2. 이는 국방부가 제안한 것 : 미래의 작전수행능력을 최고로 높이려면 최적의 자원을 뽑아야 하고 그러려면 (성별을) 다양화해야 한다.
3. 노르웨이는 공공기관 이사진의 40% 등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4. 형식상 징병제? : 매년 6만명의 남녀포함 징병대상이 있으나 실제 필요한 군인은 1만명, "이론상 여성이 원치 않아도 뽑힐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동기부여가 된 최적의 젊은이가 뽑힐 것"
5. 현재 8%인 여군인력을 20년까지 20%로 늘리는 것이 목표
처음 관련기사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노르웨이가 징병제였나? 와 노르웨이 군병력이 몇 명이나 되나? 였어요. 이건 이 기사로 해소되었구요.
기사만 덜렁 올리기 뭐해서 거칠게 의견을 밝히자면, 전 병역의무를 성별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병역의무를 대상을 확대해 부과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보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봐요. 이는 제가 남성이 아니라서가 아니라(믿든 안믿든 간에) 징병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결국은 모병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발생하는 비용은 세금으로(필요하다면 추가징세를 통해서) 충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게 기존의 징병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국방의 의무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부여되고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이 설정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노르웨이의 여성병역의화 결의안 배경은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해야한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노르웨이가 각 분야에서 진행해온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이 군대라는 조직에도 온전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맥락이죠. 둘은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다른 말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병역부과를 현재 사병 처우 및 복무 환경의 차원에서가 아니라(그 연결점은 저도 좀 궁금하지만 - 한마디로 여성도 군복무를 하면 현역 남성 복무자들의 부담이나 처우가 많이 개선될까.. 하는) 양성평등의 차원에서 논한다면 노르웨이의 다른 양성평등 정책도 총체적으로 검토하는게 맞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왜 한국 여성의 병역 의무 이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노르웨이 여자가 군대를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서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의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걸까요.
서브플롯/ 워낙 저 기사도 가볍게 다루고 있고 제가 노르웨이 영자신문을 다 뒤져볼 만큼의 정성은 없어서 좀 애매한데요. 일단은 양성평등을 (어찌보면) 가장 마지막 영역인 군 분야에서도 실현하기 위한 논의로 보여요. 근데 노르웨이 국방부 관계자 얘기를 보면 군의 미래에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데 지금의 방식으로는 그 필요인력을 수월하게 확보하기가 어려워서 저 얘기를 하는 것도 같거든요. 5대5로 이야기하지 않고 20퍼센트를 말하는 걸 보면 노르웨이 군의 미래상의 어딘가에 여성인력이 더 효율적인 영역이 있다는 말처럼도 보입니다. 혹은 기본적인 여성 비율을 맞춰야지만 요직에서의 여성인력을 확보하기에 좋을 수 있다는 걸로도 보이구요. 일단 일선인력을 늘려야 고위직에서도 성비가 맞춰질 테구요.
군 영역은 제가 거의 모르다시피한 거라 말하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노르웨이든 한국이든 결국 지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을 때 기계적인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을 기반으로 해서 소요될 비용을 어디까지 사회가 부담할 수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예전에 어느분이 사실상 지금의 시스템에서 여성을 받는다면 비용만 올라가고 국방력이 떨어진다(양성의 신체적 차이 문제보다는 남성 위주로 형성된 제도와 시설의 문제겠죠...)는 이야기도 하셨는데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요.
네, 저도 모병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사실 여성의 병역부과가 노르웨이와 같은 선에서 논의되는 기반이 갖춰진다면 이미 모병제에 대한 논의나 합의가 널리 이뤄진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nomen/ 일단은 언론사 헤드라인과 기사 탓이 젤 크다고 봅니다. 노르웨이에서 저 결의안이 나온 배경을 같이 제대로 다뤄줬다면 논의가 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포털 노출을 위해 가장 클릭되기 쉬운 제목을 뽑은 거라고 보면 이게 또 지금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널리 얘기되기 쉬운 수준이란 말도 되겠죠.
사실 노르웨이에 대해서는 알고보니 왕이 있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저 기사에서는 노르웨이 정부가 `여성주의`를 적극 수용하고 있고, 여성계에서도 여성의 병역의무를 불가피하다고 여기며, 일선에서는 별일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있다잖아요. 관심법을 좀 부려보자면 정부정책으로 수용될 정도로 여성주의적 가치관이 자리잡고 논의되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군영역까지 생각이 미친 걸로 보이는데, 그 부분을 간과하고 여성도 복무 이 부분에만 집중하는 상황은 좀 안타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