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멜레의 독서일기 - 천명관의 고래
주피터와 이오 Jupiter and Io, c.1531, 162 x 73,5 cm,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천명관은 재능있는 작가에요. 이야기를 펼쳐가는 능력이 탁월해요. 글을 읽는다기보단 이야기꾼이 옆에서 들려주는 것 같죠. 하지만 그 재능이 안타까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남성작가들의 소설에서 강간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나온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에요. 코레조의 그림에서도 강간당하고 있는 이오는 에로틱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요. 이건 굉장히 불쾌한 시선이에요.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 금복이 어느 날 갑자기 성의 경계를 훌쩍 뛰어 넘어 남자가 된 이유를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다만, 그녀는 남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으며 그 어떤 남자보다도 더 남자다웠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부분은 남성우월주의의 극한을 찌르고 있어요. 세상에 주인공이 여자에서 남자로 변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몰입하긴 좋았지만 스토리가 충격적인 소설이었어요. 여성이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나오면 안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