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군복무에 관한 탁상공론.

0_ 이 글은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썼습니다.


1_ 여성 군복무는 시행되지 않을꺼라 생각합니다. 제목에서도 바로 앞 문장에서도 부정확한 표현을 썼는데, 명확히 쓰자면 여성의 현역 복무, 즉 징집은 시행되지 않을꺼라는 말이죠. 장교로 군복무가 가능하니 군복무가 시행되지 않는다는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오기죠. 고쳐써서 왜 여성의 징집이 시행되지 않을꺼라 생각하냐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었을 때 한국의 군대가 아무래도 모병제로 전환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청소년 인구는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고, 이에 맞춰 징집 대상도 꾸준히 줄어들어가고 있죠. 말했듯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군인들은 후임이 들어오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선임이 후임보다 많은 상태를 겪어 영원히 고통받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절반의 모병제, 군생활이 끝나고도 연장 복무를 신청하면 (그 전보단) 좋은 보수를 받고 (간부가 아닌) 병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 (또는 준비된) 것으로 알며, 점진적으로 징집 -> 자발 복무의 범위를 늘려나가면서 모병제로 전환하겠죠.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군축이 자동으로 일어날꺼에요. 모병제에서 여성을 징집할 수는 없을테니 여성 징집은 시행되지 않겠죠.


2_ 또한 징집이라는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강상태가 현역이면 군대에 무조건 들어가게 되는 거니까 절대량이 정해져 있지 않죠. 그렇다면 여성의 군징집이 시행되면 북한에게 군사적 제스쳐를 취하는 형태가 될 겁니다. 과거 군생활이 2년2개월에서 3년으로 증가했을 때나, 예비군을 창설했을 때 등 병사 수를 양적으로 늘릴 때마다 북한은 항의를 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 북한이 먼저 테러 등의 일을 저지른 후에 한국군의 증축이 진행되었던 거지만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군대 징집의 상한선을 미리 정하지 않는 이상, 갑작스레 여성의 강제복무가 시행된다면 국가적 도발로 읽힐수도 있다는거죠. 대략 3백만명 정도 증원되는건데 그거 그냥 눈뜨고 보겠어요? 남북경색 바로 일어나겠죠.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 태클걸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억제력도 없겠지만 UN이 동아시아 정세에 위협이 되는 행위라고 넌지시 말할 수도 있겠죠.


여성의 징집에 대한 경제적 비효율성은 이미 병역법 헌법소원을 통해 낱낱히 지적된 바 있습니다. 그에 대한 논문 <병역법 제3조 제1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을 통해 본 '남성만의' 병역의무제도>, 서울대학교, 양현아, PDF를 참조하시구요. 솔직히 이런 영역에 대해 비전문가인 사람들이 떠들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봐야 바뀌는 것도 없구요. 꼼꼼하게 글 내용을 따다가 정리만 해도 전체적인 논리 상의 문제는 대부분 파악이 되지만 굳이 해야할 필요성은 못 느끼겠네요.


3_ 제게 있어 여성 징집에 대한 논의는 간단합니다. 1. 병역의 의무에 들어가는 시간 총량은 정해져 있다. 2. 면제자 징집을 통해 그 총시간을 분산해서 개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시간의 양을 줄인다. 미군정 당시 남성 징집에 있어서도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병사를 받을 때 징병검사를 느슨히 하거나 강하게 해서 받아들이는 병사 수를 조절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때 조금만 눈이 안 좋거나 하면 면제를 받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들어올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줄어들어 아주 칼 같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논의들이 이루어지려면 국방부에서는 징집에 대한 개념을 조금 바꿔야 할 겁니다. 국가가 요구하고 있는 한국군의 의무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병사를 증원하게 될 경우 전체 의무기간을 줄일 수 있는가 말이죠.


여기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군역이 "확대"되는 것도 "축소"되는 것도 아닙니다. 의무 총량은 변하지 않아요. 그것을 지금까지 분담하지 않았던 면제자들이 분담하게 될 뿐이죠. 그리고 과다하게 부담하고 있었던 의무자들이 덜 부담하게 되고요. 이 논제의 어느 부분에서도 의무 시간 총량은 늘어들거나 줄어들지 않습니다. 즉 새로 생기는 의무는 없어요. 누군가 10시간 일하던 것을, 안하던 사람 한 명이 함으로서 두 명이서 5시간씩 하게 되는 것이죠. 안하던 사람이 '5시간'이 새로 생겼어!라고 말하는건 웃기는 이야기죠. 나머지 사람은 5시간을 덜 일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분담한 것 뿐이 되는거죠.


4_ 저는 집단 소속감에 대해 둔감합니다. 그래서 집단으로 묶일 때마다 짜증이 올라와요. 전 누구에게도 빚지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요구받고 싶지도 않아요. 군역? 군생활? 그건 제게 있어서 그저 주어진 의무일 뿐입니다. 솔직히 제 경우, 보상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어요. 보상이 있으면 그건 의무가 아니잖아요. 보상의 값으로 의무의 의미가 치환되는게 진절머리 나게 싫고, 누군가에게 '그래, 고마워, 날 위해서 잘 해줬어' 같은 말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그저 집단이면 누구나 해야할 의무였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은 그저 못하는 것 뿐이고 그 사람들에게서 다른 것을 받아 "보상"을 해줘야한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징병검사를 받은 다음에 방위나 그런 쪽으로 빠진 사람들 말이에요. 왜 제가 그들에게 보상을 받아야하죠? 집단을 유지하는데 있어 필요한 일, 세금의 의무과 마찬가지인 몸을 잠시 빌려주는 일에 대해서 말이죠. 그것은 마치 봉사활동과 같이 자기 자신이 그 일을 직접 했다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것으로 의해 훼손되거나 대처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 무엇으로 대처될지 생각도 하기 싫어요.


그러나 내부 집단도 집단이고, 누군가는 보상을 바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할 권리 같은건 어디에도 없고, 그러니까 다수에게 주어지는 의무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가능한 상황에서는 다수가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지 제가 괴로울 일이 없을테니까요. 제발, 군생활에 대해서 국가를 위해, 다른 이를 위해 대속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을 그 다른 이들의 증언을 통해 얻으려는 노력을 할 때, 집단의 이름을 걸고 하지 말고 개인의 이름을 걸고 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집단의 이미지는 전체를 통해 나타나니까 적어도 명시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어요.


5_ 한국의 현재의 평등 상황에 관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 일들을 해결할 때 써야할 자원들이 있죠. 그리고 그 자원들은 유한하며 권력에 의해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각각의 문제에 투자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할까요? 다수의 행복? 뭘 위해 쓰던 한국에서 투표를 통해 뽑은 행정 수반과 입법부를 통해 그 선택이 나열되겠죠. 여기서 생겨나는 것들은 제게 있어서 고통으로 값이 먹여집니다. 저는 남이 인식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내적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제게 있어서 무지는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남이 인식한 것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습니다. 남자가 군대를 가는게 불평등한가? 라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사회에게 전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그건 인식되지 않았던 문제니까요. 하지만 지금에 들어서 다들 그게 불평등하다고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것을 바꿀 때가 아니라고 말을 하죠. 미래로, 문제의 해결을 유보하라고 말합니다. 현재에는 "아직은" 안 된다는 겁니다.


미래로의 유보, 좋습니다. 전 그런 유보에 대해 악감정은 없어요. 대신 [문제의 자각]에 있어서 생겨난 [문제의 유보]를 통해 우선순위의 뒷자리로 들어간 것이 [문제의 해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 동안의 그 영역의 [고통] 총량의 값에 대해선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어떤 것이 잘못 되었는가? 하지만 그것을 "지금" 바꿀 순 없고 나중까지 기다려야 해, 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유보를 종용하는 사람은 제 생각에는 보수입니다. 동성 결혼 합법화? 그것이 법제화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되었지만 "지금" 바꿀 순 없고 나중까지 기다려야 해. 여성 참정권? 그것이 법제화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되었지만 "지금" 바꿀 순 없고 나중까지 기다려야 해. 왜냐하면 정치적으로 그것을 바꿀만한 권력이 없거든. 그러니까 유보 되어서 그것이 고쳐질 때까지는 고통을 "감내"하도록 해. 사실,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죠. "지금 바꾸도록 해"라고 말해봐야 뭐가 바뀌겠습니까.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지. 우리가 글로 허위를 쌓았을 때 우리에게 유일하게 주어지는건 [자각] 뿐입니다. 문제의 자각, 해결의 자각, 고통의 자각. 전 뒤로 미루는 것에 대해 말할 때, 그를 통해 고통의 생산도 그 때까지 유지된다는 것만 '알면' 그로 충분합니다.


이러한 유보는 어떤 문제든 우열을 가리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인력이든 우리는 유한 자원 세계에 살고 있고 그 자원을 먼저 투자해야할 대상을 결정해야 합니다. 결정하기 전에 대상들에 대해 [자각]하고 거기서 [선택]할 때, 그 나머지 대상보다 선택한 대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더 많은 사람에게 선택되었을 뿐이고, 나머지에 대해 기억을 해야할 의무가 주어졌을 뿐이라구요. 그러니까, 한국의 남녀평등 중에 우리가 자원을 들여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평등을 먼저 해결한다면 그게 시급했다고 주장하지 마세요. 그런 시행은 정치적으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또는 실제적으로 그런 문제에 해당하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대리하고 변호할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뿐이니까요. 큰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 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는 대부분 뒤짚어서 말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합니다.


6_ 전 사람들이 변할 것이라 믿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믿죠. 예를 들어 여성이 군대에 갔을 때,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시선은 변할 겁니다. 그 대신 개개인에 따라 변화 편차가 있겠죠. 그렇기에 "군대에 가도 씹는 남자들은 계속 씹을텐데" 같은 말로 뭉뚱그려서 말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네, 별로 안 변하는 사람도 있고 가장 많이 변하는 사람도 있겠죠. 51.6%? 단색으로 칠해져 있을 뿐이지 안철수가 잠시 나왔을 때 유동성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큰 일은 큰 변화를 만들고, 작은 일은 작은 변화를 만들겁니다. 잘 안 변하는 사람은 아주 조금 변할테니까 그런 논리대로라면 정말 강력한 일을 저질러야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위대한 정규분포를 생각할 때 변화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다수이고, 꽉 막힌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찬반으로만 나뉘는 문제들은 강렬한 단색 두 개로만 집단을 칠합니다. 하지만 세계가 그렇지 않다는 걸 다들 아시잖아요.


7_ 병역법의 개정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추측. 군대는 인생에 한 번 밖에 가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군역법이 개정되어서 35세에 재입대해서 2년간 군복무한다고 하면 그게 그대로 있었을까요? 모든 인간이 그렇겠지만, 지나간 일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꽤 무심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솔직히 군대에 대해 왈가왈부해야할 당사자 세대는 지금 한국 내의 인구 비중에서 정말 적습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 말이죠. 게다가 그 세대들 중 대다수는 참정권도 없어요. 거기다가 수학능력시험평가 준비에 모든 기량을 다 쏟고 실질적으로 군대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 볼 시간은 대략 평균적으로 1년 내지 2년 밖에 없죠. 전 군생활 개선에 대해 전역한 후에 한 번도 직접적인 개선 시도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도 군대에 대한 문제 해결이 우선순위에 놓일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에게는 이미 끝난 일이거든요. 그리고 소수에게는 일어날 일이겠지만 그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가져야 할지 모르죠. 그리고 정말 현재진행형 경험자들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죠. 누가 그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겠습니까? 하기야 거의 100% 투표율을 내기는 하지만, 정당 활동도 못하는데 그 표들이 눈을 달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탁상공론에 불과한 여성 징집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처우 개선안 같은 것보다는 서로 마주치고 담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대상이 있는  불멸의 소재고 그러니까 끝없이 반복되는 거겠죠. 어떠한 결론도 없이 말입니다.

    • 사실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매우 '혁명적'이죠. 징집대상 남성들의 조직적인 집단병역거부 운동. 좀 아찔하지 않으신가요. 실제로 벌어진다면 말이죠. 뭐 일어나면 모두 어디론가 끌려가겠지만. 현재의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20대 남성의 비율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원인을 남성만의 병역으로 돌리면서 생각보다 빨리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디가 아찔한진 모르겠지만 간단하지 않은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수학능력평가라는 국가 규모의 통과의례에 대해서도 순응적이었던 집단이 한 목소리로 강력한 정치적 투쟁행위를 한다? 게다가 공권력 내지 군사력이 세계구급의 국가에서? 그 바로 뒷세대들에게 강력한 반례로 자리잡을 사례가 되겠죠. 아, 저렇게 과격해서는 사회의 소수로서는 여론도 편 안들어주고 패배뿐이구나 하는. 현역 대상의 불만 비율의 증가가 절대 세대 인구의 감소보다 빠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없겠죠. 100% 불만인들 뭘 할 수 있겠어요? 시스템이 불안정한 전후 세대도 아니고 휴전국가에서 68혁명이라도 일어날라구요. 베이비붐 세대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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