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군대 다녀온 것이 후회되긴 합니다.
그냥 병역 + 양성평등 이슈에 빌붙어 쓰는 바낭이긴 한데,
저는 군대 다녀온 것이 후회되요.
(물론 가기 싫다고 안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T.T...)
생각하다보니,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많은 것 같아서요.
일단 육체적으로는 크게는 아니지만, 왠지 억울하게 다치고 왔습니다.
이를테면,
발목 인대가 영구적으로 늘어나서, 수술을 하건 안하건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으로 살고 있어요,
보통 걷다가 발을 삐끗하면 그 순간에 인대가 잡아주는데, 저는 그냥 훅 넘어갑니다. 굉장히 아프고, 매번 병원가는 것도 고통스러워요.
이렇게 된 이유는 쌓여있는 작업과 정비 떄문에 외진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대대 의무대까지는 보내주는데 외진(국군 병원 등)으로는 안뺴주더라구요 T.T...
결국 계속 접지르길래 파스만 받아오다가 뭔가 이상해서 휴가 나왔을 때 병원을 갔더니 이모양.
무릎뼈에 금이 가있었어요. 지금은 낫긴 했는데, 아직도 시려요. 나이 27에 T.T...
이건 자주포 훈련 중에 위장막을 옳기다가 조종수 해치에 퐁당 빠져버려서 다쳤습니다. 코미디에 보면 맨홀에 빠지는 것처럼 퐁당 빠졌었어요.
원래 해치를 닫아놓아야 하는건데, 조종수가 선임인지라 뭐라 할 수도 없고 T.T...
무릎이 마구마구 부어오르길래, 외진이고 뭐고 훈련 끝나고 외박나가서 병원 갔다왔습니다. 자비 지출...
손이랑 발이 못생겨짐
저 원래 손발 이쁘기로 자부심가진 남자였는데, 군대에서 포탄 옳기다 찧이고, 정비하다 베이고, 군화 때문에 물러 터지고 하다보니,
전역 후의 손발이 이상해졌어요 T.T... 특히 발 쪽은 5년이 지나서도 발톱도 다 깨지고 흉하게 나서 속상해요.
+
정신적 트라우마(?)
어떤 분들은 '철들었다' 라고 표현하시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트라우마라고 여기는 것들.
군대 꿈을 꿀 때마다 식은 땀이 나게하는, 부정적 감정들. 속상하고 억울했던 기억들.
우리 나라에서는 극단적으로 치이고, 까이고 해서 남은 정신적 상처들을 아문 자국을 남성적 모습과 적당히 섞어 보여주었을 때 '철들었다' 라고 하나봅니다.
그냥 철 안들테니, 군대 안가는 것이 백번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
+
그냥 억울함
2년이라는 세월을, 그냥 최저임금 근접하게 받으며 알바나 인턴이라도 했다면, 아마 1500~2000만원은 벌었겠지요.
이 것으로 등록금도 내고, 꼬까옷도 사입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좀 더 빠르게 직장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돈이라고 벌고 있던지요.
직장 들어가면 호봉 등으로 간접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일단 지금까지는 학생/백수인지라 군대 다녀와서 지위/금전 상으로 무언가 보상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아니, 군대에서 시간당 100원이라는 충격적인 임금을 줄 생각이면, 전역 후에라도 뭘 해주던지,
아니면 후에 못하겠으면 군대 시절에 휴가/외박을 팍팍 주거나, 월급이라도 많이 주던지~ 해주었으면 하는데..
둘 다 아닌 것 같아서, 뭔가 그냥 착취당하고 나온 기분입니다.
=
그런 고로,
저는 군대 다녀온 것이 후회됩니다.
정신적/육체적/금전적/지위적 모든 면에서 만족을 못했어요 T.T..
그리고, 아마 언젠가 아들이나, 딸(?)이 군대를 가야 한다면,
개인적으로 범법자가 되서는 안되니 보내는 심정일겁니다.
.
음, 최소한 군대가 양성 평등의 이슈로 떠오르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은 향상시켜서,
'의무이긴 하나, 명예로운(일부 실질적인) 권리도 있는'
쪽으로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으로서는 남녀 모두에게 싫은 곳이지 않을까요. T.T...
사실 지금의 병역 + 양성 평등 문제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 보는 느낌이네요 T.T...